설교

[전병금] 새해의 소원과 기도

구분 : 한국복음주의협의회 월례회 발표문
발표 :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일시 및 장소 : 2012년 1월 13일 강변교회
자료출처 :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무엇인가 부족한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는 각자가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개 그러한 소망은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이루기 마련입니다. 간절한 마음, 즉 정성이 없이 그 소망을 실현하기는 매우 어려운 법입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고 하였습니다. 즉 정성이 지극하면 하늘도 감동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기독교식으로 말하면 지성이면 감신(感神)입니다. 우리의 정성이 지극하면 하나님이 감동하신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지극한 정성은 바로 기도에 있습니다. 기도는 우리의 소망을 하나님께 아뢰는 것입니다. 따라서 마땅히 기도하는 자는 그 기도의 소원을 하나님께 간절히 아뢰야 할 것입니다. 나병환자 10명이 ‘소리를 높여’(눅17:13) 주님을 찾았듯이 하나님을 간절히 찾는 자가 하나님을 만날 것입니다. 성경은 곳곳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너희가 온 마음으로 나를 구하면 나를 찾을 것이요 나를 만나리라”(렘29:13).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라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받을 것이요 찾는 이는 찾아 낼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니라“(마7:7). ”나를 간절히 찾는 자가 나를 만날 것이니라“(잠 8:17).

201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밤낮 사흘을 금식하고 ‘죽으면 죽으리이다’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유대 민족의 구원을 간구한 에스더처럼 저 또한 ‘죽으면 죽으리이다’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간절히 구하고 싶은 소망이 네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한국 교회가 우리 선조들의 역사적인 신앙을 올바로 계승하기를 소원합니다. 을사보호조약과 한일합방 이후 한국 교회는 미약한 교세임에도 불구하고 항일독립운동의 전초기지가 되어 독립운동을 주도적으로 펼쳤고, 학교를 세워 문맹을 퇴치하고 외국의 선진문명을 도입하여 미신을 타파하는 등 우리나라의 수 천년된 어느 종교보다 한국 사회에 발전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우리 선조들이 보여주었던 그런 역사적인 참 신앙을 잊어버리고 여러 종교 중에 ‘꼴찌’라는 ‘수모’를 겪고 있으니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한다면 이러한 ‘수모’는 이미 예정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꼴지라는 수모는 80년대 이후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할 교회가 전적으로 부패하여 한국 사회가 기독교에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에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라고 하셨습니다. 주님을 따라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기보다는 도리어 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교회를 이렇게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있습니까? 그 책임을 통감하는 사람이라면 ‘너’라고 말하지 말고 ‘나’라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mea culpa(메아 꿀빠), 즉 ‘나의 죄’라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나, 한국 교계를 대표한다고 하는 우리는 더 많은 책임이 있습니다. 교계의 대표로서 “맹인을 인도하는 자요 어둠에 있는 자의 빛이요 율법에 있는 지식과 진리의 모본을 가진 자로서 어리석은 자의 교사요 어린 아이의 선생”(롬2:19-20)이라고 믿으면서 “도둑질하지 말라 선포하는 네가 도둑질 하느냐 간음하지 말라 말하는 네가 간음하느냐  우상을 가증히 여기는 네가 신전 물건을 도둑질하느냐 율법을 자랑하는 네가 율법을 범함으로 하나님을 욕되게 하느냐”(롬2:21-23)는 말을 듣기에 딱 좋은 위선자가 되지 않았나 스스로 자문해 보고 “티끌과 재 가운데서 회개”(욥42:6)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 한국 교회가 분열을 극복하고 하나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빨리 빨리’라는 말에서 보여지듯이,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0년대부터 우리나라는 물량 위주의 성장주의가 온통 우리의 정신을 지배하였습니다. 그런 물량 위주의 성장주의 문화는 교회에도 침투하여 가장 영적이어야 할 교회마저 이러한 물량주의에 매몰되어 교회는 ‘성장제일주의’에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성장제일주의는 개교회주의와 자신의 교단만이 옳다고 보는 교파주의를 부추겼습니다. 한국 교회가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에 기초하여 놀라운 성장을 해 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가 없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요17:21)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는 주님 안에서 하나가 되라는 주님의 말씀에 거스르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우리가 한 몸에 많은 지체를 가졌으니 모든 지체가 같은 기능을 가진 것이 아니니 이와 같이 우리 많은 사람이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이 되어 서로 지체가 되었느니라”(롬12:4-5)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는 주 안에서 한 몸을 이루라는 공동체 의식을 사라지게 하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주도 한 분이시오 믿음도 하나요 세례도 하나요 하나님도 한 분이시니”(엡3:5-6)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주 안에서 하나가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는 2012년 한국 교회가 삼위일체의 신앙 안에서 하나가 되기를 간절히 하나님께 소망합니다.

셋째, 한국 교회가 모두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사회적인 약자를 주의 복음으로 영육간에 섬겨 2012년을 주의 은혜의 해로 선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주님께서는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 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하고 주의 은혜의 해를 전파하게 하려 하심이라”(눅4:18-19)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주님을 본 받아 포로 된 자, 눈 먼 자, 눌린 자로 비유되는 가난한 사람들, 즉 사회적인 약자를 영적으로, 육적으로 돌보아 그들을 자유롭게 하여 주의 은혜를 선포할 책임 있습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본 받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을 섬겨왔습니다. 비록, 지금 사회로부터 한국 교회가 많은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세상을 주의 사랑으로 섬기는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많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국 교회가 세상을 올바로 섬기지 못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와중에서도 북한의 대외 원조중 약 70%를 우리 기독교인이 감당해 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로부터의 비난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한편으로 우리가 이룩해 온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 자부심을 교만과 허영이 아니라 보다 중한 역사적인 책임으로 승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 가난한 사람 중에 바로 북한 동포들도 속해 있고, 또 우리 세대에 분단이 되었으니, 우리 세대에 그 분단을 끝내야 된다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민족이 통일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2012년 한국 교회가 북한 동포들을 포함한 사회적인 약자를 돕는 데에 헌신하여 주의 은혜의 해를 선포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정일 사후 김정은 체제에서 남한과 북한이 과거의 뿌리 깊은 적대 관계를 해소하여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민족이 화합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해방 직후 우리나라는 일제의 잔재를 깨끗이 청소하여 민족의 대단결을 꾀해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했고, 6․25 전쟁 후에는 전쟁의 상처를 딛고 통일에 이르러야 했음에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나라는 둘로 갈라져서 분단을 이용하여 체제를 유지하기에 바빴습니다. 이러는 와중에서도 우리는 북한을 포용하기 위해서 많은 인도적인 노력을 기울였지만 그들은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방식으로 배신을 일삼아 왔습니다. 수없이 반복된 이러한 배신으로 인해 우리는 민족 화합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노력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최근에 발생한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포격은 하나의 민족이기에 통일이 반드시 되어야 한다는 입장에서 지금까지 그들이 저질러왔던 수많은 배신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관용을 베풀었던 사람들마저 더 이상은 안 되겠다며 대북 강경론의 입장으로 선회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로 남북 간의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김정일의 죽음 후 남북 간의 대화는 결코 없다고 선언한 김정은 체제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대화와 타협의 기미기 보이지 않습니다.

대화와 타협의 조그만 기미마저도 보이지 않는 이 때,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어떠한 사랑인지 돌아보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보이신 그 사랑으로 북한을 품어야 할 것입니다. 할 만하기에 할 수 있는 사랑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닐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이시면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인간이 되셨고, 그것도 모자라 하나님이시면서도 스스로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우리 인간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을 증거하셨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즉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죽으면서까지 사랑하셨기에 참 사랑이 무엇이라는 것을 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무한한 사랑으로 북한을 사랑해야 할 것입니다. 수없이 배신하고도 모자라 폭력적인 방법으로 우리에게 고통을 주어 때로는 마주치고 싶지도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참 사랑을 알기에 인도적인 차원에서 북한이 현재 당하고 있는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남한과 북한이 대화할 수 있는 물꼬를 터 남북 간의 긴장이 완화되고 결국에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는데 이바지해야 할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누구든지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그 형제를 미워하면 이는 거짓말하는 자니 보는 바 그 형제를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보지 못하는 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느니라”(요일4:20)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성경은 곳곳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연결시켜 형제 사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 하면서도 형제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 하나님 사랑은 위선에 가깝습니다. 우리 남한의 형제는 바로 북한입니다. 죽기까지 우리를 사랑하신 놀라운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북한을 사랑하여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통일이 진전되어 결국에는 민족이 대단결하는 놀라운 주님의 역사가 2012년 새해에 일어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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