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한국 신학자들의 한국적 신학 연구 기피와 그 손실은

한국신학 연구를 살리자①

철마다 간행되는 학진 면면을 살펴볼 때 한국적 신학의 연구물을 찾기란 쉽지가 않다. 때론 가뭄에 콩 나듯 한다. 반대로 서양 유명 신학자들의 연구물들은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일쑤인데 한국 신학자들이 서양 신학 연구에는 매달리면서 한국적 신학 연구를 기피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이고, 그로 인해 발생한 손실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

한국 교회에 대한 책임감 부족

▲그리스도대학 이오갑 교수. ⓒ베리타스 DB

한국적 컨텍스트를 자신의 신학 연구에 비중있게 다뤄온 이오갑 교수(그리스도대학교, 조직신학)는 그 원인을 한국 신학자들의 한국교회에 대한 책임감 부족이라고 꼽았다. 이 교수는 "(한국 신학자들이)한국교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나아가 (한국교회의 컨텍스트를)창조적으로 해석하고 소화하여 (자신의 신학연구에)접목하는 등 연구의 범위를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설혹 조직신학을 하더라도 한국교회 크리스천들의 수준이나 요구에 필요한 것을 연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예를들어 교회론을 원론적으로 분석, 연구하는 것도 좋지만 한국교회에 가장 잘 들어맞는, 한국 교인들의 삶과 영성과 신앙을 건강하고, 올바르게 하는 차원에서의 선택적인 교회론 (한국 신학자들에게)연구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한국 신학자들이 한국교회에 대한 더 깊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를 연구함에 있어 한국교회는 서양 신학자들이 아닌 한국 신학자들을 필요로 한다"라며 "(한국적 신학 연구는)신학이 교회와 유리되지 않고 비판적 긴장 관계를 유지하면서 교회에 봉사하는 것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고 말했다.

바르트와 틸리히 연구에 매몰돼
한국교회의 경험은 소외되고 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 김진호 목사. ⓒ베리타스 DB

한편, 한국 신학의 연구 노력 부족은 한국 신학적 언어 발굴에 치명적 손실을 입히기도 한다.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는 먼저 한국 신학의 올바른 연구 방향이 무엇인지를 짚었다. 실제로 간혹 게재되는 연구 논문들 중에는 우리가 현존하고 있는 이 시대적 상황이 아닌, 몇백년 전 양반의 문화에 접목한 이른 바 ‘가장 한국적인 신학’을 표방한 것들도 있다. 김 목사는 그러나 한국적인 것을 연구한다며 오늘 우리의 현장과는 전혀 다른 시대의 상황을 신학적으로 접목하려는 이러한 노력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김 목사는 "한국적인 것을 찾는 한국 신학자들 중에는 오늘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이 한국적인게 아니고, 몇백년 전의 문화여야만 한국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오늘 우리고 울고, 웃고 때론 미치기도 하는 이 현장의 언어를 신학화하는 일에 그 관심과 노력을 쏟는게 더 필요하다고 보며 그것이 한국 신학자들의 과제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바르트와 틸리히 연구에 매몰된 신학 연구에서 한국교회의 경험은 연구되지 않고 소외되고 있다"며 "오늘날 작은 교회에서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신앙 형태들을 재발견하고, 이름 붙이고, 설명하는 일들은 대단히 중요한 신학적 자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고도 전망했다.
 
차정식 교수(한일장신대, 신약학) 역시 서양 신학 연구에 매몰된 한국 신학자들이 주체적 신학 언어를 상실하고 있음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차 교수는 “한국 신학논문에 각주화되고 참고문헌화된 자료의 거의 대부분이 서양신학의 자료”라며 “특정한 대가들, 더 정확하게는 연구자 본인이 나름의 이유로 대가로 여기는 ‘안전한’ 서양 신학자들이 펴낸 원전에 주석적 설명이나 예찬 어린 평가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주체적 신학 언어가 탄생될 기미를 보이기도 전에 소위 대가들의 언어에 잡아먹혀버리고 마는 듯한 서글픈 사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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