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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의헌 칼럼] 동성애 칼럼을 마무리하며

최의헌 · 심리상담연구원 '나무와 새' 원장

▲심리상담연구원 '나무와 새' 최의헌 원장
필자가 12회 연재를 요청받았을 때 동성애에 대한 주제만 쓰기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성애에 관한 글은 이번으로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남은 5회의 칼럼은 자살에 관한 주제를 다룰 것이다. 두 주제는 기독교 안에서 냉대를 받기 쉬운 약자와 소수자의 특성을 갖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해를 하자는 것이 가장 큰 메시지였다. 거기에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로마서 1:26~27절에 있는 바울의 시각대로,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성애자가 동성애를 질타할 자격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예수님이 간음한 여인을 향해 말하듯 죄 없는 자가 먼저 동성애에 돌을 치라고 하면 아무도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렇다고 잘잘못과 죄에 대해서 모호하고 애매한 말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례요한처럼 회개하라고 외치려면 잘못했다고 지적도 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항상 본질은 배타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화해에 있다.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다는 말씀은 결코 말장난이 아닌 것이다.

자주는 아니지만 진료실에서 동성애에 대해 그리고 성적소수자에 대해 마주하게 된다. 나는 비판자가 아니다. 나는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듣는다. 물론 기준을 세워보려고 하고 조언과 충고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그들에게 먼저 배운다. 내가 접해보지 못한 그들 세계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해주니 이후에 다른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때 도움이 된다. 그들 입장에서 어려운 점을 이해해본다.

내가 진료했던 한 성적정체감 내담자는 몇 년 후 성전환을 하고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자기의 외형상의 남성성과 내면에서 계속 밀려오는 여성성의 부조화를 오래오래 견디면서 인정해보기도 하고 부정해보기도 하면서 지나갔으리라. 사춘기 시절 남학교에서 같은 남자들끼리 장난치고 웃고 떠들 때 어느 누군가는 그 속에서 마치 남탕 속에 잘 못 들어온 여성처럼 심한 성적 수치감을 애써 숨기며 지나가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실제로 내담자는 체육시간에 옷을 갈아입을 때 그러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자신의 환상과는 달리 다른 남성에 비해서도 털이 많은 자기 육체가 너무 싫었다고 했다. 군대 문제로 행정적인 처리를 필요로 하고 호르몬치료로 수술 전에 ‘여성으로 살아가는’ 경험을 해보기도 하고, 최종적으로 큰 성형수술이 이루어졌다. 이제 남은 건 자신이 이제 여성이 되었다는 것을 행정적으로 정리하는 일이다.

더더욱 어려운 문제는 그가 개신교인이었다는 점이고, 그가 성전환을 기대하는 입장에서 수술비를 마련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성적 일탈을 허락한 점이었다. 내가 그에게 조언했던 핵심은 성정체성에 관한 것이 아니었고 윤리적인 문제였다. 현실의 각박함으로 괴로워하는 것을 동의할 수는 있으나, 아무리 그래도 돈 때문에 부적절한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을 해주었다. 어려워도 보다 정당하게 돈을 모으고 조금이라도 더 떳떳한 영역에 서 있으라고 당부했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요8:11)”는 예수님 말씀을 내 수준에 맞추어 흉내 내었다고 할 수 있겠다. 내 당부는 현실화되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내 말이 그에게 책임과 부담을 부과한 셈이 되었겠지만, 사실 이미 안고 있었던 짐이었으리라. 나는 현장에서 잡힌 간음한 여인이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이후로 다시 그러한 문제에 빠지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이 그렇지 않은가? 그리고 같은 문제에 더 자주 빠지는 게 우리 아닌가? 그렇긴 해도 그 여인이 이후의 삶에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는 예수님의 음성을 삶의 기준과 방향으로 삼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로선 그가 나를 만났다는 것에서도 의미를 찾았으면 하는 작은 기대를 갖는다. 같은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탈피할 수 없는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심지어 같이 죄를 공모하는 꼴이 되었을지라도, 하나님의 자비를 구하며 잠깐이라도 함께 그 길을 간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가 그리스도인인데 어디를 가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을까? 오히려 같은 그리스도인이니까 더 큰 돌을 던지지는 않을까 염려하게 되는 게 사실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예를 든 내담자가 학창시절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어서 오히려 좋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이 이해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의 전형적인 예이다. 그런 자신의 생각이 다수와 소수를 뒤집어 놓고 가해자와 피해자를 바꿔 놓는 발상이라는 것을 잘 알았으면 좋겠다.

이번에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을 반대하는 사람 중에는 차별금지 항목으로 ‘성적 지향’이 들어있다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안다. 전체 맥락에서 조례안을 반대할 수는 있겠다. 하지만 성적 지향이 들어가는 게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주장만큼은 안 했으면 좋겠다. 아마 그 중에는 동성애로 애꿎은 피해를 받은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가 있을 수 있겠다. 그 고통을 이해한다. 하지만 그 부모들도 그 반대가 훨씬 다수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자기 자녀의 피해의 보상은 조례안을 반대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자녀의 심리적 상처를 감싸고 조금이라도 후유증이 덜 남도록 치료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겠다. 확실히 좋은 의도의 어떤 활동이라도 부정적인 요소가 있게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 의도를 부정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좋은 의도를 추진하되 부정적인 요소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애써야 할 것이며 아쉽게도 부정적인 요소가 나타나면 그에 따른 충분한 보상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면 누가 보상해야 하나? 교회가 그러한 주체 중의 하나가 되면 정말 좋겠다. 그런 걸 뒤치다꺼리라고 하나? 그렇게 환영받을 만한 일도 아니고 수고는 수고대로 들어가는 그런 일이다. 그러니 교회가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실은 그런 비슷한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가족들 사이에서 벌어진 많은 고통과 억울함들이 진료실에서 고백된다. 내가 거기에 능숙하지는 못하다고 해도 그런 뒤치다꺼리에 일조하는 것에 한 편 자긍심을 갖는다. 물론 부지불식간에, 가끔은 못된 의도에 의해서 내가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런 일이 최소화되도록 나도 애써 노력한다. 그래서 가끔 나의 진료실이 교회와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교회가 이런 궂은일의 주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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