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태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신학자들이 성서적 전통에 근거, 생태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혜를 모았다. 참석자들이 장로회신학대학교 연구지원처가 주최한 제13회 국제학술대회가 열린 세계교회협력센터 강당을 가득 매웠다. ⓒ베리타스 |
풍요의 대명사로만 여겨왔던 문명의 이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의 반대급부가 초래하고 있는 생태계의 위기를 직시, 성서의 빛 아래서 생명을 회복하고 살리는 지혜를 모으는 자리가 마련됐다.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생태계 위기의 심각성을 인식한 신학자들이 침묵을 깨고, 성서적 전통에 근거해 생태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뜻을 모은 것이다.
8일 장로회신대학교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열린 제13회 국제 학술대회에서는 기후변화, 생명, 환경, 방사능 등에 대한 신학적 성찰을 통해 21세기의 생태계와 생명의 미래를 논했다.
이날 특히 첫 강연자 라이너 알베르츠 박사(뮌스터 대학교 명예교수, 구약학)는 히브리 성서기사에 근거해 성서가 생태 문제에 대해 어떤 중요한 가르침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성서의 평가에 따르면, 이 세상은 선할 뿐만 아니라 왜곡되어 있다. 즉, 이 세상은 근본적으로 양가성의 특징을 지니고 있는 것이며, 특히 이 왜곡에 대한 책임은 다른 생명체 가운데 주로 인간에 있다고도 알렸다. 만물의 영장이란 면류관을 쓴 인간이 행동 여하에 따라 창조세계가 선하게도 혹은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을 히브리 성서가 직접적으로 보도해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히브리 성서가 환경 보호에 어떤 의미를 갖고 있으며, 이와 맞물려 생태계 내 인간의 위치를 어떻게 재평가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해 나갔다. 알베르츠 박사는 "히브리 성서의 관점에서 보면 데카르트로부터 유래하는 인간(사유실체)과 자연(연장실체)을 대립시킨 유럽 철학 전통은 수정되어야 한다"며 "성경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거나, 또는 그 안에 있는 피조물 공동체 가운데 더 나은 한 부분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자 소유자"라고 생각했던 데카르트와는 달리, 자연과 그 안에 있는 공동체, 이 둘 모두를 창조하신 하나님이 "자연의 주인이자 소유자"이시다"라고 덧붙였다. 계몽주의 세계관에 입각해 형성된 거만한 인간의 위치에 대한 성찰을 통해 생태계의 일부분으로서의 겸손한 인간 위치의 자각을 촉구한 것이다.
알베르츠 박사는 특히 "이런 맥락에서 인간과 동물과 심지어 땅 사이의 유대관계를 인격적 관계로 규정하는 히브리 성서 본문에 대한 관찰이 중요하다"라며 "성서에 따르면 소위 자연의 중심요소인 동물과 식물과 심지어 땅은 인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물이나 대상이 아니라, 생명체, 즉 오로지 이용만 해서는 안 되는 생명체로 간주되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세계 각국의 이슈가 되고 있는 핵 개발 문제에 대해선 "(고대로부터 동일한 방식으로)새로운 기술이 주는 놀라운 혜택은 아주 강조하고 심지어 인간의 자기해방에 대한 희망을 부추기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위험은 가능한 축소되거나 무시되어 왔다"라며 "그러나 히브리 성서는 인간의 모든 발명은 근본적으로 이중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발명은 유익뿐만 아니라 항상 위험도 가지고 있다"라며 "그래서 우리는 인간의 모든 발명들에 내재해 있는 위험과 유익을 가능한 냉정하고 솔직하게 저울질해 보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또 근원으로 소급하여 선악을 알게 하는 열매를, 지혜를 탐한 인간은 그 지혜로 인해 근본적으로 양가적 속성을 지니게 되었다고 말한 알베르츠 박사는 "인간의 지혜가 그 자체로 양먼적이기 때문에 인간의 문화적 기술적 발명도 양면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남자와 여자가 지혜의 나무의 열매를 먹기로 결심하고 짐짓 하나님의 계명을 어겼기 때문에 자신의 발명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인간의 발명이 지식의 한계 때문에 미처 예상하지 못한 위험하고 재난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하더라도 그 잘못은 인간에게 있으며 그 자신의 불행한 숙명으로 돌리거나 하나님께 전가할 수 없다. 다른 어느 누가 아닌 바로 인간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 자신들의 문화적, 기술적 혁신들이 가져올 수 있는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