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내가죽어 해군기지 중단될 수 있다면 노구를 기꺼이…”

양재성 사무총장, 새길논단 여름호 기고

▲양재성 사무총장 ⓒ베리타스 DB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성직자들의 계속적인 저항에도 불구하고, 관련 당국은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 오히려 해군기지 건설 반대 목소리에 대한 단속을 더 강화하고 있기까지하다. 얼마 전 강정마을 인근에서 성직자들이 중심이 되어 열린 기도회를 경찰이 방해한 것은 그 좋은 예일 것이다.

과연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시키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양재성 사무총장은 2012년 여름호 새길논단에 기고한 ‘지성소인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자신의 십자가로 여기는 종교인들이 남아있는 한 "해군기지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 위해 수차례 강정마을을 방문한 바 있는 양 사무총장은 자신이 곁에서 지켜본 종교인들, 특히 개신교 조화순 목사와 송강호 박사 그리고 천주교 문정현 신부의 어록을 새기며, 자신이 확신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80세의 노구를 이끌고 제주에 온 것은 강정을 위함이 아니라 이 참담한 현실에 견딜 수 없어서 왔노라...(중략)...내가 죽어 해군기지가 중단될 수 있다면 이 노구를 기꺼이 여기에 바치겠다.”(조화순 목사)

“생명을 죽이는 부당한 권력에 분노하지 않는 것은 참 그리스도인이 아닙니다. 주님도 로마 제국과 헤롯 정권, 부패한 종교 권력에 분노하지 않았나요? 충분히 분노합시다. 그리고 저항합시다. 평화는 말로 지켜지지 않습니다. 거룩한 행동이 평화로운 세상을 가져올 것입니다.”(송강호 박사)

“지금껏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어 왔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가권력에 의해 죽거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는 주민들을 만날 때면 가슴이 아파 그 자리를 쉽게 떠날 수 없었다...(중략)...내가 이곳에 있다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단지 강정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고통을 받고 있는 주민들과 계속 함께 있고 싶다. 아마도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인 것 같다.”(문정현 신부)

그러면서 양 사무총장은 제주 해군기지 사업의 문제점 등을 들어 재차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촉구했다. 무엇보다도 2011년 4월 29일 대양해군정책이 사실상 폐기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해군의 군사 정책은 크게 볼 때, 해상 교통로 보호와 원양작전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대양해군정책과 대잠수함 작전과 연안에서의 북한 도발 격퇴에 필요한 능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연안해군정책으로 나뉜다.

양 사무총장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대양해군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국책사업"이라며 폐기된 대양해군정책으로 "해군기지를 건설한 국가 안보의 필요성이 현저히 감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안보를 빙자하여 강행하는 것은 의문을 키우고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라고 했다.

또 제주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지역으로 선정된 데에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는 "강정 앞바다는 절대보전지역이며,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되었고, 경관 보전 지구 1등급이며, 천연기념물인 연산호 군락지로 문화재보호구역이기도 하다"며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강정 해안과 바다는 사라진다. 공유 수면 매립 면적은 6만 여평으로 해양 생물의 서식지 소멸과 생태계의 절멸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아울러 강정마을에 대한 기독교의 입장을 대변한 그는 "한국교회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이 창조 신앙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창조 질서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을 반목하게 하고,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고 동아시아 평화를 깨뜨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화가의 그림에는 화가의 정신과 희망이 담겨 있듯이, 자연 만물도 창조주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을 담고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자연을 파괴하는 행위는 계시를 부정하는 행위로, 하나님께 대항하는 불신앙이며, 기독교에 대한 도전 행위이기에 용납할 수 없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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