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노랑머리에 노랑 뾰족 구두…목사가 클럽에서 예배를?!

‘다른’ 교회를 말하다- 블루라이트교회 송창근 목사편

▲덥수록한 노랑머리에 아무렇게나 걸친 티셔츠와 청바지 그리노 노랑 뾰족 구두. 주중에는 교회와 하등 관계가 없는 이곳 공연장에서 송창근 목사(48)는 매 주일 이 차림새로 무대에 오른다. 그리고는 ‘복음’을 전한다. ⓒ베리타스

덥수룩한 노랑머리에 아무렇게나 걸친 티셔츠와 청바지. 노랑색 뾰족 구두는 덤이다. 홍대 클럽 거리를 누비는 젊은이들의 패션이라면 문제가 없을 터, 그러나 당사자가 목사라면...한 걸음 양보해서 평상복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손치자. 그런데 이 차림새로 예배를 인도한다면. 하기야 화려한 조명과 함께 기타와 건반 그리고 드럼이 하모니를 이루며 흥을 돋구는 예배 현장의 한 가운데서 흰 셔츠에 넥타이를 맨 말쑥한 차림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더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리라.

‘블루라이트’ 교회 송창근 목사(48). 그가 젊은이들의 에너지가 한껏 발산되는 이곳 서울 마포구에 소재한 홍대 클럽 거리에 교회를 개척한지는 3년 6개월. 당시만 해도 십수명에 불과했던 교역자 및 성도들은 이제 150명을 넘어섰다. 1년 전에는 공연장도 인수했다. 재정 자립도는 65%에 달했다.

송 목사는 읍, 면에 소재한 작은교회부터 시작해 성도수 1만 여명이 넘어가는 대형교회를 두루 섬겼다고 한다. 자신을 파송한 안산동산교회(담임 김인중 목사)만 해도 성도수 1만 5천 여명에 이른다. 대개 어렵게 대형교회 교역자로 발탁되었을시 높은 사례비와 안정된 직장(?) 때문에 그 자리에 안주하는 경향이 크다. 특히 대형교회에서 인정만 받는다면 어지간한 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할 수 있는 길도 쉽게 열린다. 그런데 송 목사는 그런 류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개척교회란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왜일까?

송 목사는 이렇듯 자신의 안정을 포기한 이유로 "다음 세대를 향한 비전 때문"이라고 했다. 기존 정형화된 교회에서 피 끓는 젊은이들을 담아내는 것이 역부족이었다는 판단이, 아니 오히려 그런 교회가 각기 다른 개성 넘치는 이들 청년들의 ‘다름’을 견뎌내지 못하고 쫓아내 왔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 그리고 일종의 책임감이 자신을 이곳 홍대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교회 이름의 의미를 물었다. 송 목사에 따르면, 블루(Blue), 라이트(Light)는 다차원적인 의미를 갖는다. 먼저 성서적 맥락에서 살펴볼 때 블루와 라이트가 뜻하는 바는 물과 불이다.우리의 갖가지 어두운 죄성을 깨끗하게 몰아내고, 예수 그리스도의 빛을 발산하는 성령(Holy Spirit)을 두 단어를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블루라이트 라이브홀 입구에서의 송창근 목사. 주중에는 일반 공연장과 다를바 없는 이곳 공연장은 주일만 되면 여지없이 예배의 장소로 변한다. ⓒ베리타스
문화적 맥락에서는 소통의 코드를 발견했다는 데 의의를 두었다. 현재 한국교회와 젊은이들이 점점 멀어지고 있는 핵심적 이유로 송 목사는 "기존교회가 청년들과 소통해야 할 소통의 코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다음 세대는 ‘이미지’를 소통의 코드로 삼고 있다. 블루라이트(Blue Light)는 젊은이들이 한껏 에너지를 발산하는 클럽 한 복판을 비추는 푸른 조명을 뜻하는 것으로, 이곳에서의 예배가 기존 딱딱하고 엄숙한 예배 형태를 벗어나 즐길 수 있는 무대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개척 초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홍대 클럽이 어딘가. 문화를 향유할 줄 아는 젊은이들이 한 데 모이는 곳이 아닌가. 처음엔 많이 위축된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교회가 문화에 있어서 만큼 매번 뒤쳐지지 않았나. 솔직히 복음 하나만으로 그들을 변화시켜 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고 송 목사는 털어놨다. 3년 6개월 전 무턱대고 구한 사무실이 홍대 클럽 거리의 정 중앙에 있는 건물이었다. 위, 아랫층이 젊은이들이 술을 마시거나 춤추는 바(Bar)나 클럽이었다. 위축될만도 했다.

그래서 처음 1년,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것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복음’은 슬그머니 뒤에 감춰놓고, ‘복음’을 담을 포장지 색깔을 놓고 고민했던 송 목사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혹시 ‘복음’을 부끄러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 시로부터 "복음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던" 사도 바울의 로마서 강해를 해 나갔다. 한 번 설교를 시작하면 45분 간 끊이지 않았다. 스파르타식이다. 그 과정에서 목회자로서 잃은 자신감은 회복되었고, 성도는 늘기 시작했다.

"개성 넘치는 젊은이들을 돌보는 일이 어렵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돌봄 사역에 관한 질문에 송 목사는 "기존 교회에 비해 10배의 노력이 더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블루라이트 교회의 성도들 50% 이상이 불신자나 과거에 교회를 한, 두번 다녀본 이들이다. 매주 친구들을 따라 혹은 공연장(?)인줄 알고 번지수를 잘못(?) 찾아온 새가족은 세명에서 네명. 내일이면 기약없이 이별을 해야할지 모를 이들 때문인지 새가족부에 교역자와 리더들이 두는 관심은 남다르다.

송 목사는 "기존교회, 특히 대형교회에서 성도들의 익명성이 너무 강화되고 있다"면서 "개개인의 인격성이 살아나지 않는, 그런 틀에 갇힌 교회가 다음 세대를 위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 '복음'은 익명성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처음 출석한 사람을 향해 마이크를 들이대는 일을 결코 빼먹지 않는다. ‘말 트임’을 성도의 교제로 전환하는 첫 단추로 삼고 있었다.

성도의 교제와 관련해 ‘셀’을 목회 시스템으로 운용하고 있는 송 목사는 교역자의 위치에 있는 셀리더들이 개성 넘치는 셀멤버들과 셀모임을 갖고 있던 중 벌어진 충격적 일화들을 소개했다. 셀모임을 갖는다는데 맥주캔을 들고 온 어느 형제 이야기, 셀모임 중 음식을 나누는데 그 와중에 생맥주를 시켜 보리차처럼 들이킨 어떤 자매 이야기 등등 송 목사는 성과 속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선을 그어야 할지를 놓고 매우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송 목사는 "예배의 시간 만큼이나 성도의 교제 시간은 성스러운 시간이란 생각에 셀모임의 장소가 어디서 이뤄지던 간에 그 시간은 예배의 시간이다. ‘술 만큼은 절대 안된다’고 아이들에게 못박았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술판을 벌이는 일만큼은 용납이 안된다는 그의 생각이 반영된 결정이었다. 그렇다고 송 목사는 "술하지 마라, 담배 끊어라"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었단다. "복음의 능력으로 은혜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끊지 않겠어요?"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예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블루라이트교회 성도들. ⓒ불루라이트교회 제공

네트워크 교회를 꿈꾸는 송 목사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라면 블루라이트 교회는 재정 자립이 가능한 시기(내년 3월∼4월경)인 성도수 200명을 넘어설 때 즈음 또 다른 젊은이들의 문화의 거리로 개척교회의 문을 활짝 열 계획이다. 송 목사는 앞서 언급했듯 익명성에 가려진 성도 개개인의 인격성의 회복을 중요시 하는데 성도 개개인의 인격성이 훼손되지 않는 교회의 규모로 성도 수 200명을 고집했다. 때문에 두 번째로 개척교회의 문을 열게 될 이대 카페의 거리에서도 성도수 200명의 교회로 자리 잡을시 다음 행선지로 향할 계획이다. 기존교회라면 어느교회라도 ‘속되다’ ‘더럽다’ 일컬으며 꺼려할 만한 이태원 힙합 거리가 그 세 번째 개척교회가 될 것이란다. 그래서 향후 이들 교회를 엮어 성도들 개개인의 특색에 따라 예배의 장소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며 자신을 포함한 대표 교역자와 함께 순환 목회 형식으로 매주 예배 장소를 옮겨가며 주일 설교를 전한다는 방침이다. 활력이 넘치는 젊은 성도들과 교제하는 시간은 덤이다.

송 목사는 기존교회와는 달리 개성을 존중하는 교회를 추구한다. 때문에 젊은이들의 저마다의 특징이 살아 숨쉬는, 각자의 ‘다름’이 숨쉬는 교회를 위해 클럽 문화, 카페 문화 심지어 힙합 문화와의 교류도 서슴지 않겠다는 각오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같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구 시대적 패러다임인 ‘동일성’의 신화에 함몰되어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지 않는다. 같지 않으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다. 때문에 ‘나’와 다른 ‘너’를 분리하고 배제시켜야 할 대상으로만 파악한다. 교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교회 다운 교회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 형태로든 고정화 된지 오래다. 이러한 교회관, 목회관 아래서 저마다 개성이 독특한 성도들은 숨쉴 틈을 찾지 못한다. 이렇듯 정형화된 기존 교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차원에서 본지는 앞으로 개개인의 삶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저마다의 ‘다름’의 가치를 교회 내에 어떻게든 새기려는 ‘다른’ 교회를 말하고자 한다. 성도 개개인의 ‘다름’이 숨쉴 수 있는 터전 찾기에 다름 아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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