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필라델피아에 소재한 기쁨의교회를 개척해 십수년간 목회 활동을 해오다 최근 안식년을 맞아 방한한 박성일 목사를 만났다. 박 목사는 인터뷰 시작서부터 ‘소통’에 있어 한참 뒤쳐져 있는 한국교회를 질타했다. ⓒ베리타스 |
대개 정형화 된 우리네 한국교회는 소통 보다는 호통의 문화에 더 가깝다. 소통에 따라 붙는 ‘질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목회자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조건 반사적으로 성도들의 이러한 ‘질문’에 ‘의심’이란 죄목을 달며, 호통부터 하기 일쑤다. 이러한 목회 환경 아래 신앙을 갈고 닦으며, 지성을 추구하는 평신도 신앙인들은 자연히 종적을 감추기 마련이다.
기자는 이민교회를 개척해 십수년간 목회 활동을 해오다 최근 안식년을 맞아 방한한 기쁨의교회(필라델피아 소재) 박성일 목사를 만났다. 박 목사는 정확히 10년 전 이러한 ‘소통’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뜻을 같이하는 몇몇 목회자들과 함께 ‘열린 말씀 포럼’을 열었고,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박 목사가 이민교회 목회자들과 함께 시작한 ‘열린 말씀 포럼’은 목회자가 일방적으로 말하고 끝맺는 여타 부흥회 형식과는 결을 달리한다. 목회자와 목회자 간 그리고 평신도와 목회자 간 ‘소통’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포럼의 주강사로 참여하는 목회자들은 강연의 주제를 입맛대로 고르는 법이 없다. 다만 평신도가 관심하는 것들을 대상으로 박 목사가 정해주는 주제에 맞게 충실히 강연을 준비할 따름이다.
‘열린 말씀 포럼’의 프로그램 중 소통의 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열린 좌담회’는 이 포럼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이 좌담회에 참여한 평신도들 모두에게는 어떤 구속과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질문할 권리가 주어진다.
“첫 번째 집회를 열었을 때 그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평신도들은 목사들이 앉아서 자기 질문을 받아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충격을 받았다. 나 혼자서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그냥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는데 6명의 목사들이 앉아서 같은 얘기를 하니까 마치 확성기를 들고 얘기하는 것 같더라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컨퍼런스가 10년이나 지속된 것이다.”
첫 번째 집회의 주제는 성령론이었다고 한다. ‘성령’이란 이름주의에 빠져 있는 교회를 나무라던 차였다. 그는 "당시 성령이 여시는 은혜의 새 시대란 주제로 첫 포럼을 열었던 것 같다"면서 "소위 기적을 상식으로 여기며 상식과 이성의 룰을 없애려는 기독교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은사에 대해 재평가 하는 시간도 가졌다"고 말했다. 맹목적인 ‘은사주의’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 탓인지 반발도 심했다는 후문이다.
▲박성일 목사는 그가 시작한 ‘열린 말씀 포럼’의 동맹이 ‘변화’를, ‘다름’을 추구하는 다른 이민교회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서도 이어졌으면 하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베리타스 |
10주년을 맞은 올해의 집회 주제는 ‘소통’이었다. 박 목사는 "오늘날 한국사회를 포함한 이민사회에서 ‘소통’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교회를 포함한 이민교회는 소통이 아닌 호통치는 기독교로 그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는데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가졌으면 했다"고 말했다. ‘소통’이란 주제를 정함에 있어 목회자 신분상 심리적 부담 때문인지 어려움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기존 교회에서라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내 우두머리 집단에 속해 있는 목회자들이 스스로의 권익(?)을 포기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이다. 이러한 목회자들의 자기 낮춤, 자기 비움이 평신도들에게 자칫 위선적으로 비쳐지지는 않을지 하는 우려였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사회로부터 집중 포화를 맞고 있는 원인을 ‘소통의 부재’라고 꼽은 그는 한국교회가 지성을 추구하는 평신도들을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 변증의 능력을 기를 것을 권하기도 했다. 세속적 가치와 단절되다 시피 한 목회자들 보다는 세속적 가치를 두루 섭렵한 평신도들이 기독교의 가치를 변증하는 게 더 실효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박 목사는 ‘열린 말씀 포럼’의 동맹이 ‘변화’를, ‘다름’을 추구하는 다른 이민교회들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에서도 이어졌으면 하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현재 12명의 이민교회 목회자들이 참여하는 ‘열린 말씀 포럼’은 단순 친목 단체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교파를 초월한 이들의 모임은 이미 연합체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으며 이민교회 연합운동의 주축으로서 그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열린 말씀 포럼’에 참여하는 회원 교회들에서는 매년 돌아가면서 열린 좌담회 및 컨퍼런스가 열린다. 10주년을 맞은 올해 컨퍼런스는 기쁨의교회에서 열렸으며 올해 11월엔 역시 회원교회인 LA 한길교회(담임 노진준 목사)에서 ‘열린 좌담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박 목사는 "우리는 성경관을 구속사적이며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하여 성경을 가르친다"고 했으며, 특히 "교회관에 있어선 지도력의 분산 및 다양화를 꾀하여 장로교 전통을 충실히 따르고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독단적인 사역의 포멧을 만드는 일을 서로 견제하고,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또 다른 가치인 협력, 동역을 중요시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때문에 회비만 내고 별다른 목적 없이 친목만을 도모하는 여타 친목단체와는 구별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박 목사는 앞으로도 ‘열린 말씀 포럼’을 지속해 교인의 숫자와 교회의 규모 등 물량주의·수량주의에 빠져있는 한국교회를 그대로 모방하고 답습하는데 급급한 기존 이민교회의 정형화 된 교회관을 깨고, ‘다른’ 교회의 모델을 계속 제시해 나가겠다는 각오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같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구 시대적 패러다임인 ‘동일성’의 신화에 함몰되어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지 않는다. 같지 않으면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이다. 때문에 ‘나’와 다른 ‘너’를 분리하고 배제시켜야 할 대상으로만 파악한다. 교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교회 다운 교회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 형태로든 고정화 된지 오래다. 이러한 교회관, 목회관 아래서 저마다 개성이 독특한 성도들은 숨쉴 틈을 찾지 못한다. 이렇듯 정형화된 기존 교회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차원에서 본지는 앞으로 개개인의 삶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저마다의 ‘다름’의 가치를 교회 내에 어떻게든 새기려는 ‘다른’ 교회를 말하고자 한다. 성도 개개인의 ‘다름’이 숨쉴 수 있는 터전 찾기에 다름 아니다.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