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
나의 심리적 반응도 “올것이 왔구나!”라는 심정이어서 한마디 아니할 수 없다. 부끄러움을 넘어 수치스럽고 분함을 금하기 어렵다. 어쩌다가 한국 기독교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이런 날이 오리라고 맘 조마조마하면서 지하철 안에서의 전도행각을 제발 중지할 수 있을까 염려만 해오던 늙은 신학자는 오늘의 이 수치스런 상황이 올 때까지 수수방관한 한국 개신교의 개교회주의, 묻지마 교회성장주의, 개화기시대 의식에 멈춰있는 한국교회 모든 목사들과 지도자들 앞에 통분하며 개혁하자고 울부짖고 싶다.
복음전도, 예수전도를 절대사명으로 여기는 열심신도들이나 교회지도자들 중에는, 설혹 승객 중 좀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승객에게 큰 피해가 없는 일이고 전도내용을 들어서 해될 것도 없는 일이요, 설혹 욕을 다소 먹더라도 신자 한명이라도 얻는다면 대중교통수단 안에서의 ‘전도행위’는 반대 할 일이 아니라고 강변 할 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옳고 효과적인 행동일까?
‘전철내 전도행위’는 불법이고 반기독교 정서 확대하는 선교 적대행위
전철 안에서만이 아니라 다른 공공 교통수단 안에서나, 역 광장이나 버스터미널 공동광장에서 확성기를 사용한 전도행위에 대하여 한국 기독교 전체가 책임을 져야하고, 공동대처해야 할 시점에 이르고 있다. 왜냐하면 그러한 행동이 조사결과를 보면 반기독교 정서 확장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을 얻을런지 모르나, 백사람을 기독교 반대인으로 만들거나 적어도 기독교를 멸시하고 폄하하는 국민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첫째 생각할 점은, 종교는 일반 윤리 혹은 도덕이 요청하는 수준을 충분히 충족시키면서 그 이상의 생명가치 차원을 지시하는 공동체인데, 일반적 사회도덕 수준에도 미달이라면 기독교의 진리주장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입이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그동안 정부감독기관에서 전철 안에서의 특정종교 전도행위가 공공교통수단 운영규칙에 불법행동임을 몰라서 적극 단속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종교단체 건드려서 덕 볼 것 없다는 공무원들 보신주의요, 노골적으로 말하면 특히 보수적 기독교단체들이 ‘종교 선교자유 방해’라는 말로 정부에 항의하는 골치 아픈 일을 피하자는 것이었다.
정부의 감독 기관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당사자인 기독교 종파에서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교회협)’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지체 높으신 분들이 그 일에 소극적이거나 “우리교회책임, 우리교단 책임은 아니다”라는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에 머물러 있을 때, 시민의 축적된 불만과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 것이다. 시민들은 전철 안에서의 ‘전도행위’를 통해서 오늘날 한국 개신교의 안하무인적인 독선행위, 지독한 종파적 이기주의,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종교적 광신주의를 보는 것이다.
만약, 기독교만이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기회를 이용하여 자기의 신념이나 종교를 전달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불교와 원불교와 천주교와 이슬람교와 천도교가 개신교의 그것처럼 ‘전철 내 전도행위’를 한다면 어찌되겠는가? 그러므로 우리가 알아야할 것은, 전철안의 ‘전도행위’는 복음전도를 실질적으로 방해하고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역설적 반기독교단체 행동이 되는 것이다.
둘째, 전철안의 ‘전도행위’ 가 법률적 불법행위만이 아니다. 그 전도내용과 진리가 ‘복음적이고 성경적’이라는 호신복을 입고서 극단적 보수교리와 시대착오적인 진리주장 논쟁을 불러일으켜 기독교를 시대착오적인 종교상품으로 전락시킨다는 문제인 것이다. 은근히 불교 등 타종교를 비방한다든지, 진화론과 창조론을 터무니없는 지식가지고서 비교 주장 한다든지, 지옥 심판론 등을 가지고 협박하는 투의 전도내용이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러한 종류의 전철전도 내용을 듣는 시민들은 기독교를 반지성적 종교, 전형적인 종교독단 종교독선집단체로 규정해 버리고 행여 자녀들이 이교집단에라도 물들까봐 기독교교회 기피경보를 자녀들에게 내리는 것이다.
셋째, 전철안의 전도행위는 한국 기독교가 전혀 책임적으로 지도되지 않고 통제되지 않으며,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신뢰할 수 없는 오합지졸의 종교집단이라는 판단을 하게 한다. 현실적으로 ‘전철전도행위’에 대하여 소위 한국 개신교를 대표한다고 자처하는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금지절제성명을 낸 적 없다. 교회협이나 한기총 책임자들이 “전철 내 전도행위를 우리는 반대합니다”라는 알림광고 일간신문에 낸 적도 없다. ‘신유축복집회’ 광고를 그렇게 자주 큰 돈 들여서 일간신문에 내는 전도 집회단체들은 ‘전철 내 전도행위’를 지지한단 말인가 반대한단 말인가 분명히 밝힐 것을 요청한다. ‘전철전도행위’를 계속 방치한다면, 시민들의 비난은 전체 기독교가 다 먹고, 결과적으로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쓰레기 집하장의 폐기물처럼 여기게 될 정도로 예수 이름에 오물을 끼얹는다. “올 것이 왔다!” 더 늦어 망신당하기 전에 한국 기독교는 잠에서 깨어나고 환골탈태하여 공동대처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