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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금] ‘한국 교회가 전력해야 할 일’에 대한 응답

전병금 목사 (한복협 중앙위원, 강남교회 담임)

오늘 세 분의 목사님이 한국 교회가 전력해야 할 일에 대해 발표하셨는데 너무 소중한 의견들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을사보호조약과 한일합방 이후 한국 교회는 아직 미약한 교세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항일독립운동의 전초기지가 되어 독립운동을 주도적으로 펼쳤고, 다른 한편으로는 학교를 세워 문맹을 퇴치하고 외국의 선진문명을 도입하여 미신을 타파하고, 병원을 세워 많은 질병을 고쳐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습니다. 이렇게 한국 교회가 선교 초기에 역사 발전에 크게 공헌한 이유는 한국 교회가 ‘하나’가 되어 ‘기도’를 열심히 하고, ‘말씀’을 설득력 있게 선포했기 때문입니다.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한국 교회는 선교 초기에는 연합과 일치를 이루어 선교 사역을 아름답게 감당했습니다. 선교 초기 장로교와 감리교의 6개 선교부 선교사들은 한국에서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선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상호 존중의 원칙 하에 선교부간 선교 지역 분할 협정을 맺었고, 선교 사업에 있어서 협력을 기하고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하나의 복음주의 교회를 조직하기 위하여 1905년 9월 11일 ‘한국복음주의선교회연합공의회’를 조직하였습니다.
또한 한국 교회는 1906년 평양 장대현교회에서 길선주 장로로부터 시작되어 1907년 평양에서 촉발된 한국 기독교 부흥의 시발점이 된 새벽기도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선교 초기부터 기도하는 교회였고, 주기철, 김재준, 한경직, 박윤선 등 한국 기독교사에 크나큰 업적을 남긴 분들을 목회의 길로 인도한 부흥사 김익두, 이성봉 목사가 보여주듯이 말씀 선포와 그 말씀에 기초한 성령에 불타는 교회였습니다. 한국 역사 발전에 크게 기여한 한국 교회는 70-80년대는 노동 운동과 민주화 운동을 통해 한국의 정치 발전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역사 발전에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한국 교회가 90년대에 들어 갑자기 죽어 버렸습니다. 한국 교회가 탕자가 되다 못해 결국에는 죽어 버린 것은 90년대 이후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할 교회가 전적으로 부패하여 한국 사회가 교회에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에 나타난 필연적인 결과였습니다. 학생들과 시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무참히 짓밟아 버린 박정희 5.16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우리나라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물량 위주의 성장주의가 교회에 침투하게 되어 가장 질적이어야 할 교회마저 이러한 물량주의에 매몰되어 교회성장 제일주의에 빠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더욱 악화시킨 것은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로 인한 교회의 심각한 분열이었습니다.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는 잘못된 교파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속한 교회와 교단만 옳다고 여기고 타 교단은 틀리다는 식의 극단적인 배타주의가 한국 교회를 휩쓸었습니다. 또한 각 교회와 교파 간의 지나친 경쟁으로 교회의 공동체 의식이 사라졌습니다. 외국과는 달리 한국 교회는 교파의 벽이 너무 높아 그 누구도 그것을 허물지 못할 정도입니다.
한국 교회는 이러한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에 기초하여 놀라운 성장을 해 왔습니다. 즉, 분열을 통해 성장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런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는 ‘하나’의 교회를 이루라는 사도들의 권면을 어기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교회의 성장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초기 한국 교회가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경제적으로 독립하기 위하여 사용된 네비우스적인 방법은 분명 개교회의 발전에 중요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교회의 독립과 성장만이 지상명령이 되는 것으로 그 방법을 해석하고 사용할 때 나타나는 문제점은 역사적으로 심각합니다. 그것은 교회 자신만의 성장에만 관심을 두기에 신앙의 비역사화를 가져옵니다. 오로지 나의 구원, 내 교회만이 중요하지 우리 사회, 우리 역사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제 성장에 방해가 되기에 역사적인 문제에 교회는 개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게 역사의식을 상실하고 개교회주의와 교파주의에 매몰되어 가면 한국 교회는 죽어서 결국 공동묘지로 갈 것입니다. 
이렇게 보았을 때 한국 교회는 세 가지 일에 무엇보다 전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첫째는 바로 말씀과 기도이고, 둘째는 연합과 일치를 이루는 것이며, 셋째는 사회에 봉사하는 것입니다.

먼저, 임석순 목사님은 한국 교회가 전력해야 할 일이 바로 말씀과 기도라는 것을 정확히 지적해 주셨습니다. 임석순 목사님은 “하나님은 말씀으로 일하신다”고 전제하시고, 우리가 주님의 마음을 닮아야 하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여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오늘 나에게 아무리 부끄러운 일, 고통이 있어도, 그로 인해 내가 멸시를 당한다 해도 하나님의 뜻이라면 ‘아멘’하면서 순종하고 갈 때 그것이 진정한 십자가이며 아버지께 영광이 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와 더불어 임목사님은 낙심 때문에 그리고 기도 제목이 사라져서 우리가 기도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하나님께서는 말씀과 기도를 통하여 우리와 일하시기를 원하신다” 결론을 내리십니다.

손인웅 목사님은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치신 교회는 본래 하나의 교회이다”고 지적하시고 왜 교회가 분열되었는가를 묻습니다. 그리고 그 대답을 교리적인 갈등에서 찾기보다는 사랑으로 화해하지 못한 윤리적 결과라고 답을 내리셨습니다. 그리고 왜 기독교가 사랑의 종교임에도 실제로는 가장 전투적인지를 바로 ‘거룩한 전쟁’ 개념에서 찾습니다. 또한 손목사님은 종교개혁을 무조건 긍정하지 않습니다. 종교개혁은 복음의 순수성과 정통성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좋았지만 그리스도의 몸을 찢어 놓은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한국 교회의 분열의 역사를 서술하시면서 그 분열을 극복할 대안으로 교회 개혁과 일치 문제를 공동으로 협의하기 위한 연합기구인 교단장협의회가 재가동되어야 한다고 제안하였습니다.

이정익 목사님은 신촌교회의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이목사님이 보시기에 교회의 사랑과 사회봉사 프로그램은 21세기 한국교회의 새로운 목회 패러다임입니다. 이러한 입장의 신학적 근거로 교회를 이루는 세 축, 즉 케리그마, 디다케, 코이노니아를 말씀하시고, 지금까지 한국 교회는 복음적 설교나 전도, 교육에만 치중했다고 보시고 지금은 사회와 이웃을 위한 코이노니아적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강조할 때라고 역설하셨습니다. 이러한 신학적 입장에 근거하여 총 15가지 신촌교회의 사회봉사 프로그램을 설명하시고 결론적으로 “이제 교회는 그 지역을 향하여 문화를 열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서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 교회가 오늘의 사태에 이른 것은 첫째,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말씀과 기도가 사라졌고, 둘째, 연합과 일치를 이루지 못했으며, 셋째, 내적 성장에 치우쳐 사회에 봉사를 게을리 했기 때문입니다. 세분의 목사님들은 각각의 문제에 대해 올바른 처방을 내리셨습니다. 임석순 목사님의 말씀대로, 또 사도행전 6장 4절 말씀처럼 우리 목회자들은 영적인 부흥을 위해 기도하는 일과 말씀 전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며, 손인웅 목사님의 말씀대로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위해 적어도 교단장협의회를 복원시켜야 할 것이며, 이정익 목사님 말씀대로 코이노니아적 목회를 위해 사회봉사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교회가 처한 상황과 문제를 바로 보시고 거기에 적절한 대안을 제시해 주신 목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출처: 한국복음주의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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