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상 NCCK 신임회장이 20일 오후 정동 달개비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베리타스 |
김 신임회장은 준비된 기자회견문을 읽는 관례를 제쳐두고, 기자들과 허심탄회하게 질의를 받고 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김 신임회장은 윤리적으로 많은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교회를 두고, 자성의 시간이 필요할 때라며 공공성 회복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김 신임회장은 무엇보다 감리교의 ‘세습 방지법’ 통과 이후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는 교회 세습 문제에 대해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교회 공공성 문제는 민감한 얘기지만 신앙이 없어서 생기는 일"이라며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있었으면 여기까지 안온다. 어떻게 그 교회가 사유화가 되고, 어떻게 그 교회가 세습 얘기까지 나오는가"라고 반문했다.
신앙운동의 필요성을 언급한 그는 이어 "저는 지금 한국교회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상황들은 하나님 없이 하늘의 노래를 짓껄이는 이상한 집단들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고 본다"며 "세습보다 심각한 것은 (우리에게)믿음이 있는가.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망이 있는가를 묻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권력욕·명예욕·물욕 등 자기 욕망을 투사, 하나님이 아닌 자기를 절대화하려는 일부 목회자들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김 신임회장은 "(믿음이 없는 이들이)혹시 하나님 나라에 포장되어 있으면서 실제로 있어야 할 나라로는 자기가 왕이 되는 나라, 자기가 소유하는 나라, 자기가 뭔가 행사할 수 있는 나라를 꿈꾸고 교회를 이루고,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져본다"고 말했다.
감리교 ‘세습 방지법’의 맹점도 지적했다. 그는 "감리교 세습법에도 맹점은 있다"면서 "아버지 목사가 아들을 다른 교회로 인턴십 과정으로 보내놓고 (교회를)서로 맞바꾸면 이 법을 피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지금 이대로 가는 한 아무리 법을 만들어도 소용없다"며 "교회가 교회다울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차원에서라도 세습이라는 말 자체가 부끄러워서 꺼내지 못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성공회 서울 대성당 앞에 선 김근상 NCCK 신임회장. ⓒ베리타스 |
앞서 WCC 총회 반대 움직임에 관한 질문에는 "예장 합동과 한기총 등이 WCC를 반대하는 것은 숙명과도 같은 일"이라며 "합동과 통합이 갈라지게 된 것도 WCC 때문이다. 합동이 WCC를 반대하는 것은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WCC 총회 준비가 차질없이 진행되게 하는데 ‘복안’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김 신임회장은 "합동측 소속 모든 목회자나 교회들이 한기총이나 합동 교단과 꼭 맥을 같이한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WCC의 기본 가치와 이념을 설득하기 위해 교단에 관계 없이 모든 사람들을 (WCC 총회 준비에) 모시려 한다”고 말했다.
특히 WCC 반대를 주도하고 있는 합동측과 관련해 "물론 교단 입장이 있어 어려움은 있겠으나 진정성을 가지고 설득하면 된다고 본다"며 "아시다시피 WCC 총회는 진보와 보수 차원이 아니다. 세계교회를 위해 한국교회가 무엇을 할 때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의 공공성 회복의 구체적 실천과제로서의 목회자 납세 문제에 대한 질문에는 "실제 소득세 납부가 가능한 목회자는 한국교회 전체의 20%가 채 되지 않을 것"이라며 "때문에 세금 문제가 때로 민감할 수 있으나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답했다.
김 신임회장은 "목회자가 얼마의 사례를 받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자연히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앞으로 목회자들이 두려움 없이 세금을 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교회의 재정 투명성 확보를 통해 "사회적 공공성의 열망에 부합하며 한국사회와 교회에 새로운 질서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신뢰를 회복하는 발걸음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끝으로 본지 기자가 질의한 사회 부조리에 대응하는 교회의 기본적 입장으로는 "어떤 경우든 힘을 쓰는 편보다 그 힘에 의해 파괴되는 사람들 입장에 교회가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태도에서 쌍용 자동차도 제주 강정마을 문제도 그리고 대통령을 뽑는 일에도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