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답하다』 겉표지. |
『묻고 답하다』(홍성사)는 우리 시대와 신앙 전반에 걸쳐 종횡무진하며 격의 없는 질문과 답을 쏟아 놓았다. 죽음, 고통, 일상 등 일상적이고 철학적인 주제에서 교회, 공동체 등 교회의 문제와 대안 그리고 지성, 과항, 의심 등 믿음과 앎의 영역까지를 다뤘다.
먼저 1장에서 5장까지는 죽음, 고통, 웃음 등 우리의 일상을 주제로 다룬다. 혁명을 꿈꾸던 시대가 저물고 일상적인 삶이 우리에게 고통이 되는 시대가 왔다. 일상을 마주할 신학이 부재한 상황에서 기독교는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비일상을 계속 부추긴다는 문제의식이 두 저자의 대화에 깔려 있다.
소크라테스와 달리 예수가 죽음을 초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와 2007년 중반부터 몸이 아팠던 강영안 교수가 활동을 접고 1~2년을 쉬면서 깨달았던 고통과 병에 대한 이야기, 지나치게 근엄한 우리 시대 기독교에 비해 예수는 늘 근엄한 분이 아니었다는 내용이 이어지면서 일상에 대한 담론이 더 깊어져야 한다는 주제로 마무리된다.
강 교수는 특히 고통의 문제와 관련해 ‘나에게 매인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는 현실에서 오는 아픔’이란 철학자 레비나스의 표현을 인용, 질병 등 고통에 부닥친 이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에 대해 폭로하기도 한다. 고통의 상태가 지속되면서 ‘나’에게만 함몰되어 주변을 보지 못하게 되고, 나아가 ‘타자와의 관계’ 단절이 초래되고 만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또 그는 고통이 가져온 깨달음에 대해 "‘병’을 겪으면서,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무엇이 될 것인가?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하는 것보다는 ‘내가 어떻게 존재할Being 것인가? 어떻게 존재하는 것이 하나님이 내게 원하시는 존재 방식인가?’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며 "존재, 곧 ‘있음’이란 ‘이어짐’이다. 관계, 가족, 친구, 교회 공동체, 나를 에워싼 선생님들이나 동료들이나 그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6장부터 10장에서는 한국교회에 대한 문제제기와 답변이 치열하게 전개된다. 만인제사장을 주창하며 가톨릭에서 분리된 개신교에 왜 아직 성직과 세속적 직업이라는 이분법이 있는지, 공동체에 대한 강조가 왜 집단주의로 변질되는지, 개인의 회복과 공동체성의 강조는 어떻게 병행되는지 등등이 논의된다. 한국교회의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대화가 진행되면서 대화는 심화되고 이어 해결의 실마리가 제시된다.
11장부터 14장에서는 신앙에서 지성이 얼마나 필요한지, 믿음과의 관계는 무엇인지가 논의된다. 과학이 객관적 진리의 자리를 차지한 지금 기독교는 어떻게 과학과 관계 맺음을 해야 하는가, 이론적 무신론이 아니라 실제적 무신론 즉 하나님을 믿는다면서 믿는대로 살지 않는 태도가 위험하다는 논의가 이어진다.
양희송: ‘실제적’ 무신론이란 어떤 것인가요?
강영안: ‘실제적 무신론practical atheism’ 또는 ‘실천적 무신론’은 하나님의 존재를 입으로는 인정하고 종교행위에 참여하면서도 생각과 삶으로는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의 무신론이지요. 이런 무신론이 두려워해야 할 무신론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이런 실제적 무신론이 우리한테 있다는 것을 모르거든요. 예수님을 잘 믿고 하나님을 인정하고 그 분 말씀대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사실 상당수 그리스도인들은 입으로는 하나님의 존재를 고백하고 믿는다고 하지만 실천과 사고방식과 생활에서는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과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한 삶을 살지 않나해요.(214~215쪽, ‘의심’에서)
끝으로 마지막 15장에는 강영안 교수를 만든 책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고신대 시절 만난 교수들과 책들, 레슬리 뉴비긴과 은사 손봉호 교수와의 인연 등이 소개된다. 값, 1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