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오재식 선생 우리 곁 떠났으나…우리를 응원하고 있어”

7일 기독교회관서 고 오재식 선생 장례예배 열려

▲7일 오전 9시 한국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고 오재식 선생 장례예배가 열렸다. 고인의 영정. ⓒ베리타스

“오재식 선생은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우리 곁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아직도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뛰지는 못하지만 (오 선생은)응원단 속에서 우리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도시빈민/민주화·통일 운동의 숨은 주역 오재식 선생(80)이 떠났다. 7일 오전 9시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는 고 오재식 선생의 장례예배가 열렸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장례위원회(위원장 김근상 NCCK 회장·호상 김영주 NCCK 총무) 주관으로 열린 이날 예배에서 조사를 맡은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 본지 논설주간)는 팔십평생 하나님 나라의 장거리 운동 선수로 맹활약한 오 선생을 회고하고는 이 같이 전했다.

서 박사는 먼저 디모데후서 4장 7~8절의 성구를 인용해 "이 자리는 오재식 선생이 정의와 평화, 생명의 올림픽에서 승리해 월계관을 받는 승리의 대관식처럼 느껴진다"며 "그가 예수님께 나아가는 기쁨의 날로 축하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오재식 선생은 조직의 귀재였다"며 "학생사회봉사단(일명 ‘학사단’)을 조직해 대학생들로 하여금 도시 및 농촌의 현장을 체험하게 했고, 노동자들의 열악환 환경을 겪은 그들이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봉사/희생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했다. 이는 후일 암울한 군사독재 시절에 학생들의 민주화 운동의 모멘텀으로 작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신군부 정권의 공갈협박 속에도 꿋꿋하게 통일 논의를 진행, 한국 기독교 에큐메니칼 통일 운동에 중심적 역할을 한 오 선생을 치하했다. 특히 평화통일 운동에 있어 큰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인 일명 ‘88선언’이 나오기까지 오 선생이 숨은 주역 역할을 했음을 확인했다. 이 밖에 오 선생이 월드비전 회장으로 있을 적에 "굶주려 죽어가는 북한 아이들에게 희망을 불어넣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실천을 하였다"는 증언도 했다.

▲조사를 전하고 있는 서광선 박사(이화여대 명예교수, 본지 논설주간) ⓒ베리타스

반평생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뛰어 온 신앙의 동지로서 서 박사는 오 선생의 인품을 기리기도 했다. 그는 "오재식은 항상 겸손했다"며 "회고록에서도 나오지만 내가 한 게 아니라 친구들이 한 것이다. 현장이 나를 시켰다. 하나님 나라 운동을 하면서 하나님 핑계를 대거나 내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 박사는 또 "오 선생은 집사도 장로도 아닌 평신도이지만 매 주일 교회에 출석하는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다"고 했으며, 이어 "신학자가 아닌데도 신학자들이 존경하고 두려워하는 이름없는 신학자였다. 말로만 떠드는 신학자가 아니라 몸으로 뛰고 실천하는 운동가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서 박사는 하나님 나라 운동 선수 오재식이 있기까지 그의 든든한 후견인이며 응원단장인 부인 노옥신 여사의 수고에 치하의 뜻을 표했으며, 장례예배 참석자들에 고 오재식 선생이 생전에 즐겨 부르던 노래 ‘고향의 노래’ 합창을 제안했다.  

앞서 ‘우리에게 꽃으로 남은 당신(신34:4∼7)’이란 제목으로 설교를 전한 김근상 NCCK 회장은 ‘현장’에 집착한 오재식 선생을 회고하며 "오 선생의 메시지는 현장을 떠난 하나님의 나라는 공허하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며 "하나님 나라는 관념에 있지 않고 구체적인 삶의 현장, 고통스럽고 유치하고 탐욕과 욕망이 꿈틀대고 두렵고 힘든 현장. 그래서 사실 떠나버리고 싶고 그저 산 위에 초막 셋을 짓고 눌러 살고 싶지만 (오 선생은)우리의 발 걸음을 끊임없이 산 밑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 선생에게 현장은 공포, 고독, 유랑 등을 요구하는 영혼의 싸움터였다"면서 "그럼에도 그는 산 밑의 현장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바로 그가 예수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오재식 선생이 주는 또 다른 가르침이 "회피하고 싶은 현장을 꽃으로 수용하는 아름다운 변혁"이라고 말한 그는 "(오재식 선생은)현장의 눈물과 한숨을 빙긋한 웃음으로 돌려놓는 연금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십자가의 고통스러운 삶을 춤추면서 맞이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실천하고 싶어했던 그의 고백이었다"고 했다.

한편, 손달익 예장통합 총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예배에는 이 밖에 월드비전 합창단의 조가, 배성만 목사의 약력소개, 무네토시 목사와 김성훈 목사의 조사, 청하 스님의 조시, 신경하 감독의 축도가 있었으며, 예배 후에는 헌화 및 장지로의 운구행렬 등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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