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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규태 칼럼] 계룡산의 국군통합사령부와 한국의 국방예산

손규태·성공회대 명예교수

▲손규태 성공회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필자는 1975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공부도 하고 일도 하다가 1988년에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대전에 사는 친지를 만나러 간 일이 있었다. 우리는 방안에서 지내는 것보다 동학사 방면으로 산보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그런데 그 친구가 대전에 오래 살지 않아서 길을 잘 몰라서 계룡산 신도안쪽으로 차를 몰게 되었다. 그런데 거기에서 뜻밖에도 거대한 군사시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대한민국 국군의 3군 통합사령부라는 것이었다. 정문에 도달해서 안을 구경할 수 없는 가고 초병에게 물어보니 불가능하다고 해서 돌아 나와서 동학사 쪽으로 가서 산보를 했었다.

계룡산 신도안이라면 원래 정감록(鄭鑑錄)에 나오는 십승지지(十勝之地)로서 조선 초기에 그곳으로 왕도를 옮기려한 곳이며 또 그 후에는 조선의 최고의 명당으로서 전쟁이 나서 피난을 그곳으로 가면 화를 면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었다. 근래에 와서도 명당인 이곳에 무속인들이나 신흥 종교인들이 모여들어서 살고 있고 거기에서 외우내란을 피해서 생명을 건질 수 있는 곳 그리고 장차 영생하는 곳으로 갈 수 있는 땅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그런데 최전선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군인들이  국민들이 안심하고 피난할 수 있는 곳을 왜 자기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일까? 북한하고 대치하고 있고 또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는 군인들의 본부가 38선 근처나 적어도 서울의 북방에 위치하지 않고 수도권에서 거의 100킬로 이상이나 떨어진 계룡산 그것도 생명을 언삼하고 지킬 수 있는 명당이라는 신도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일까? 이것은 전말이 전도된 것이 아닌가?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여기에 대해서 물어봤지만 신경 쓰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수도권 그것도 적과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방치해 두고 3군의 수뇌부들은 정감록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계룡산에 숨어서 농성하고 있는 것은 필자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와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도 많았으나 이 문제를 놓고 한참이나 입씨름을 하다 보니 씁쓸한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용산기지와 전방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평택기지로 이전하기로 하고 지금 한창 이사를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유를 들어보니 일선에 주둔하던 미군들이나 용산 미군기지가 북한의 장사포의 사정거리에 들어와서 전쟁시에 커다란 피해를 입을 수 있어서 그것을 피해서 더 남쪽인 평택으로 간다는 것이다. 물론 용산기지도 사정거리에 들어간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지켜주러 온 우방국 군인들이 적의 공격을 피해서 멀리 이전하면 서울이나 수도권에 사는 국민들을 누가 북한의 장사로부터 보호해 줄 것인가? 국군의 3군 통합사령부도 계룡산으로 피해 들어가고 주한미군들도 안전한 평택으로 이주하면 국민들만 적군에게 노출되고 공격의 대상이 되란 말인가?
 
물론 용산기지로 말하면 조선시대에는 명나라군대가 그리고 왜정 때부터 일본군이 주둔하던 곳이며 제2차 대전 이후 미군이 한반도 남쪽을 점령한 후로는 그들이 주둔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데 명나라군대나 일본군이 주둔 당시 용산기지는 수도 서울의 4대문 밖이었지만 미군이 주둔할 당시에는 서울이 확대되어 용산까지를 포함하게 된 이후에도 미군이 계속해서 거기에 주둔했다는 것은 그들이 비록 우방국의 군대라 할지라도 용납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역사적으로 외국군대가 피점령국의 수도 한복판에 주둔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리스의 알렉산더 대왕시대에도 이스라엘을 점령한 군인들은 수도인 예루살렘이 아니라 거기에서 30킬로쯤 떨어진 곳에 대왕의 이름을 따서 필립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곳에 주둔했었다. 그 곳이 성서에 나오는 가이사랴 빌립보이다(막 8:27-30). 그리고 그 다음 이곳을 예루살렘을 점령한 로마 군인들도 그곳에 주둔했지 수도 예루살렘에는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외국군대인 미군이 수도를 떠나서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적과 대치하는 북쪽이 아니라 적을 피해서 남쪽으로 이전하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2013년 새해 예산안 34조 3600억 원이 국회를 통과하고 나서 국방부는 삭감된 국방예산을 놓고 안보불안을 내세우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의 예산에서 2908억 원이 삭감되었는데 그것은 청구한 예산의 1%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이고 작년에 비해서는 1조 3867억 원이 늘어난 것이다. 나라의 경제형편이 어렵고 따라서 복지예산을 대폭 늘이다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국방부 당국자들은 “안보가 없이는 복지도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불만을 나타내는데, 국가안보 보다는 국민의 생활 안보가 더 위협 당하는 현실을 외면하는 것은 국민의 군대가 할 말이 아니다. 그리고 군인들의 인건비는 무려 15-20%나 올렸다.

그리고 국방연구원에 의하면 북한의 국방비89억 6500달러인데 비해서 한국의 국방비는 295억 달러로서 북한의 3배를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3배 이상의 국방비를 쓰면서 국방부가 안보불안을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왜냐하면 그것은 곧 한국군의 전투능력이나 방어능력의 무능함을 토로하는 것이 아니면 국방비를 방만하게 낭비하는 것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보다 3배의 예산을 쓰면서도 지난 해 천안함 폭침사건이나 연평도 포격사건 등이 발생하여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것은 모두 한국군이 무능한 것을 입증한 것이 아닐까! 한국군은 군사기술 향상을 위한 연구와 훈련 등에 더 노력할 것이지 국방예산의 증액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세계적 차원에서도 우리의 국방비는 과다하게 책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국군의 3군 통합사령부가 왜 전쟁 시 국민들을 피난시켜 보호해야 할 명당인 계룡산에 은거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나라와 국민들을 보호하러 온 미군들이 왜 일선이라는 위험지역을 피해서 평택기지로 이전해야 하는지를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해 주었으면 한다. 그들은 한국전쟁 때도 일선에서 적을 막아내고 국민들을 보호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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