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논평] 3.1독립운동과 한국교회의 과제

금년이 3․1독립운동 94주년을 맞는 해이다. 우리는 이를 대한민국 건국과 함께 자랑스러운 역사로 기억하고 있다. 왜냐하면 현재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것은 3․1독립운동의 역사적 가치 및 중요성과 별개일 수 없기 때문이다.

3․1독립운동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억압통치에 분연히 일어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항거하여, 억압될 수 없고, 억압되지도 않는다는 우리 민족의 정신과 독립 의지를 세계만방에 선포한 것이다.

3․1독립운동은 일부 지역이나 특정 집단의 운동이 아니라, 전 민족, 국민 대다수가 골고루 참여한, 역사 이래 최초의 비폭력 독립운동이었다. 그러므로 이 운동은 패망한 일제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건국할 수 있었던 정신적 자산과 능력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그런데 3․1독립운동은 기독교의 활동을 제외하고는 기술할 수 없을 정도로 기독교의 역할이 지대했었다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 중에 기독교인이 16인이라는 것이 그 증거이다.(천도교 15인, 불교 2인) 당시 기독교 인구는 20만 명을 넘지 못했으며, 그에 비하여 타종교인은 몇 배가 많거나 오랜 역사를 가진 종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족 대표 가운데 기독교 인사가 절반이나 된 것은, 종교인구 비율이 아니라, 그 영향력의 비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복음이 전파된 지 불과 30여년 만에 그처럼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이것은 브루스 니콜스(Bruce Nichols)가 지적한대로, “복음이 어느 사회에 들어가든지 결코 손님으로 얌전하고 공손하게 있었던 적은 없다. 그 복음은 반드시 그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데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3․1독립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당시 기독교의 교회와 단체들이 전국적인 네트웍을 통한 전파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교회들은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지역사회에 보급하는 것은 물론, 독립만세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중심적인 역할을 감당한 것이다.

그로 인하여 치른 대가도 실로 큰 것이었다. 교인 및 주민 30여명을 교회당에 가두고 학살한 제암리교회 사건은 일본군과 경찰에 의한 만행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교회가 3․1독립운동을 주도함으로써 얻은 상처는, 우리 민족을 위하여 이민족(異民族)일본에게 채찍질 당함의 상처요, 그것은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신 예수 그리스도의 형상을 생각나게 하는 영광의 상처로 기억함이 옳을 것이다.

한국교회가 3․1독립운동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 운동을 주도했던 것이 교회이기도 하지만, 민족과 역사와 미래에 그 정신과 헌신을 계승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3․1독립운동을 기념은 하면서도 신앙선조들의 그 숭고한 민족 사랑의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지 못한다면, 교회를 향한 우리 사회의 기대는 점점 엷어질 것이다

과거 즉, 역사를 배우고 잊지 아니하는 것은, 현대를 바르게 살므로 미래를 준비하는 일의 첫 걸음이다. 일본인 역사가 호리고메 요조는“역사는 미래를 잉태한 과거를 판단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한국교회여! 3․1독립운동의 그 빛나는 희생의 역사와 의거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를 되새겨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민족의 아픔을 끌어안고 울어주는 것이야말로, 바로 예수님의 모습을 닮아 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하여 지나간 과거와 다가올 미래 앞에 부끄럽지 않은 한국교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13년 2월 26일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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