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전병금] 순교신앙의 회복을 바라며

전병금 목사·강남교회 담임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이하 한복협)가 8일(금) 오전 7시 서울 도렴동 종교교회(담임 최이우 목사)에서 ‘순교 신앙을 기리며’라는 주제로 3월 월례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를 가졌다. 다음은 전병금 목사(한복협 부회장, 강남교회 담임)의 발표 전문.

▲강남교회 전병금 목사 ⓒ베리타스 DB

기독교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기독교의 역사는 순교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주님 또한 창세전에 정하신 인류 구원을 이루시기 위해 성육신하셔서 대속의 어린 양이 되어 십자가에서 순교하신 것처럼, 많은 사도들이 복음을 증거하다가 순교하였고, 신앙을 부인하지 않기 위하여 사자굴에 던져질지언정 주님의 복음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순교자들은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주만 따라 가오리니 어느 누가 막으리까 죽음인들 막으리까 어느 누가 막으리까 죽음인들 막으리까”(찬송가 323장) 찬송부르며 아골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찾아가 순교하는 것을 감사함으로 받아들였다. 죽음도 막지 못하는 순교자들의 순교정신이 있었기에 구원의 역사는 중단되지 않고 오늘날까지도 세계 도처에서 강력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복음이 들어온 것은 바로 순교자들의 순교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복음이 들어온 구한말은 조선의 주권과 조선의 민족정신이 심각하게 위기를 겪고 있는 시기였다. 외세의 위협으로 국가의 안위가 위태로울 때 조선왕조는 기독교를 외세와 연결지어 기독교가 조선의 근본을 위협한다고 생각해 기독교를 박해하였고, 그 결과 수없이 많은 외국인 선교사들이 순교했다. 순교하면서까지 복음을 이 땅에 전하고자 하는 순교의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한국교회가 있게 된 것이다.

오정호 목사는 외국인 선교사들의 순교의 정신이 어떻게 후손에게로 전해졌는지를 “초기 외국인 선교사 자녀들의 희생을 기리며”라는 글에서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오목사는 선교사 가족의 헌신과 희생은 “주님과 선교현장을 향한 희생과 헌신의 표지”라고 전제한 후,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그들의 고난을 함께 공유함으로써 다시 한번 복음의 위대성을 각인하는 계기로 삼자고 역설한다. 그리고 아펜젤러의 장남인 헨리 닷지 아펜젤러를 필두로 총 9가정이 우리나라에서 어떤 고초를 겪으며 복음을 전했는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애니 베어드 선교사가 어머니께 보낸 편지 전문을 실어 그 당시 선교사 가정의 고난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오목사는 영혼을 구원하는 일이 가장 가치있는 일이기에 유무형의 희생과 헌신은 당연하다고 결론 내린다. 그리고 물질 우선주의로 치닫고 있는 세속주의의 물결에 한국 교회가 올바로 대처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신 주님과 그 십자가를 사명으로 알고 묵묵히 헌신한 먼저 가신 주의 종들과 자녀들의 한국교회 사랑의 발자취”를 가슴마다 아로새기자고 요청한다. 오목사의 당부가 우리를 더욱 숙연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믿음의 선조들은 외국인 선교사들의 순교정신을 올바로 계승하여 역사상 가장 험난한 시절에도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사랑으로 돌봤고, 총부리 앞에서도 믿음의 절개를 굳게 지켰기 때문이다. 최이우 목사와 이정익 목사는 양주삼 총리사와 문준경 전도사를 통해 다시 한번 우리 믿음의 선조들의 순교정신을 우리로 하여금 깊이 돌아보게 한다.
  
양주삼 총리사는 6.25 한국전쟁 시기 서울을 점령한 공산군에 의해 납북되었다. 종교를 민중의 아편이라고 생각하는 공산주의자들은 남한을 무력 침공한 후 그 어떤 종교보다도 철저하게 기독교를 없애려고 했다. 공산주의자들의 무자비한 탄압에 의해 기독교인들은 수없이 투옥되고, 살해당했고, 납치당했다. 그 당시 양주삼은 공교롭게도 적십자사 총재직을 맡고 있었고, 죽고 죽이는 살육의 한복판에서 적십자사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적십자사의 총재로서 자신이 져야 할 자기 십자가가 바로 전쟁으로 마음과 몸이 만신창이가 된 남한의 백성들을 돌보는 것이라는 깨닫고 서울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남아 사랑으로 서울 시민을 돌보았다.
  
최목사가 지적한 것처럼 양주삼은 “피난을 갈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맡겨진 적십자가 총재직과 수많은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서울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렇게 양주삼이 순교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목자로서 자신의 형편을 돌보지 않고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살리려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셔서 그 독생자가 순교하셨듯이, 양주삼 또한 목자요 적십자사 총재로서 우리 백성을 사랑해서 그 백성들을 헌신적으로 돌보다가 순교를 하신 것이다. 지금 우리 한국교회는 교회가 사회에 대해 책임의식이 없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난을 우리는 겸허하게 받아들여 교회의 본래의 모습을 회복해야 하는데, 양주삼의 헌신적인 사랑이야말로 그러한 회복에 가장 좋은 모범이 될 수 있다.
  
이정익 목사는 6.25 한국전쟁 동안에 일어난 기독교 순교를 더욱 더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이목사는 문준경 전도사의 순교정신을 소개하면서 “문준경전도사의 목회는 한마디로 사랑의 목회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김준곤 목사의 말을 인용하여 문준경전도사의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려준다. 이목사에 의하면 김준곤목사는 문준경전도사의 사택을 목민센타, 그리고 문준경전도사를 대신거지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 사랑의 전도사를 공산주의자들은 ‘새끼를 많이 깐 씨앎탉’이라고 몰아세우며, 단도와 죽창으로 찌르고, 총으로 확인사살까지 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러한 만행에도 문준경전도사는 믿음의 제자인 백정희전도사의 생명을 살려 달라고 부탁하며 “끝까지 신앙을 지키고, 순교하였다”고 이목사는 말한다.
  
외국인 선교사들과 양주삼 총리사, 그리고 문준경 전도사는 복음을 증거하다가 순교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순교자들이 무엇 때문에 순교했는지, 즉 순교자들의 순교정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물을 수 있다. 앞서 양주삼 총리사와 문준경 전도사에 대해 언급하면서 이야기한 것처럼 그것은 바로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에 있다. 스데반은 순교하면서 “주여 이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마옵소서”(행7:60)라고 부르짖었다. 자신을 죽이는 적대자들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순교가 순교가 아니라는 것을 스데반은 보여준 것이다.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자를 사랑하라니.....! 자신에게 칼과 총을 겨누고 있는 자들을 위해 기도하라니......! 이러한 ‘역설’을 몸으로 체화하지 않으면 우리는 순교의 정신을 올바로 계승하지 못한 것이다. 주님이 자신을 저주하는 자들을 도리어 축복하였듯이, 신앙의 이러한 역설적인 진리에 바로 순교의 정신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순교자의 순교정신을 오늘에 되살리는 길은 첫째도 사랑이요, 둘째도 사랑이며, 셋째도 사랑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오늘날 부끄럽게도 한국교회는 한국사회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고 있다. 이렇게 지탄을 받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한국교회가 ‘자기희생’이라는 십자가의 자리에 가지 않고, 사단의 시험에서 주님이 거부하셨던 ‘떡’과 ‘기적’과 ‘권력’을 탐하였기 때문이다. 순교자들을 보라! 그분들이 무엇 때문에 순교하셨는가? 떡이 탐나서인가? 삽시간에 부흥시킬 기적을 탐해서인가, 아니면 무소불위의 권력이 탐나서인가? 순교자들이 복음을 위해 당신들의 귀한 생명을 내놓은 것은 지리적으로는 동북아시아의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영적으로는 이 땅을 통해 이루어질 복음의 대역사 보았기 때문이다. 순교자들은 우리 민족을 통해 이루어질 하나님의 은혜의 역사를 보았기에 우리 민족을 사랑할 수 있었고, 그 사랑으로 당신들의 십자가를 아름답게 질 수 있었다. 한국교회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지금 과연 우리가 순교자들처럼 복음으로 우리 민족을 사랑하여 희생할 수 있는가 자문할 때가 되었다. 지금이 바로 순교자들의 순교정신으로 우리를 다시 영적으로 무장할 때다. 복음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각오로 한국교회의 이 위기를 순교정신으로 극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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