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예따람 공동체] “소통(疏通)의 하나님”

2013년 3월 3일 주일예배 설교자 강석찬 목사

성경본문

신명기 6:4-9

설교문

1.

지난 금요일은 94주년 3.1절이었습니다.
일제가 우리 민족에게 저지른 만행 중 가장 큰 악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전쟁을 일으킨 일제는 우리의 젊은이들을 징용하여 최전방 총알받이가 되게 했고,
어린 여학생을 정신대로 끌고 가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이러한 악행이 일등일까요?
문화재를 약탈한 것은 물론 우리의 오랜 문화를 말살 정책을 폈죠.
이것이 악한 일의 일위일까요?
독립을 외치며 독립운동에 뛰어든 애국지사를 붙잡아 투옥하고 온갖 고문으로 죽인 일일까요?
며칠 전에 윤동주 시인의 모든 유품을 연세대에 기증했는데,
윤동주 시인과 송몽규 등 유학생을 감옥에 가두고 이상한 실험을 하여 죽인 일일까요?
박근혜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역사적 입장은 천년의 역사가 흘러도 변할 수 없는 것”이라 했는데,
아주 정확한 표현이라고 공감하면서
그들이 이 땅, 이 민족을 늑탈하면서 행한 악행 중 가장 큰 것은 무엇일까요?
목사는 일제가 우리의 말을 없애려 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창씨개명을 강제했고,
우리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며 일본말을 강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는 “소통”의 통로이죠.
“말”속에는 “얼”이 담겨 있습니다.
일제는 우리말을 없앰으로써 우리의 얼, 우리의 정신을 파괴하고, 자기 민족의 얼로 바꿔치기 하려 한 것입니다.

윤동주 시인의 시 “참회록(懺悔錄)”을 봅시다.
창씨개명을 괴로워하면서 쓴 시인데, 원본대로 읽어 봅니다.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속에
내얼골이 남어 있는 것은
어느 王朝의 遺物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가

나는 나의 참회(懺悔)의 글을 한 줄에 주리자
- 만(滿)二十四年一個月을
무슨 깃븜을 바라 살아 왔든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懺悔錄)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웨 그런 부끄런 고백(告白)을 했든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어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隕石) 밑으로 홀로 거러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속에 나타나온다. (1942. 1. 24)
일본 유학을 위해 할 수 없이 창씨개명계를 제출하기 5일전에 쓴 시입니다.

말을 강제로 바꿈으로 소통을 불통되게 하였습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
분통이 터지게 하고 화와 분노가 일어납니다.
신경질적이 되고, 의사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일이 꼬이고, 되는 일이 없게 되죠.
이런 경험들이 있을 겁니다.
“말”은 소통의 통로입니다.

3.1절을 기념한다는 것이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나 적개심을 증폭시키는 것은
유치한 발상이라고 여겨집니다.
3.1운동이 비폭력 자유와 해방 운동이었고, 우리 민족이 자주적 민족임을 세계에 선포한 독립선언입니다.
이 운동의 정신은
참 가치 있는 것을 바르게 지키자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3.1절을 공휴일로 삼아 지킵니다.
이제 성숙한 자세로 3.1정신을 기념하며 지키면 좋겠습니다.
신사참배를 강요한 일제 지배 하에서도 3.1절을 지킨 사람들이 있습니다.
“숭실중학교 학생들은 3월 1일이 되면, 모두 교실의 자기 책상 위에 머리를 수그리고 하루 종일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침묵시위를 벌였다. 일본인 교사, 한국인 교사들 모두 이 숙연한 광경에 압도되어 말 한마디 못하고 그냥 나가곤 했다”고 합니다.
숭실중학교는 폐교되는 고난을 겪었지만.
잃어버린 말, 얼, 자주적인 독립성을 찾기 위한 어린 학생들의 침묵시위의 상징을 새겨보면 좋겠습니다.

2.

3.1절을 기념하는 설교를 준비하면서 다시 하나님을 생각했는데,
이스라엘 민족의 하나님 고백,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참으로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고대의 모든 민족의 종교 형성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자연현상을 신성시합니다.
큰 바위, 큰 산, 큰 나무, 또는 동물 등 입니다.
숭배의 형식을 갖추면서, 신에 대한 신화(神話)가 만들어집니다.
자신들이 섬기는 신의 탄생에 대한 설화(說話)입니다.
제사장이 필요해지고, 제사장은 영적권위와 권력을 가집니다.
신의 형상을 만들어 섬기는 제단은 오늘의 관광코스의 단골메뉴가 되었습니다.
신의 뜻을 받아 전달할 제사장은 신탁(神託)을 백성에게 전합니다.
이 신탁은 누구의 말일까요?
돌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형상화된 신은 아무 말이 없습니다.
당연한 일이죠.
살아있는 신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신탁을 맡은 제사장이 신의 말이라고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백성은 신탁에 절대 복종해야 합니다.
일방통행입니다.
백성 편에서 생각해 보면, 신을 향한 길은 불통(不通)입니다.

3.

이런 주변 민족의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하나님 고백은 특별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없는 것이 있습니다.
신화(神話)입니다.
신화(神話)가 없다는 것은 하나님이 시작이라는 뜻으로, 창조주라는 의미입니다.
하나님께 없는 것이 또 있습니다.
형상(形像)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자신을 어떻게 계시할까요?
말입니다.
오직 말씀입니다.
곧 “말하는 신(神)”입니다.
이 점이 이스라엘 신앙의 놀라움이며 위대함입니다.
다른 민족의 신, 우상은 돌이나 나무, 금속으로 만들어진 신이니 말할 수 없습니다.
불통(不通)의 신이죠.
그러나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말씀하는 신으로 소통(疏通)하는 하나님입니다.
구약성경에 “여호와께서 말씀하셨다.”가 349회 사용됩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했고,
말씀으로 믿음의 조상들을 부르시고,
말씀으로 자신이 택한 백성을 가르쳤습니다.

엘리야가 호렙산에서 하나님의 현현(顯顯)을 경험한 사건을 보시죠.(왕상 19:11-13)
크고 강한 바람이 부는데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순 바람입니다.
바람에 하나님이 없었습니다.
바람 후에 지진이 일어났으나,
그곳에도 하나님은 없었습니다.
지진 후에 불이 일어났으나, 그곳에서도 하나님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이 지나간 후에
“세미(細微)한 소리”가 있었습니다.
거기에 하나님이 나타났습니다.
엘리야가 하나님 음성을 듣고 얼굴을 가립니다.
소리로 현현하신 하나님입니다.
눈의 종교, 바알에 대하여
귀의 종교, 여호와 하나님 신앙을 강조한 사건입니다.
이스라엘은 끝없이 눈의 종교 바알과 투쟁했습니다.
바벨탑 건설도 눈의 종교를 따름의 형상화이죠.
바벨탑이 허물어지며 그곳에서부터 아브라함을 부르신 것이 하나님 신앙의 시작입니다.

4.

말하는 신.
무엇을 전하려는 것일까요?
불통의 세상에 대하여 하나님의 역사를 말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소통(疏通)입니다.
소통하는 하나님을 전합니다.
소통(疏通)을,
막히지 않고 통함,
생각하는 바를 서로 통함,
덮이거나 막힌 것을 열어 트이게 함이라 합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안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도
소통의 하나님임을 증언하는 사건이죠.
하나님이 사람이 되어
우리 안에 함께 거하시면서
듣고 말하며, 보고 말합니다.
우리들의 죄를 보고, 생명 길 알려줍니다.
죄악에서 돌아서서 구원으로 인도되는 길을 걷게 합니다.
이 길의 가르침이 일방적(一方的)이 아닙니다.
믿음이라는 결단, 우리의 자유의지(自由意志)에 맡깁니다.
우리는 믿기에 주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죠.

말씀하시는 하나님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소통(疏通)입니다.

5.

나이 든 어른이 건강검진 결과를 받았습니다.
“위암이 강력히 의심되니 곧바로 내시경 검사를 받으라.”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동네의사를 찾았습니다.
의사가 검진해보니, 위궤양은 확실한데 그래도 싶어 조직을 떼어내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1주일 뒤,
“소화성 위궤양이며 위암 의심 소견은 없음”의 통보였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할아버지에게 전화했습니다.
할머니가 받고는 “암이라더냐?” 묻습니다.
“아니래요. 아니니까 병원에 오셔서 앞으로 치료에 대해 의논해요.”
곧바로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색이 되어 병원에 왔습니다.
“암이라니, 어쩌면 좋아요?”
“아니, 무슨 말씀이셔요?”
어리둥절해하는 의사에게
“조금 전에 의사 양반이 암이라고 했잖아요.”

“아니래요. 아니니까”를
암이라고 짐작하고, 귀가 어두운 할머니가 “암이래요. 암이니까”로 들은 것입니다.

6.

하나님이 우리와의 소통을 위해 하시는 말씀을 바르게, 제대로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의 생각으로 꽉 차 있으면, 생명의 말씀이라도 잘못 이해하게 됩니다.
예수께서는 귀 있는 자는 들으라 하셨죠?
바르게 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신명기 본문은 쉐마(들으라)입니다.
잘 들으면?
하나님과 소통이 잘 되어 복이요,
잘 듣지 않으면?
불통으로 화입니다.
바르게 들은 하나님의 말씀은 힘이 되고, 능력입니다.

국내 모델계의 대부(代父)라 불리는 이재연 씨(67세) 이야기입니다.
강원도 최고의 주먹이었던 그가 CEO가 되고, 폐암으로 5년 투병생활하여 완치되지만, 그 동안 사기를 당해 모든 재산과 사업을 날렸다가, 재기한 이야기입니다.
발이 넓었던 그가 김옥길 이대 총장을 알게 되어 도움을 받았답니다.
김옥길 총장은 종종 사회 명사들을 초대해 직접 요리를 대접하곤 했는데,
어느 날, 이재연 씨에게 한 한마디 말을 지금까지 생생하게 기억한답니다.
“날 만났으니 이제 방황하지 말고 인생을 재연(再燃:꺼졌던 불이 다시 타오르듯 다시 일어나라)하면서 살라.”였습니다.
이때부터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 모델계의 큰 인물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한 마디의 말도,
생명 살림의 말은 심금을 울리고, 막혔던 인생을 트이게 합니다.
사람의 한 마디 말에 진심이 담기면 그 말의 힘은 크게 작용하는 법입니다.
하물며, 살아계시고 전능하신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과 힘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죠!

7.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제 중 하나가 소통(疏通)의 문제입니다.
세대 간에, 남녀, 부부, 부모자식, 목사와 교인, 목사와 장로, 상사와 직원, 노인과 젊은이, 정부와 국민, 여와 야 등등 갈등구조의 문고리가
소통(疏通)과 불통(不通)이라는 것을 누구나 압니다.
소통의 문제가 나라만이 아니라, 개인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소통(疏通)하는 하나님입니다.
이 하나님을 믿는 우리들은,
불통(不通)을 소통(疏通)되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믿음에 올바릅니다.

목사 개인의 고백을 드립니다.
30년 넘게 조용하게 남편에게 별다른 말 않으며 같이 산 아내가
최근에 불평합니다.
“왜 무슨 말을 하면, 반응이나 답이 없느냐?”
불통에 대한 불만을 쏘아대며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시껍했습니다.
“큰일 났구나” 생각했습니다.
“아, 내가 소통의 하나님을 믿으면서, 내가 불통이라니!”
아내가 무슨 말을 하면,
꼬박꼬박 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랬더니
살 것 같답니다.

그렇습니다.
불통(不通)은 숨 막히게 합니다.
불통은 죄입니다.
죄지은 인간이 들어가는 감옥을 수(囚)자로 표현합니다.
감옥에 갇힌 사람을 수인(囚人)이라 부릅니다.
수(囚)자를 보셔요.
숨 막히는 작은 공간입니다.
네모난 밀폐된 공간, 감옥이죠.
불통이 만들어내는 공간입니다.
자,
당신은 부부 사이에, 자녀와의 관계에서, 부모와의 관계에서,
직장에서, 대인관계에서 불통의 사람입니까?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소통인가요?
모든 관계에서 소통(疏通)의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셔요.
이것이 소통의 하나님을 믿는, 믿음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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