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제10차 부산총회가 6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금번 총회가 에큐메니칼 정신에 부합하게 치러질 수 있을지에 대해 에큐메니칼 진영 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WCC 한국준비위 상임위원회 김삼환 상임위원장 ⓒ베리타스 DB |
얼마 전 WCC 한국준비위원회(이하 한국준비위)가 연 상임위원회(이하 상임위)에서는 현 상임위원장인 김삼환 목사(명성교회, 예장통합)를 중심으로 상임위 조직을 확대하기로 결의, 또 다시 ‘세’(勢) 불리기에 나섰다. 다만, 진보-보수 인사들을 고르게 참여시키려 한 점, 또 제한적이지만 에큐메니칼 원로(박경서 박사, 안재웅 박사 등)들의 참여를 독려한 점은 분명 종전과는 다른 모습이나 큰 맥락 속에서 놓고 볼 때 기존의 방향성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평가다.
이 자리에서는 논의될 법도 한 실행위원회 조직 재구성이나 집행위원장 사임을 표명한 김영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 총무의 복귀 독려 등의 문제는 일절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전자에 관한 한 WCC 회원 교단(기장, 성공회, 기감, 통합) 총무들은 상임위의 일방향 리더십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왔던 터였으나 실행위 조직이 논의 조차 되지 않아 결국 한국준비위 내 활동이 어렵게 되고 말았다. 후자에 있어서는 김 총무의 사임을 반려하기만 했지, 적극적인 복귀 독려 등의 후속 조치는 제대로 취해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러한 한국준비위의 방향성에 한 에큐메니칼 교계 인사는 "에큐메니칼 진영의 의견이 전혀 수용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WCC 부산총회가 에큐메니칼 정신·전통과는 다른 (힘 있는 자들의)‘이름 잔치’ ‘돈 잔치’로 끝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앞서 스위서 보세이에서 진행된 WCC 실행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동일하게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실행위원들은 "(WCC 총회 준비가)소수 지도자들에게 의존해서 준비하는데 반해 사실상 한국교회 에큐메니칼 운동의 주력 단체들, 에큐 인사들과 활동가들의 우려와 실망의 소리에 다소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했었다.
금번 총회와 관련해 한국준비위가 세운 전체 예산은 69억원. 이 중 정부지원금(23억)을 제외한 46억을 교단 분담금(18억) 모금운동(28억)을 통해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당장 각 교단의 살림을 책임지는 교단 총무들로부터 격려가 아닌 비판을 듣고 있는지라 교단 분담금이 제대로 걷힐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또 WCC 반대 운동이 곳곳에서 일고 있는데 이에 대해 WCC의 오해를 풀고 제대로 된 이해를 돕는 운동이 미미해 한국교회 차원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집행위원장 사임 이후 WCC 총회 준비와 관련된 행사에 일체 참여하지 않고 있는 NCCK도 WCC 총회 기일이 다가올수록 그 고민이 늘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김 총무의 사임 표명으로 WCC 총회 준비와 관련해 NCCK가 ‘발을 뺐다’는 이미지를 준 것은 확실하나 실제적으로 행정면에 있어서는 깊이 연루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준비위측은 NCCK 유지재단의 법인통장을 이용해 행정 업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CCK 법인으로 내정된 정부지원금 23억도 이 통장으로 지급되도록 되어있다. NCCK측으로서는 이름을 빌려주자니 편성된 7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 부담스럽기만 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뒷탈이 걱정이다. 막대한 예산이 지출되는 과정에서 행여나 발생 가능한 재정 누수 등에 관해 고스란히 법적 책임을 떠안아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넉넉치 않은 재정으로 교단 살림을 책임져야 할 각 교단 총무들의 머리도 복잡하다. 이들은 이제껏 한국준비위측에 일회적 성격의 이벤트성 행사가 아닌, 사업의 연속성을 고려한 총회가 되도록 해달라는 의견을 표출해 왔으나 이번 상임위에서 결국 교단이 구상한 사업들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벽에 부딪힌 형국을 맞았다. 이에 교단 총무들 및 교단장들은 오는 6일 오전 정동 달개비서 긴급 연석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김영주 NCCK 총무도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김 총무는 2일 WCC 부산총회 준비에 있어 김삼환 목사 리더십에 가장 큰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기장 배태진 총무를 방문하기로 했다. 배 총무는 사순절을 맞아 낸 서신에서 김삼환 목사 리더십에 직격탄을 날리며, "WCC 상임위원장직을 내려놓으라"고 촉구한 바 있다.
WCC 회원 교단 지도급 인사들과 NCCK 그리고 각 에큐메니칼 기관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전개되는 한국준비위측의 ‘세’(勢) 논리에 기인한 방향성에 에큐메니칼 진영 내 우려의 목소리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