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명지대 곽호철 교목, 배척의 대상 ‘인간중심주의’ 재고하다

“물과 그 위기”를 주제로 한 생태신학 세미나 개최

▲8일 오후 2시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채플실에서 ‘물의 날’을 맞아 ‘물과 그 위기’를 주제로 한 생태신학 세미나가 열렸다. ⓒ류한동 객원기자

2013년 ‘세계 물 협력의 해(International Year of Water Cooperation)’와 3월 22일 ‘물의 날’을 맞이하여, 4월 8일 오후 2시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채플에서는 “물과 그 위기”를 주제로 한 생태신학 세미나가 열렸다. 연세대 전현식 교수(한국교회환경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네 명의 발제자가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명지대학교의 곽호철 교목은 ‘물 위기와 정의의 결핍에 대한 생태윤리적 이해’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 물 위기 앞에 생태윤리적 담론만으론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해 참석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물 위기는 기후변화라는 생태적 요인뿐 아니라 약자에 대한 배려가 제외된 사회구조에 기인하는 문제이다. 전 지구적 기후 불안정이라는 요인으로 인간이 이용 가능한 수자원의 총량이 줄어들고 있는 동시에, 여러 사회적 정치적인 요인들이 이러한 부족한 수자원의 분배 문제에 있어서의 거대한 불균형을 만들어내면서 지금의 물 위기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곽호철 교목은 오늘날 지구의 물 위기는 곧 인류의 정의의 결핍 상태와 포개어지는 면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다.

수자원 분배의 불균형…경제 양극화·남녀 성차별 고착화 요인돼

유니세프를 비롯한 여러 국제기구가 발표한 다양한 지표들에서 나타나듯, 깨끗한 식수의 공급과 정상적인 하수 처리에 있어서의 빈국과 부국, 빈자와 부자 사이의 불균형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러한 수자원 분배에서의 불균형 상태는 나아가 경제적 빈부의 불균형을 심화, 재생산하는 동시에 심지어 남녀의 성차별을 고착화시키고 있다. 생태계 자체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적, 경제적 문제로 재규정 될 수 있는 물 위기는 결국 ‘정의’라는 사회적 개념과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다. 때문에 곽호철 교목은 기존의 생태윤리적 담론에 입각한 논의들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생태윤리적 담론은 인간에게 부여된 도덕적 지위와 인간이 자연과 관계를 맺는 방식에 따라 인간중심주의, 생명중심주의, 생태계중심주의, 심층생태주의, 사회생태주의 등으로 나뉠 수 있다. 가장 앞의 방식에서 가장 뒤의 방식으로 이행하면 할수록 자연에 대한 인간의 도덕적, 지배적 지위는 약화되고 생태계와 인간의 상호의존성과 공존의 관계 구도가 강조된다. 그러나 인간중심주의를 제외한 나머지 네 관점은, 정도에 따른 차이가 있겠지만, 인간과 생태계의 소통가능성, 공존 혹은 공생 가능성, 생태계 지속 가능성 등등 생태윤리 담론의 문제들에 대해 현실에 바로 대입이 가능할 만큼 정리된 답변을 해주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곽호철 교목의 분석이다.

상식 수준의 생태중심주의 윤리, 논리적 소박성 극복해야

곽호철 교목은 우리가 교과서 속 상식의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던 생태중심주의적 윤리가 그 논리적 소박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한, 인간을 생태계 안에 억지로 가둬두는 일은 지양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신학적으로는 성육신한 예수 그리스도가 열어 둔 내재와 초월의 공존 가능성이, 인간으로 하여금 그가 생태계에 속해있는 존재일 뿐 아니라 그것을 초월하여 보존하고 지켜줄 입장에 놓여있음을 깨닫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입장은 어떤 측면에서는 과거 배척의 대상이었던 인간중심주의로 읽힐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 때 곽호철 교목이 이야기하는 인간중심주의는 기존의 폭력적 윤리와 강압적 힘의 논리에 의해 자연을 정복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설득적 힘으로 생태계와의 상생을 모색하는, 인간의 능력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다.

결국 곽호철 교목의 주장은 작금의 물 위기가 사회 정의에 관한 문제, 곧 인간에 관한 문제이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서 보다 더 적실한 실천 방침을 제시해줄 수 있는 것은 생태윤리적 담론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이 뒷받침하고 있는 생태계의 구성원이자 생태계를 최종적으로 보호해야할 주체로서의 인간의 능력과 기술이라는 것이다. 얼핏 반동적인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었던 곽호철 교목의 발제는 물 문제란 곧 인간의 문제라는 점에 새삼스럽게 주목하고 우리의 소박한 상식 위에서 입지를 다져왔던 생태윤리라는 입장이 가지던 맹점을 지적함으로써 세미나 현장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기독교문화연구소와 한국교회환경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 곽호철 교목을 포함한 여러 참여자들은 세계의 물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신학적 성찰 주제들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을 공유했다.

‘물 위기 현실에 대한 이해’라는 주제로 발제를 한 수원대학교 환경공학과의 이상훈 교수는 객관적 지표와 과학적 근거들을 제시함으로써 지구촌 물 위기에 관한 세간의 왜곡된 상식을 바로잡고자 하였으며, 국내 물 문제에 있어서는 기존의 공급 위주의 수자원 정책으로부터 수요 조정 위주의 정책으로의 전환에 사회 각층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의 홍국평 교수는 구약성서에서 나타나는 물에 대한 이해를 주제로 논의를 진행하였다. 홍국평 교수는 구약성서의 물을 혼돈의 세력을 대표하는 하는 것인 동시에 생명의 근원을 상징하는 것으로 요약하면서, 현재의 물 위기는 구약성서 당시의 혼돈의 세력으로서의 물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으며, 교회는 이러한 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성서적 분배 정의의 관점에서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에 대항해 싸워야 한다는 말로 발제를 결론지었다.

홍국평 교수에 이어서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박찬웅 교수는 물에 대한 신약성서의 이해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박찬웅 교수는 신약성서에서 물의 의미는 생명, 심판, 구원의 세 가지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말하면서, 이 중에서도 특히 물의 의미가 거룩한 신앙적 매개인 구원으로서 새겨지는 지점에서 신약성서가 다른 종교 전통으로부터 차별화될 수 있음을 이야기했다.

이어 한국교회환경연구소 연구원들의 제안을 마지막 순서로 이번 세미나는 마무리 되었다. 이 순서에서 연구원들은 생명의 물을 기억하는 예배와 묵상 주제들과 함께, 교회 내에서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물 절약 실천 지침, 교회적 차원의 ‘물 사랑 실천 캠페인’ 기획 등, 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신앙적 실천 방안들을 제시했다.

글/ 류한동(연세대 신과대 4학년)·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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