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
이 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어리석은 생각: 남북관계, 정답도 없고 길도 보이지 않습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요즘 같이 전쟁의 위협과 공포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나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그것이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마치 거대한 쓰나미 앞에서 쓸려가는 한 가닥의 나무 등걸과 같다"는 말로 운을 뗐다.
"나약하고 무기력하기에 하나님께 매달려 기도하는 것은 가장 보람된 것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고 한 그는 이내 "민족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이 끔찍스러운 정황 앞에서 세상을 마감해야 할 늙은이가 가장 어리석은 방법으로 호소한다"며 얼키고 설킨 남북관계의 실타래를 풀어낼 하나의 방법론을 제시했다.
하지만 방법론에 앞서 그는 오늘의 한반도 상황을 냉철하게 진단했다. 먼저 북한의 위협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개성공단을 폐쇄시켜 숯덩이처럼 타들어가는 가슴들을 만들었다"고 했으며, 또 미사일 위협에 앞서서는 "한반도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까지 친절하게 대피령을 호소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정전조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마당에 이제는 전쟁상태라는 걸 공포하고, ‘우리는 외국인 여러분들이 다치는 것을 원치 않으니 대피해 달라’고 주장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특히 북한의 외국인 대피령 호령에 관해 그는 "그들의 대결 투쟁의 대상을 나름대로 적지하려한 것"이라고 했으며, "대포한방 안 쏘고 심리적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도 있는 것이다. 한 때 증권시장이 출렁였다는 것은 그 반증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그런 효과는 얼마든지 노릴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전제한 이 교수는 "그동안 우리 경제는 한반도의 안정을 전제로 발전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아직은 특별한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또 다른 위협과 막말을 통해서 우리 경제를 교란시킨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 동안 ‘퍼주었다’는 말로 요약되는 남북협력기금이 사실은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뒷받침한 버팀목이 되었다고 생각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란 견해를 피력했다. 퍼주기 논란을 빚은 ‘남북협력기금’이 남한의 안정과 지속 성장의 밑거름이었다는 얘기였다.
그러면서 남북 당국자 간 공갈과 협박 그리고 위협이 오갈 시 자칫 모두가 원치 않는 전쟁 상태에 돌입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이 교수는 "험한 막말이 오가고 언론이나 TV를 통해 상대방의 ‘고위층’이나 ‘존엄’을 본의 아니게 훼손시키다 보면, 그 막말과 응대를 현실화시키려는 욕구가 불같이 생기게 될지도 모른다"며 "우발적으로라도 국지전이 벌어지다 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천만배’ 보복전으로 응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덧붙여, "과거 여러 전쟁의 사례에서 국지전이 전면전으로 확전된 것을 보여왔다"며 "그 때문에 남북의 주고받는 막말이 통제 불능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을 때 열전으로 상승하지 않는다고 그 누가 보장하겠는가"라고도 했다.
이 교수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한반도의 안정이 시급하다며 방법론으로서 "체면이 깎일 지 모르지만 열전으로 불붙기 전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면서 "다급해서 내미는 손길이 아니고 여유가 있을 때 내미는 화해의 손길은 아량"이라고 주장했다. 우리쪽에서 먼저 대화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이어 "어느 쪽이든 잃을 것이 없는 자는 두려울 것이 없다"며 "그 뿐 아니다. 어느 쪽이든 잃을 것이 없는 자는 그 반대자와는 달리 호기와 막말을 사정없이 내뱉을 수도 있다. 거기에 열전으로 먼저 응수하는 것은 함정에 빠지는 것처럼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끝으로 "지극히 어리석은 방법 같지만, 안정화를 위해 대화와 화해의 물꼬를 트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면서 "권력자들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민초들의 어리석음이 권력자들의 지혜를 이길 수 있다. 민초들의 간전할 염원이 모아지고 모여진 힘이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 변화도 가능하다. 뭉쳐진 힘이라야만 변화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