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논평] 박근혜 대통령은 위헌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철회하여야 한다

“이르시되 너도 오늘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더라면 좋을 뻔하였거니와 지금 네 눈에 숨겨졌도다 (누가복음 19:42)”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하나님이 평화의 주님임을 믿음으로 고백하며 온 땅에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충만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남과 북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며 선한 십자가의 행진을 해왔다.
 
최근 개성공단이 폐쇄되어 그곳에서 삶의 일터를 일순간에 잃어버린 수많은 노동자들과 중소기업들의 고통의 한숨소리가 들리고, 전쟁의 위기 속에 살얼음을 걷고 있는 이때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이야기하며, 평화와 대화를 위한 노력을 다 하겠다던 현 정부의 반평화적 행보에 대해, 우리가 고백하고 증언하는 하나님을 믿고 따르는 신앙양심에 근거하여,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지난 2013년 5월 8일 박근혜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한다면 저는 군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군이 가장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판단해서 거기에 대해서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를 했다’라고 밝혔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언이며, 군대에 대한 통수권을 민간인인 대통령에게 두어 군에 대한 문민통제를 분명히 밝힌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발언으로서, 이러한 발언이 다름 아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본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를 경악케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4월 1일 국방부의 업무보고 자리에서도 ‘우리 국민과 대한민국에 대해 어떤 도발이 발생한다면 일체 다른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초전에 강력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의 돌발적이고 기습적인 도발에 대해 직접 북한과 맞닥뜨리고 있는 군의 판단을 신뢰할 것입니다’ 등의 발언을 한 바가 있다. 당시에는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한 격려 차원이라 생각하고 이해하려고 하였으나, 북한에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채널로 활용되어야 할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도 이러한 인식이 반복되는 모습을 보고, 박근혜 대통령의 군에 대한 문민통제 포기 공표가 북한에 어떠한 시그널을 보내는 것인지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핵무기를 포함한 방대한 무력이 일촉즉발의 상태로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의 상황에서, 어떠한 국지전도 전면전으로 휘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에, 소규모의 국지전도 완벽하게 통제하여 전면전으로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며, 이러한 결정권은 대한민국 헌법이 명시한 바와 같이 민간인인 대통령이 일차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고, 전쟁 개시의 경우 국회의 동의를 구하도록 한 것이 헌법이 정한 질서이다. 전쟁을 개시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이 관련된 가장 중요한 정치적인 결정이며, 굳이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전쟁이 정치의 연장이라고 하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고려를 하지 말고’, 전면전으로 확산될 수 있는 국지전의 전투행위를 군대가 알아서 개시하라고 지시한 것은 현상적으로는 대통령 업무상의 배임이며, 본질적으로는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이다. 국민은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수호할 군 최고통수권자로 박근혜 대통령을 선출한 것이지, 일선 지휘관들을 선출한 것이 아니다.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전쟁 개시에 대한 고도의 정치적인 판단은, 어렵다고 해서 일선 지휘관에게 미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잘못 판단한 지휘관을 사후 경질한다고 되돌릴 수 있는 성격의 문제도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당시 국헌을 준수하고 국기를 수호하겠다고 국민들 앞에서 다짐한 서약을 반드시 지켜야 하며, 공약으로 내세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지키기 위해서도 대한민국 국군의 완벽한 문민통제는 필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헌법과 자신의 공약에 충실해야 하며, 군 통수권을 포기하고 전쟁개시권을 일선 지휘관에게 양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철회하여야 한다.
 
우리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주님께서 맡겨주신 평화와 화해의 사명을 이 땅에 온전히 이뤄지길 바라는 신앙의 양심으로 촉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통수권자로서 사려 깊게 판단하고 행동해주기를 바라며, 한반도의 전쟁 위기 속에 화해자, 중재자의 역할을 다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2013년 5월 10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무 배태진
평화통일위원장 한기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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