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한국YWCA연합회에서 한국YMCA전국연맹 생명평화센터가 주관하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주간 기도회 및 대안성지순례 심포지엄’이 열렸다. ⓒYMCA 제공 |
한국YMCA 전국연맹 생명평화센터가 주관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평화를 위한 대안 성지순례 포럼이 28일 오후 명동에 소재한 한국 YWCA 연합회관에서 열렸다. 이날 주제 발제자로 나선 최창모 교수(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중동연구소 소장)는 세 유일신 종교의 요람이었던 팔레스타인 지역 분쟁의 근본적 원인으로, 동일성의 논리에 기초한 ‘배타적 근본주의’를 꼽았다.
최 교수는 또 이러한 ‘근본주의’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자타를 구분하는 이분법을 파생시켰음을 지적하며, 결국 타자성의 영역이 의도적으로 배제되고, 적대시 되어 왔음도 더불어 밝혔다.
그러면서 이팔분쟁을 거울 삼아 그 대안으로 "자신 속에서 타자를 보고, 타자 속에서 타자와 더불어 자신을 사는 것"이야말로 타자와 함께 자신의 해방 마저 가져오는 추동력이라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인간 삶의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역설하며, △타자가 없다면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삶의 근본적 공존성과 △인간은 동일성으로 인해 평등하고, 이질성으로 인해 모순과 균열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또 이러한 삶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바탕으로 △모순과 균열을 포용하고 적대적 이원론과 배타적 근본주의를 배격하며 동일성 사고에 저항해야 한다고 했으며, △비동일성 의식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평화를 위한 대안 성지순례에 대한 의견도 냈다. 최 교수는 우선적으로 "한국교회의 일방적인 과도한 이스라엘 사랑 또는 일방적인 이스라엘 편들기 그리고 고통당하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현지인들과의 접촉과 현지 문화와의 소통을 외면하는 성지순례는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어 "환경오염, 문명파괴, 낭비 등 과거의 잘못된 성지순례를 반성하고 어려운 나라의 주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공정여행으로서의 성지순례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으며, "유적지, 난민촌 등 현지를 방문하고 원조를 위한 활동 및 평화운동단체들과의 네트워킹을 모색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연대를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최 교수의 발제에 토론자로 참여한 정원범 교수(대전신학대학교)는 교회가 성지순례를 평화운동의 기회로 삼지 못한 원인을 분석, 고찰해 논의를 발전시켰다. 정 교수는 교회가 비폭력 평화운동을 실천하지 못한 첫째 이유는 "교회가 국가(세상)와 너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했으며, 그 기원을 콘스탄티누스 이후에 두었다.
▲정원범 교수(대전신학대학교) ⓒ베리타스 DB |
정 교수에 따르면, 콘스탄티누스 이후의 기독교인들은 제국의 폭력을 도덕적으로 참아낼 만한 것이라고 생각했을 뿐만 아니라 하나의 기독교적 의무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폭력의 문제와 관련해 철저하게 예수의 비폭력의 복음의 정신을 따라 살았던 초대교회와는 달리, 콘스탄티누스 이후의 교회는 지배체제인 로마제국과의 밀접한 결합으로 인해 비폭력의 삶을 포기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둘째 이유는 오늘날의 교회가 "콘스탄틴적 현상유지 입장에 서 있기 때문"이었다. 정 교수는 "서구의 보수적인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기존 질서가 신적인 재가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제국주의를 정당화하기도 했고 노예제도를 정당화하기도 했다"면서 정권에 대한 태도에 관한 한 한국교회 역시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특히 한국교회의 이런 모습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에서 분명히 드러난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점을 따라 팔레스타인인(팔레스타인의 기독교인을 포함하여)을 기독교인의 적으로 간주할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인에 대해 일방적인 추방과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대해 일방적으로 편들기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전형적인 콘스탄틴적 현상유지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회가 비폭력 평화 운동의 길을 포기한 또 다른 이유로 ‘신앙의 사사화’도 들었다. 정 교수는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한반도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탄압과 인권유린 문제는 기독교 신앙과 무관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러한 신앙의 사사화 현상은 심각한 기독교 신앙의 왜곡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 교수는 팔레스타인 성지순례의 적극 추진을 권장하며, 이를 평화운동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탐욕과 착취와 억압과 불의가 판치는 세상을 향해 하나님은 언제나 진리, 자유, 사랑, 정의, 평화라고 하는 하나님 나라의 새로운 가치관과 그에 기초한 대안적인 새로운 사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인은 끊임없이 그러한 하나님의 요구를 재강조하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으며, 기독교인들의 팔레스타인 성지순례를 "하나님나라 복음의 관점에서 평화운동의 정신을 고취하는 교육의 장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세계의 분쟁지역과 한반도에서 하나님 나라의 평화정신을 실천하는 평화운동가 양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토론자 원영희 위원장(한국YWCA연합회 국제팀)은 서로간의 ‘다름’ ‘차이’가 갖는 중요성을 설파하며, "교회들만큼이나 많은 상업적 여행사들에서 천편일률적으로 기획해 내놓은 ‘성지순례’라는 여행에 대한 특별한 의미를 정리할 때"라며 "‘대안 성지순례’ 방안을 모색해 동시에 저 두 나라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어떻게 조정해 나아가는가 하는 고민도 함께 해야 한다고 본다"고 조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