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의 새역사 60주년 기념예배가 10일 오후 2시 경기도 오산 한신대학교에서 열렸다. 채수일 한신대 총장이 환영사를 전하고 있다. ⓒ한신대 제공 |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총회장 나홍균 목사. 이하 기장)가 10일 오후 2시 경기도 오산 한신대학교에서 새역사 60주년 기념예배를 가졌다. 이날 기념예배에서 기장은 무엇보다 ‘새역사 60주년 선언서’를 발표, 시대를 선도해 나갈 과제를 확인하며 굳은 의지를 다졌다. 선언서 낭독은 이종식 장로(남신도전국연합회 회장, 창곡교회)와 김가은 장로(여신도전국연합회 회장, 서울성남교회)가 맡았다.
선언서에서 기장은 "우리 교단이 ‘한국기독교장로회’라는 이름으로 새 역사의 길에 나선 지 어언 60년이 됐다. 그 새 역사의 길은 교권적, 사대적, 개인지향적 기독교로부터의 엑소더스의 길이었다"며 "우리 기장은 교리와 교권의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 언제나 새로운 논의에 열려 있는 자유로운 신학을 추구했다. 또한 신학의 사대성에서 탈피해 서구 신학에만 의존하지 않는 학문적 자주성을 보여줬다. 그러므로 한국 신학의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서구 신학에 성찰의 계기를 제공했다"고 했다.
이어 "60년이 지난 오늘날 한국 기독교는 당시와는 다른 사회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정보화의 가속화, 시민사회의 약화, 소비사회의 심화, 소득과 부의 양극화, 남북관계의 악화, 사회적 차별의 심화, 다문화사회로의 전환,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등이 그것이다"라며 "안타깝게도 한국 기독교는 이 도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도리어 사회의 발전에 역행하는 종교집단으로 지탄받고 있다"고 했다. 기장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위기의 시기에,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위기의 본질을 정확히 진단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교단의 ‘처음 정신’, 곧 ‘기장성’을 되짚어보는 일이다"라며 "처음 정신을 되살리는 것, 그것이 바로 종교개혁의 정신이자 프로테스탄티즘의 정신"이라고 했다.
기장의 기장성, 즉 정체성에 관한 되새김질도 있었다. 기장은 "우리의 기장성에는 신앙과 지성의 대립이 있을 수 없다. 한국 기독교는 신앙을 빙자한 반지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가 맞닥뜨린 위기의 결정적 원인이다"라며 "몰지성적인 신앙과 맹목적인 믿음을 강조하면서 교회의 언어는 세상의 언어와 단절되고 말았다. 기독교는 세상의 문제에 무관심하고, 세상은 기독교의 언어를 외면하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뜨거운 신앙의 기초 위에서 지성을 가지고 세상과 자유롭게 소통할 것"이라고 했다. 소위 ‘믿음’과 ‘이성’이 대립각에 있는 것이 아닌, 이들이 모두 한데 얽혀 있는 자체가 ‘신앙’이란 점을 확인한 것이다.
더불어 인간 소외 현상을 낳고 있는 자본주의의 병폐 ‘물량주의’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기장은 "우리의 기장성은 물량주의를 배격한다. 우리는 한국교회의 성장이 드리운 그늘을 직시하면서, 성장을 위한 성장과 규모에 집착하는 성장을 경계한다. 한국 기독교는 성장지상주의에 빠져있다"며 "성장이 교회 존립의 목적이 되어 버렸다"고 개탄했다.
김상근 목사(기장 전 총무)는 발표된 선언서의 의의에 대해 "‘기장성’이 교회 성장의 발목을 잡고, 교세가 뒤지게 되며, 교인도 돈도 없게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확인하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정말 장애물인가. 우리가 마땅히 져야 할 십자가는 아닐까. 십자가를 안 진다면 어떻게 예수의 길을 따를 수 있겠나"고 운을 뗐다.
김 목사는 "이 선언서가 ‘죽은’ 문서가 되지 않도록 기장의 모든 구성원들이 읽고 또 읽어야 한다고 했으며, "기장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미래의 비전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기념예배는 참회의 기도, 용서의 선언, 평화의 인사, 채수일 목사(한신대 총장)·배태진 목사(기장 총무)의 환영사, 김근상 주교(대한성공회)·김영주 총무(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엄현섭 목사(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의 영상 축사, 허영길 목사(한신대 이사장)·박종화 목사(경동교회)의 격려사, 문동환 목사(한신대 명예교수)의 설교, 새역사 60주년 돌아보기 영상, 새역사 60주년 기념 포스터 및 표어 시상, 새역사 60주년 선언서의 낭독, 성찬예식, 나홍균 총회장의 축도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