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선교 방식이 한국 문화, 한국이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육화된 복음을 타 문화권에 단순히 이식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것에 우려를 나타낸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모은다.
김태연 외래교수(이화여자대학교, 선교신학)는 『신학연구』 2013년 62호에 실린 논문 ‘신학의 ‘토착화’와 ‘지역화’ 사이에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하며, 한국교회가 그 선교 방식에 있어 ‘지역화’를 간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가 이러한 주장을 펴는 데 주요 논거로 활용한 슈라이터의 ‘지역신학’은 한 지역의 상황과 그 문화에 대한 이해를 강조하고 ‘복음’과 ‘교회’와 ‘교회 전통’ 그리고 ‘문화’의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조화로운 성장을 제시함으로써 과거 서구의 타문화권 선교의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태연 외래교수는 오늘의 한국교회의 선교 방식이 과거 서구의 타문화권 선교 방식과 흡사하여 똑같은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슈라이터의 ‘지역신학’이 오늘날 한국교회 선교방식에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단지 괄목할만한 성장뿐만 아니라 외방 선교 또한 활발히 진행하여 소위 타문화권 선교에 있어 ‘선교 대국’이라 명명되기까지 한다"면서도 "그러나 이제는 그 내실에 있어서는 많은 문제점과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덧붙여, "무엇보다 시급히 자성해야 하는 문제란 한국의 외방선교의 질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 서구가 이미 저질렀던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라고 했다.
타문화권 선교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방법론에 치중하여 결국 과거에 서구선교가 저지른 타문화권에 대한 몰이해, 서구 중심주의적 이해에 빠진 전례를 우리 또한 저지르지 않냐 하는 성찰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태연 외래교수는 "우리가 한국 문화, 한국이라는 지역적 특성으로 육화된 복음을 단순히 이식하는 선교사의 역할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사역을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나라라는 복음을 전하고 그 지역의 토양에서 자라나도록 협력하는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선교사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그는 "타 지역에 교회를 세우고 그 양적 성장에만 치중하며 그 교회를 소위 한국의 모교회의 자기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자 한다면 그것은 선교의 도구화요 서구의 제국주의적 선교 방식의 답습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태연 외래교수는 이러한 한국교회의 선교 상황에서 슈라이터가 제시하는 ‘지역신학’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특히 "서구신학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발휘하는 권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전통 또한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문화 속에서 발생했던 하나의 ‘지역신학’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점은 주목할만 하다"고 강조했다.
또 "역사가 오래된 교회와 신생교회의 위계질서, ‘신학에서 교회로 혹은 교회에서 신학으로’라는 어떠한 한 방향성만을 전제로 하는 기존의 선입견들을 무너뜨리고 조화로운 상호작용을 제시하는 그의 작업은 우리에게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