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마가뷔리상 수상자로 선정된 정미현 교수(49,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베리타스 |
여성신학 부문에서 스위스 마가비뤼상 수상자로 선정된 정미현 교수(49)는 여성신학이 생물학적/본질주의적 흐름으로 빠지는 것을 경계했다. 정 교수는 여신학이 남성의 권위있는 높은 자리를 탐할시 결국 동일한 억압체계를 낳는 수단으로 전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오히려 핵심 이슈인 ‘힘의 재분배’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혀야 함을 강하게 주장했다. “힘의 분배의 문제는 같은 성 안에서도 일어날 수 있어요. 남성과 여성 간 문제를 넘어 남성과 남성, 여성과 여성, 또 힘을 갖고 있는 여성이 힘 없는 남성을 억압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래서 힘의 재분배 문제, 이 차원에서 얘기를 해야 한다고 봐요.”
교회 목회적 차원의 ‘힘의 재분배’ 문제에 여신학이 어떤 기여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정 교수는 현재 제도화된 한국교회 목회 시스템이 상명하복의 위계질서로 점철되어 있는 유교 문화와 군사 문화가 퓨전된 한국사회의 그것을 그대로 차용했다는 평을 내렸다. 때문에 ‘질문’을 갖는 것 조차 목회자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의식이 교인들 사이에 팽배해져 있다고도 했다.
“그랬을 때 성서는 전통적 각도를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조금만 다른 각도로 뭔가를 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 것이거든요. 정죄당하고 말이지요. 그런데 그게 교회를 무너뜨리거나 권위를 무너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건강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라면요? 다시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요?”
하지만 성서해석의 단일성을 강조하는 보수파 교회들, 또 ‘성장’이란 미명 아래 이런 설교/목회 방식을 모방하는 일부 진보 교회들에게 여신학이 줄 수 있는 영향은 극히 제한될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다름’을 수용하지 않고, ‘같음’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정미현 교수는 여성신학이 한국교회를 섬겨야 함을 강조하며, 우선적으로 성서해석에 있어 ‘다름’의 가치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일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베리타스 |
이렇듯 동일성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교회 대다수 설교/목회 현장을 향해 정 교수는 우리사회가 이주 노동자 150만 명을 넘어선 다문화 사회임을 강조하며, 한국교회가 다문화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출발이 ’다르다’를 ‘틀리다’로 환원하는 오류의 늪에서부터 벗어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다르다’라고 표현할 것을 일상적인 언어 습관에서 자주 ‘틀리다’라고 표현을 해요. 그래서 ‘다름’을 수용 못하거든요. 그런데 다문화 사회에서 이렇게 이원론적인 사고에서 흑백 논리로만 모든 걸 판단하고, 친구 아니면 원수를 만드는 길로 가면 되겠습니까? 성서해석도 그래요. 이것만이 정도라고 하는데 사실 정도가 어딨어요? 하나님 외에는 모르는거잖아요.” 아울러 정 교수는 한국교회가 ‘다름’의 가치를 수용하지 못하기에 교파주의가 횡행하고, 연합의 마당마저 좁아지고 있다는 설명도 보탰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한국교회를 섬기는 여신학의 과제가 이 ‘다름’의 가치를 성서해석 차원에서 새기는 것임을 확인했다. 성서해석의 ‘다르게 보기’를 통해 신앙 성숙의 발판을 마련해 보겠다는 의도다.
정 교수는 끝으로 여신학이 그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역할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여성 운동에 대한 개방된 의식을 가진 힘 있는 남성들이야말로 사회 혹은 교회 내 주변화된 여성들을 중심으로 옮겨 놓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신학 운동에서 남성들이 배제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