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처음 예배당 ㅣ 구본선 글, 장석철 사진 ㅣ 홍성사 ㅣ 295쪽 ㅣ 1만 7천원
신간 「한국 교회 처음 예배당」은 전국 곳곳의 역사 깊은 예배당을 사진과 글로 소개하고 있다. 정동제일교회(1897), 자천교회(1904), 온수리성당(1911) 등…. 돈을 쏟아 부어 화려하게 짓고는 사람이 없다고, 헌금이 모자란다고 쉽게 허물어버리는 것이 아닌, 작고 낡은 공간이라도 그곳이 ‘예배당’이기에 더욱 허물어버릴 수 없었던 역사들. 그래서, 때론 사진만 봐도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정동제일교회 ⓒ장석철 |
저자 구본선(강화 교동교회 담임목사)은 전국을 돌며 예배당을 취재했다. 그는 “예배당마다 생겨난 배경이 있었고,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 예배당은 그저 건물이 아니라, 교회 고유의 역사와 신학이 담기는 곳”이라며 예배당은 건물 그 이상임을 말했다.
서울에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일반인들에게도 명물이 된 정동제일교회. 빨간 벽돌의 단층 건물이 아름다운데, 느린 시선으로 보면 더 많은 구조물을 볼 수 있다. “가장 먼저 교회 입구 사각형 종탑이 눈에 띈다. 붉은 벽돌로 쌓아 올린 종탑은 얼핏 보면 성의 마루 같다. 종탑 위 네 귀퉁이엔 작고 뾰족한 첨탑을 설치했다. 높은 종탑은 천국을 향한 성도의 믿음과 하나님께 더 가까이 올라가고 싶은 인간의 열망을 상징한다. 종탑 동편 원형 장미창은 중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으로, 빛을 최대한 많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빛은 성령 혹은 빛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종탑 정문과 본당 문, 창 모두 윗부분이 아치형을 이룬다. 약간 뾰족한 듯한 아치는 조금이라도 더 하늘에 닿고 싶은 소망을 담은 것이다.” 구조물 하나하나에서 아름다운 신앙의 간증이 반짝인다.
“오래된 종이 있다. ‘세상을 깨우치는 종’이라는 뜻이다. 1902년 군산 앞바다에서 순교한 아펜젤러 선교사를 기념하는 것으로, 1907년 미국에서 제작해 들여왔다. 이 종을 구입할 때, 정동제일교회를 설계한 건축가 심의섭이 당시로는 거금인 100원을 종 값으로 내놓았다고 한다.” 때로는 아주 작은 종 하나에 한국선교의 역사와 교회의 역사가 담기기도 한다.
진천교회 ⓒ장석철 |
충청북도 성공회 1번지인 진천교회(진천군). 지금 남아 있는 교회는 1923년에 지었는데 이전에 있던 교회가 화재로 없어지고 새로 지은 것이다. 1976년, 교회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느닷없이 군에서 교회를 가로지르는 소방도로를 내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교인들의 반발로 건물은 간신히 살아남았으나 남북으로 세운 건물을 동서로 틀어 옮겨야 했고, 이 과정에서 건물 원형이 불가피하게 훼손됐다. 늙고 병든 교회 건물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섰고, 다행히 2002년 등록문화재 제8호로 지정되어 보호대상이 되었다. 2003년 진천교회는 2천 평 부지를 마련해 새 건물을 지었다. 그리고 왼편에 옛 한옥 교회를 완벽하게 옮겨 복원해 놓았다.
합각에 십 자가 세 개를 장식한 팔작지붕 교회는 옛스러운 멋이 있다. 실내의 양쪽 열 기 기둥과 아홉 개의 들보는 제단으로 가는 ‘구원의 통로’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 예배당 자체가 하나의 신앙의 간증이다.
건축가이자 사진작가로서 책의 사진을 맡은 장석철 작가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격동기를 거치면서 많은 교회 건물이 파괴·소실되었고, 도시계획으로 철거가 횡행하면서 문화재적 가치가 적은 교회 건물이 쉽게 사라졌다. 또 교세가 확장되면 기존 건물을 헐고 대형 건물을 신축하느라 현재 80년 이상의 건축령을 가진 교회는 채 서른 곳도 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워 하며, 앞으로 많은 교회가 “고색창연한 교회”로 보존되어가기를 바랐다.
총 22개 교회에 대한 글과 사진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