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독교인이라면 한계 안에서 사는 존재임 자각해야”

밀양 송전탑 백지화 평화기도회서 이정배 교수 설교

▲30일 오후 2시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건설 백지화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생명평화기도회’에서 이정배 감신대 교수(NCCK 생명윤리위원회)가 설교를 전하고 있다. ⓒNCCK 제공

“기독교인은 믿는 자에게 능치 못할 것이 없다는 신념주의자가 되기보다는 좋은 세상을 위해 한계 안에서 사는 삶을 택하는 존재인 것을 명심할 일입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출발지점에 서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자연의)한계 밖이 아닌 (자연의)한계 안에서 사는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감신대 이정배 교수(NCCK 생명윤리위원회)는 30일 오후 2시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에서 열린 ‘밀양 송전탑 건설 백지화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생명평화기도회’에서 ‘~하지 말라’는 신적 명령을 담은 창세기 3장을 주제로 설교하며 이 같이 전했다. 
 
이 교수는 『순수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의 저자 칸트가 이 부분을 주목한 데에 "종교란 인간 삶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데 행복의 조건으로서 절대적 한계에 대한 통찰을 적시 한 것"이라며 "지금껏 인류는 한계를 극복하는 것을 능사로 알았으나 자연의 한계 안에서 사는 것이야 말로 인간을 성숙시키는 지름길임을 가르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인간만이 한계를 벗고자 했고 그렇기에 본래 자연에 없던 플루토늄을 만들어 핵무기와 원전을 인류의 미래인양 선전해 왔던 것"이라며 유력 기독교인들 중 핵 마피아가 상당수 존재한다는 것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정말 그들이 창조신앙을 고백하면서도 과연 핵 마피아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절대적 한계 안에서 사는 삶을 가르쳐 지키게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벨탑 사건 이후 하나님이 인간에게 바라시는 것은 한계 안에서 사는 것임도 노아 이야기를 통해 확인했다. 이 교수는 "새롭게 노아가 하나님의 파트너가 되었을 때 신은 그에게 한계 안에서 사는 법을 명령하였다"며 "사람들 눈에서 억울한 눈물을 흘리지 말 것과 동물을 피 채로 먹지 말라는 근원적 한계를 적시하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기독교인은 한계 밖을 향한 신념주의자가 되기 보다 한계 안에서 사는 삶을 택하는 존재라고도 했다. 
 
▲기도회 후 참석자들은 밀양 송전탑 건설이 진행 중인 지역 주민과의 간담회를 갖고, 지역 주민들의 고충을 듣는 한편 연대 방안을 모색했다. ⓒNCCK 제공 

끝으로 이 교수는 "대안적 에너지 정책을 비웃는 핵 마피아들에게, 여전히 박정희 시대의 법을 강요하는 행정가들에게 민중들 바닥의 힘과 기독교적 신앙의 열정이 강력히 전달되는 오늘의 모임이 되길 간절히 바라면서 말씀을 마감한다"고 했다. 
 
이 교수의 설교가 끝나자 유근숙 목사(기장 생태공동체운동본부 지역추진본부장), 김경태 목사(부산 NCC 환경위원장)가 공동으로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송전탑 건설 강행을 즉각 중단하라고 했으며, △정부와 국회가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덧붙여, △핵 산업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고, △원자력 홍보기관인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 국민의 전기요금 3.7%를 일괄 배정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다. 
 
이들은 "우리는 핵으로 오염된 위험한 사회가 아닌 푸른 하늘과 공기로 숨쉴 수 있는 자연을 후손에게 물려주기를 원한다"면서 "우리는 농촌이 도시의 식민지가 아닌 도시를 지탱하고 우리의 생존을 보장하는 하나님이 주신 마지막 생명 공간임을 깨닫고 일방적인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의 용기에 감사를 드리며 함께할 것"이라고 했다. 
 
기도회가 끝나자 참석한 ‘핵 없는 세상을 위한 한국 그리스도인 연대’, ‘핵 없는 세상을 위한 부산 기독시민연대’ 관계자들은 지역 주민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이들은 지역 주민의 고충을 듣고, 연대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했다. 연대사는 김중한 신부(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최동섭 국장(핵없는세상을위한부산기독시민연대 집행위원장), 정태효 목사(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의장)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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