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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 말씀의 생수

이장식·한신대 명예교수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베리타스 DB
에디오피아 사람이 예루살렘에 와서 예배를 드리고 돌아가는 길에서 빌립을 만나 예수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듣고 믿기를 작심하고서 가다가 “보라, 여기 물이 있으니” 하면서 세례를 받고자 하여 빌립이 세례를 주었다.(행 8장) 세례의식은 죄를 깨끗케 하는 상징으로 물을 사용하는 것인데 이 때 그 물이 넘치는 강물이었는지 아니면 사막의 오아시스 물이었는지 아니면 한 곳에 고인 물이었는지 또는 맑은 물인지, 불결한 물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세례를 주고 받아야 하겠는데 만일 물이 보이지 않거나 없으면 땅을 파서라도 물을 얻어야 할 것이다. 순복음교회 파송인 윤모 목사는 케냐의 산중의 마사이인들 지역에 교회를 하나 개척하고 처음으로 세례식과 성찬식을 거행해야 했는데 그곳에는 흐르는 강도 없고 우물도 없는 곳이어서 세례를 줄 물을 얻기 위하여 웅덩이를 팠는데 그 물이 온통 짙은 황토 물이었다. 윤 목사는 웅덩이에 내려가서 신자들의 몸을 물 속에 담구는 일을 하고 필자는 그 탁한 물을 덮어쓴 그들 머리 위에 안수하여 침례식 세례를 준 일이 있었다. 이 황토물도 물이어서 죄를 씻는 상징의 물로 간주할 수 밖에 없었지만 아무튼 어떤 물이든 어떤 형식이든 그것들이 죄를 씻는 것은 아니었다. 
 
세례요한이 요단강의 맑은 물로 사람들에게 세례를 주었는데 그 물이 사람들의 죄를 씻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세례를 주기 전에 사람들이 죄를 회개하도록 설교, 즉 말씀을 전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믿은 사람들이 세례를 받았으므로 사람의 죄를 씻는 것은 물이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이었다. 그 에디오피아인도 빌립에게서 이사야의 예언이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이루어졌다는 말씀을 듣고 세례를 받았으니 역시 죄를 씻는 것은 어떤 물이 아니고 하나님의 말씀 또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다. 
 
예수님이 니고데모에게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거듭나야만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씀했는데 그 물이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 분명히 그가 말씀하신 “물”도 상징적인 것을 말한 것인데 그가 말씀하신 “물”도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구약성경에 “생수”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예레미야는 “생수의 근원이 되는 하나님”을 버리고 범죄한 이스라엘인들을 책망했다.(렘2:13) 범죄의 원인이 생수, 생명의 물을 떠났기 때문이라는 말인데 그것은 그 백성이 하나님의 말씀과 그의 계명을 어겼다는 말이다. 즉 하나님의 말씀이 생명의 근원이라는 말이다. 이사야는 말하기를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 온 세상에 충만하다”고 하였다.(사11:9)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그의 말씀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된다. 또 “구원의 우물들에서 물을 길으리라.”(사12:3)고도 말했는데 이러한 말씀은 하나님의 말씀의 우물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신약성서에서는 물이 하나님의 말씀을 의미하는 것이 더 분명하다. 사마리아 여인과의 대화에서 예수님이 생수를 주겠다고 말씀했는데 생수는 곧 구원의 말씀, 곧 생명의 물(말씀)을 의미한다. 베드로는 “영생하는 말씀이 주께 있으니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사도 바울은 더 분명하게 “물로 씻어 말씀으로 깨끗하게 하사 거룩하게 하시고”(엡5:26)라고 말했는데 여기서 물과 말씀은 동의어이다.
 
사람들이 육신의 생명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물이듯이 사람의 영혼을 살리는데 꼭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물에 몸을 깨끗하게 씻어주듯이 하나님의 말씀이 영혼과 마음을 깨끗하게 해준다. 물이 육체의 생명이듯이 하나님의 말씀이 영혼의 생명이다. 개신교에는 세례식과 성찬식이 있지만 카톨릭교회에는 고해성사를 비롯해서 7종의 성례전이 있지만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깨끗이 해주고 죄를 사하여 주시는데 절대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러한 의식이 말씀을 상징할 수는 있어도 말씀 자체는 아니다. 특히 개신교에서 설교를 강조하는 까닭은 말씀을 중요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의 강단에 설교단이 크고 또 높게 되어있고 영국의 청교도들은 설교를 유창하게 잘하기 위해 수사학을 공부했다. 
 
오늘날 기상변화로 세계적으로 수량이 줄고 땅이 사막화 되어가고 또 식수가 오염되어 마실 물이 줄어지고 있듯이 우리 교계도 하나님의 말씀의 고갈상태와 혼탁상태에 처해 있다. 이것은 오늘날 교회에 미치는 문화적 기상변화가 한 원인이기도 하지만 말슴으로 단장한 경건한 설교자가 없고 그리고 사람의 마음을 정결케 하거나 영혼의 양식이 될만한 설교가 드물기 때문이다. 설교자들이 온갖 이기적인 동기와 목적으로 때로는 달콤한 축복의 말씀만을, 또 대로는 무서운 심판의 말씀만으로 설교하거나 또는 교회의 분쟁과 교계의 분열즐 조장하는 전투적인 설교를 많이 하였다.
 
설교자가 신학적으로 너무 빈곤하거나 성서 지식이 빈약하거나 태만하거나 또는 설교준비와 말씀연구보다 다른 일에 시간과 정력을 쏟기 때문에도 하나님의 말씀의 감동력이 약하게 된다. 중세기 로마 카톨릭교회 신부들은 일반적으로 무식했고 그리고 미사(예배) 의식이 일정하여 미사 예식서에 기록되어 있고 또 설교집도 나와 있었기 때문에 토요일 밤에도 안심하고 잠잘 수 있었다고 한다. 오늘날 개신교 목사들도 많은 설교집들이 있어서 그것들을 손쉽게 참고하거나 또 인터넷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해서 설교 준비가 한층 쉬워졌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말씀은 꽃송이 보다 더 달다든지 또는 순결하여 흙가마 속에서 일곱번 끓인 은과 같다는 고백(시12:6)이 나오기 어럽게 되었다. 18세기 초 미국의 대각성운동을 일으킨 조나단 에드워즈 목사는 몸이 약해서 심방이나 다른 활동을 할수 없었던 대신에 많은 시간을 성경을 연구하고 묵상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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