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큐메니칼 운동의 본산 세계교회협의회(WCC) 제10차 부산총회가 20여 일도 채 남지 않았다. 본지는 남은기간 WCC 부산총회의 진행 과정을 미리 살펴보는 한편, 이번 총회의 결과가 세계교회, 특히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에 대한 전망도 담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WCC 부산총회, 어떻게 진행되나?
349개의 회원교단과 5억여 명의 신자수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WCC의 각국 대표들은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부산 벡스코에 모여 ‘연합과 일치’에 관한 다양한 의제들을 다룰 예정이다. 이들은 특히 21세기 미래교회가 전개해야 할 운동과 경건의 삶에 대해 한층 싶도 깊은 논의를 벌일 계획이다.
최고의결기구인 이번 총회에서 총대들은 여러가지 회의와 주제 강연, 워크샵 및 선거, 회무처리 등을 진행하며, 세계의 중요 의제들에 대해서도 진지한 토론을 벌인다. 교회 및 사회의 미래에 대한 각 회원들의 입장이 다양하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형식은 경건한 신앙생활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매일 아침 예배로 모이고, 성서연구 및 묵상의 시간을 갖는 것이 이를 방증해 준다.
개회·폐회 예배는 부산 벡스코 홀에서 성대하게 치러질 전망이다. 이번 총회에는 특히 ‘새벽기도’와 ‘통성기도’가 공식용어로 채택되어 사용되는데 이러한 기도 운동이 한국교회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는 인식이 세계교회 내부적으로 짙게 깔려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 밖에 한국인의 신앙생활 전통에 부합하도록 수요예배는 모두를 위해 열어놓을 계획이다.
WCC 부산 총회까지 역대 총회 주제는
아시아에서는 인도 뉴델리 총회(1961) 이래로 두 번째로 열리는 부산 총회(2013)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인도하소서’ 주제로 진행된다. 이번 주제는 아시아 교회들이 제안한 주제어들이 모두 수용(생명, 정의, 평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구 교회 중심의 세계교회가 아시아 교회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번 총회를 전후로 아시아 교회의 지도력이 크게 부상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WCC 제1차 총회(1948)= ‘인간의 무질서와 하나님의 섭리’를 주제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렸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의 무질서와 혼동의 상황 속에서 창립총회로 모인 전 세계 44개국 127개교회 대표들은 ‘무질서함 속에서도 친히 하나님의 질서를 세우신다’는 고백으로 WCC를 시작했다.
* WCC 제2차 총회(1954)= 미국 에반스톤에서 ‘그리스도- 세상의 희망’이란 주제로 열렸으며, ‘인종차별’과 ‘식민지 정책’ 문제를 중요한 이슈로 부각시켰다. 인종, 피부색, 민족에 따라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복음에 거슬리며, 기독교의 가르침에도 어울리지 않고 교회의 본성에도 조화될 수 없다”는 선언을 했다.
* WCC 제3차 총회(1961)= 인도 뉴델리에서 ‘예수 그리스도- 세상의 빛’이란 주제로 열렸으며 23개 교단들이 새로 회원으로 가입했다.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에 있는 교회들과 러시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폴란드 등 동유럽 교회들이 회원교회로 가입하여 WCC가 명실 공히 ‘세계’ 교회협의회로 자리 잡았으며, 국제선교협의회가 WCC로 통합된 총회였다.
* WCC 제4차 총회(1968)= 스웨덴 웁살라에서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리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무엇보다 인종차별과 평화를 주요 이슈로 다뤘다. 더불어 경제성장과 무분별한 개발로 일어난 경제정의와 사회정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 WCC 제5차 총회(1975)= 케냐 나이로비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자유하게 하시며 하나되게 하신다’란 주제로 열렸으며 식민지에서 정치적으로 독립한 아프리카 대륙의 나라들이었으나 여전히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경제적 지배와 종속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확인, 이에 대한 심도있는 토론이 있었다.
* WCC 제6차 총회(1983)= ‘예수 그리스도- 세상의 생명’이란 주제로 캐나다 벤쿠버에서 열렸으며, 교회가 빈곤과 인권 문제에 예언자적인 행동을 함께하며,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핵무기의 개발과 남용을 심각한 범죄라고 선포했다.
* WCC 제7차 총회(1991)= 호주 캔버라에서 ‘오소서, 성령이여 만물을 새롭게 하소서’란 주제로 열렸으며 가난, 불의, 전쟁, 환경 문제로 인해 지구 생명체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전 인류를 구할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이시며, 성령을 통해 피조세계의 생명을 새롭게 하신다고 고백했다.
* WCC 제8차 총회(1998)= 짐바브웨 하라레에서 ‘하나님께 돌아와 소망 중에 기뻐하라’는 주제로 열렸으며 암스테르담 창립총회의 50주년 희년을 기념하는 한편, ‘폭력극복 10년 운동’을 선포,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 WCC 제9차 총회(2006)= 브라질 포르토 알레그래에서 ‘하나님, 당신의 은혜 가운데 세상을 변화시키소서’란 주제로 열렸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정치, 경제, 과학 문명과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기독교의 진리와 신앙의 유산들을 지켜내고, 하나님의 새로운 피조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은혜로만 가능하다고 고백했다.
WCC 부산 총회의 주요 프로그램은
총회 기간 중 경건생활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기본적으로 개회예배, 폐회예배와 아침예배와 저녁예배 그리고 수요예배는 드려진다. 또 소그룹 성경공부 모임도 있으나 여기에는 WCC를 통해 등록절차를 완료한 총회 정식 참가자에 한해서만 참석이 가능하다. 이 밖에 전체회의 및 주제강연이 총 7회에 걸쳐 진행된다.
10월 28~29일 간 열리는 사전대회는 여성, 청년, 장애인, 원주민 등 4개 부문으로 진행된다. 그 중 특히 여성사전대회는 WCC의 ‘남녀평등운동 본부’(여성국) 60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시기를 맞아 일부 시간에 남성 대표단을 초청해 남녀평등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WCC 총회 참가들이 회의하는 장면. ⓒ베리타스 DB |
에큐메니칼 대화는 총 21개 주제로 각각 4회에 걸쳐 90분씩 진행된다. 주제들은 아래와 같다.
1. 하나로 부름 받았다 : 새로운 에큐메니칼 풍경
(Called to be one : new ecumenical landscapes)
2. 공동의 비전을 향하는 교회 (The Church : toward a common vision)
3. 새롭게 됨을 통한 변혁 : 성서적 근거와 에큐메니칼 관점
(Transformed by renewal : biblical sources and ecumenical perspectives)
4. 생명, 정의와 평화를 위한 도덕적 분별력 Moral
(Discernment for life, justice and peace)
5. 함께 있기 위해 우리는 함께 기도해야만 한다
(We must pray together if we are to stay together)
6. 효과적인 지도력 양성 : 에큐메니칼 지도력 양성의 상황성과 신학교육
(Developing effective leadership : contextual ecumenical formation and
theological education)
7. 함께 생명을 향하여 : 변화하는 상황에서의 선교
(Together towards life : mission in changing contexts)
8. 오늘의 복음화: 진정한 제자직의 새로운 길들
(Evangelism today : new ways of authentic discipleship)
9. 교회의 남녀 공동체 : 상호 인정과 변형적 정의
(Community of women and men in the church : mutual recognition and
transformative justice)
10. 다 종교 상황에서 기독교의 자기정체성 찾기
(Exploring Christian self-identity in a world of many faiths)
11. 정의롭고 포괄적인 교회를 위해 소외된 이들과의 유대관계
(Bonding with the marginalized for a just and inclusive church )
12. 땅의 사람들이 신음하고 있다 :
기후변화를 직면한 상화에서 생태정의와 평화를 향한 부름
(The earth community groans : a call to ecological justice and peace)
13. 생명의 경제 : 빈곤퇴치를 위한 탐욕 극복
(An economy of life : overcoming greed )
14. 인간안보 (Human Security) : 인권과 정의를 통한 평화 유지
(Human security : sustaining peace with justice and human rights )
15. 정의로운 평화의 길 : 평화를 위한 공동의 노력
(The way of just peace : building peace together )
16. 평화와 자유를 위한 종교들의 공동 노력
(Religions working together for peace and freedom )
17. 한반도의 지정학적 상황 : 정의와 평화를 위한 에큐메니칼 연대
(The Korean peninsula : ecumenical solidarity for justice and peace)
18. “성지” : 누구의 정의이며 어떤 평화인가?
(“Holy Land” : whose justice, what peace?)
19. 어린이 권리를 위한 교회의 변호
(Churches’ advocacy for children’s rights)
20. 에큐메니칼 건강과 치유 사역
(Ecumenical health and healing ministries)
21. 봉사의 소명 : 급변하는 세계 속의 봉사하는 교회(Diakonia)
(Compelled to serve : the diaconal church in a radically changing world)
또 이번 총회에서는 총회 유치국의 독특한 색깔을 담지한 전통적 공간 개념인 ‘마당’이 적용돼 세계의 다양한 관심사들이 표현된다. 마당 행사로 진행되는 것에는 워크샵, 전시회 그리고 부대행사들이 있다. 워크샵은 총 87개가 진행되며, 그 중 한국의 다양한 기관 단체 또는 교회들이 주관하는 것들이 12개 있다. 전시회에는 전 세계의 다양한 관심사들이 50여 개의 전시회를 통해 표출될 것이며 이 중 20개는 한국의 기관 및 교회들이 주관한다.
총회 기간 중 세계에큐메니칼 신학원(Global Ecumenical Theological Institute, GETI)도 진행된다. 총회 기간에 발맞춰 10월 15일~29일 서울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그리고 10월 30일-11월9일에 부산 BEXCO에서 전세계에서 선발된 160여 명의 신학생들과 20명의 교수들로 이루어진 신학원이 진행된다. 한국의 신학생들 약 25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 밖에 한국교회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평화열차와 주말행사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먼저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사업으로 진행되는 평화열차는 비록 북한 평양 관통이 불확실하더라도 평화협정 서명운동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 세계교회 앞에서 한국 기독교인들의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염원과 열기를 보여줄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총회 기간 중 주말을 활용해 이뤄지는 주말행사에서 세계 각국의 총회 참석자들은 다양한 지역으로 흩어져 전 국토가 총회 참석자들의 마당행사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주말행사는 부산에서 KTX를 타고 서울과 임진각 등을 방문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총회 참석자들이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체험하게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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