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에큐메니칼 신학 양분한 ‘정의’와 ‘생명’ 부산총회에서는?

‘WCC 공식문서 통해 본 생태신학과 에큐메니칼 운동’

▲워크샵 ‘WCC 공식문서를 통해 본 생태신학과 에큐메니칼 운동’이 14일 연세대에서 WCC 제10차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기획위원회 주최로 열렸다. ⓒ이지수 기자

세계교회협의회(이하 WCC) 제 10차 총회가 한국에서 열림에 따라, 국내 신학자들과 활동가들이 WCC의 신학적 주제에 깊은 관심과 응답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기독교 환경단체인 한국교회환경연구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WCC 총회 한국준비위원회 기획위원회와 협력, 지금까지 WCC가 공식 채택한 생태 문서들을 성찰하는 워크샵 ‘WCC 공식문서를 통해 본 생태신학과 에큐메니칼 운동’을 14일 연세대에서 열었다. 
 
총 일곱 명의 신학자, 활동가들이 논자로 참여한 가운데 장윤재 이화여대 교수는 ‘WCC 생태프로그램으로 보는 생태신학’이라는 발제에서 이번 총회의 중요 문서 중 하나인 일명 ‘정의문서’ – ‘만물의 생명, 정의, 평화를 위한 경제 : 행동에의 부름’(Economy of Life, Justice, and Peace for All : A Call to Action)에 거는 기대와 아울러, 아쉬움을 피력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장 교수는 정의문서를 소개하며, “이 문서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이번 제10차 WCC 부산총회가 ‘하나님의 전 창조세계의 역동적 생명력이 부의 창조를 위한 인간의 수단에 의해 소멸될 수도 있게 되는 때’에 열리게 되며, 그러므로 WCC가 ‘모두를 위한 생명경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힘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신 국제금융경제기구의 창설과 부의 축적 및 조직적 탐욕에 도전하고, 생태적 채무 교정 및 생태적 정의를 발전시키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정의문서는 부산총회에서 차기 총회의 기간을 따로 정하여 ‘생명경제 운동’, 즉 ‘창조 세계 안에서 하나님의 정의를 위한 삶’의 운동을 전개하자고 제안하고 있다”며, “이 제안이 ‘평화’ 쪽에서 나오는 제안과 함께 어떻게 부산총회 이후의 ‘Ecumenical Pilgrimage of Justice and Peace’ 속에 프로그램화 될 것인지 궁금하다”고 기대를 밝혔다. 
 
아쉬움도 있었다. 이 정의문서가 “체계적으로 ‘생명신학’을 전개하거나 발전시키지는 않는다”는 것. 그는  “생명에 대한 신학적이고 영적인 확언은 있지만 체계적인 생명신학은 없으며, 분량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생명에 대한 삼위일체론적 정식화도 시도하고 있으나 간단하고, 앞으로 생명경제가 신학적으로 그리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함께 성찰하자고 제안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그는 에큐메니칼 신학에서 ‘정의’와 ‘생명’의 상호연관성과 그 신학적 근거를 밝히는 작업이 불충분하다고 피력했다. “사실 ‘정의’와 ‘생명’은 그동안 에큐메니칼 신학과 운동을 양분해왔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는 상대적으로 정의를 강조하고, 유럽, 북미는 가난한 사람들의 정의의 문제보다는 상대적으로 평화와 생태계 보전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 왔다”며 “아무도 ‘가난한 사람들의 외침’과 ‘지구의 외침’이 서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정의(해방신학)와 생명(생태신학)이 각각 가지고 있는 본래의 강조점과 힘을 약화시키지 않고 둘 사이의 견고한 연결을 꾀하느냐가 21세기 신학의 과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또 “아직도 생태신학자들은 인간사회의 특징적 측면들을 생태계로 환원시키면서 사회정의라는 성서적 규범을 약화시키곤 한다. 해방신학자들 역시 종종 그 반대의 위험, 즉 자연을 단지 인간 역사의 무대로 취급하는 과거 유럽대륙 개신교의 사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에큐메니칼 신학 안에서 둘 사이의 긴장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태이며, 신학적으로 그것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생태신학을 연구하고 있는 그는, 이번 총회에 제출된 ‘평화선언’(Ecumenical Call to Just Peace)이 ‘핵 학살’과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반가워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에서 탄소를 가장 적게 배출하지만 지구온난화라는 재앙 때문에 가장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 특히 태평양과 카리브해와 뱅골만의 작은 섬 국가에 사는 ‘탄소문명의 피해자들’이 바로 우리시대 정의를 부르짖는 ‘지극히 작은 자들’이다”며, 기후붕괴 문제 및 핵 문제가 부산 총회 이후 ‘에큐메니칼 순례’에서 우선순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이번 워크샵에서는 박성원 박사(WCC 중앙위원, 오이코스생명물결 대표)가 ‘WCC와 에큐메니칼 공동체의 생태정의신학과 행동’, 강성열 호남신대 교수가 ‘성서적 입장에서 본 정의와 생명’, 박용권 봉원교회 목사가 ‘생명 목회와 에큐메니칼 운동’, 김준우 한국기독교연구소장이 ‘기후 정의와 교회 과제’, 유기쁨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이 ‘생태영성과 창조 치유’를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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