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대재난, 하나님의 징벌이란 섣부른 판단 조심해야”

제3회 한·일 신학자 학술회의서 대재난 의미 다뤄

▲25일 서울 광나루 장신대 세계교회협력센터에서 제3회 한·일 신학자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는 장신대 기독교사상과문화연구원 기독교사상연구부가 주관했다. ⓒ베리타스 

현대의 대재난의 신학적 의미를 고찰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25일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 김명용, 이하 장신대) 기독교사상과문화연구원 기독교사상연구부가 주관하는 제3회 한·일 신학자 학술회의가 ‘현대의 고난문제- 대재앙, 비탄, 죽음’이란 주제로 열린 것이다.
 
발제를 맡은 현요한 교수(장신대)는 대재난을 하나님의 징벌이라느니 심판이라느니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것을 경계하며, "성경 자체도 모든 재난이나 질병이나 사고가 하나님의 징벌이나 심판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우리가 잘 알듯이 욥기는 그런 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욥이 아무 이유 없이 불의의 재난을 당했을 때, 교조주의적 생각을 가진 욥의 세 친구, 데만 사람 엘리바스, 수아 사람 빌닷, 나아마 사람 소발이 와서 욥을 다그친다. 너는 그런 재난을 당할만한 죄를 지었음이 분명하니, 속회 죄를 인정하고 회개하라고 말한다"면서도 "그러나 욥은 그들의 교리를 인정하면서도 자기는 그런 재앙을 당할만한 큰 죄를 짓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나중에 하나님이 인정한 사람은 욥의 세 친구들이 아니라 욥이었다"고 강조했다. 
 
구약성경의 욥과 같이 재난을, 고난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하는 신약성경의 인물은 단연 예수. 현 교수는 "예수님도 질병이나 재난이 죄 때문이라는 생각을 전적으로 부정하지는 않았다. 하나님의 섭리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사람들의 죄에 대한 징계나 경고로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매우 조심해야 할 것은 예수님은 결코 재난의 피해자들을 정죄하고, 그들만의 회개를 촉구하신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들의 죄를 깨우치시고 모든 사람들의 회개를 촉구하셨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대재앙을 (피해자들을 상대로 한)정죄의 도구로 삼기 보다 자기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현 교수는 "우리가 주변에서 어떤 재난을 당한 사람들을 볼 때, 그들만의 죄에 대하여 책망하고 그들의 회개를 요구하는 것은 매우 주의를 요구한다"면서 "그런 재난에 관하여 인간의 죄악과 부패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 그리고 회개를 촉구하시는 이의미를 찾아볼 수는 있지만, 그것이 결코 ‘그들만의 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죄, 나의 죄’의 문제요 바로 우리가 함께 회개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현대의 대재난이 순수 자연 발생적인 것이라기 보다 인간의 기술문명이 야기한 재난이라는 설명을 보태며, 이러한 기술 문명적 재난을 당할 때 우리 인간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견해도 내놓았다. 그는 "우리는 기술문명적인 대재난을 만날 때 "신이 옳으냐"고 신정론적인 질문을 던지기에 앞서서, 일차적으로 인간 스스로에게 "인간이 옳으냐"고 인정론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이 밖에 "재난을 피해자들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 혹은 심판으로 이헤ㅐ하고 회개를 촉구하는 것은 피해자 자신 혹은 피해자들의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우리는 재난을 당하여 처절한 고통을 당하는 우리 이웃들과 함께 고통을 나누며, 그들을 사랑으로 섬기고 위로하면서 그들로 하여금 능히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미츠하루 아쿠도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베리타스
이어 미츠하루 아쿠도 교수(세가쿠인대 총장)의 발제가 진행됐다. 아쿠도 교수 역시 대재난 앞에서 인간 고난의 의미를 성찰, 참석자들의 주목을 모았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종교사상은 고난에 대해 ▲체념하며 받아들이는 것 ▲특정 인간의 죄책에 대한 인과응보 ▲저항하고 반항해야 하는 것 ▲자신에 대한 교육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등이다. 
 
이에 아쿠도 교수는 "이러한 사고패턴은 하나의 형식에 넣어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여러 형식이 걸쳐 또한 서로 변화를 주고 받으며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문화적 특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인과 결과’로, 아니 더 정확하게는 결과로부터 원인으로 소급해 들어가는 ‘결과와 원인’으로 묶여 있는 인과론을 넘어서는 예수의 위대산 선언에 주목하기도 했다.
 
아쿠도 교수는 "신약 요한복음 9장에서 예수님은 날 때부터 맹인된 사람을 두고, 그것이 본인이나 부모의 죄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기 위함이라고 하셨다"면서 "이는 아마도 인류 역사상 놀랄만큼 획기적인 고난의 의미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즉 이것은 과거를 보류하는 미래지향적 개념이 아니면서도 고난을 하나님의 역사를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 여기는 것이다. 즉 그 고난을 감당하는 사람은 그 고난의 한가운데서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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