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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 하나님 나라를 침노하는 자

이장식·한신대 명예교수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세례 요한의 제자들이 예수께 와서 “오실 분이 당신입니까 아니면 우리가 다른 사람을 기다릴까요”라고 물었을 때 “하나님 나라는 침노를 당하나니 힘센 자가 침노한다”고 대답했다. 이 말씀을 힘 있는 사람이 하늘나라에 들어간다는 의미로 번역된 성경이 있지만 예수가 침략 또는 침노라는 강한 의미를 가진 용어를 사용한 것은 잘 믿거나 힘있게(?) 믿는 자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간다는 의미의 말로만 들리지 않는다.

세례 요한은 이때 헤롯 왕의 미움을 받고 투옥되어 있어서 언제 목이 날아갈 지 알 수 없는 때였으므로, 세례 요한 때부터 그리고 예수 자신의 때부터 전파되기 시작한 하나님의 나라가 헤롯 왕과 같은 강력한 자에 의해 침략 당하고 있었으며 또 예수 자신도 강력한 로마제국의 힘으로 단명으로 죽임을 당할 것을 예견하고 있는 처지에서 하나님 나라가 힘센 자들의 침노를 당하고 있다는 말로 들린다.

2천 년 기독교 역사에서 하나님 나라 또는 기독교세계(Christendom)가 세상의 정치권력의 침노를 받은 예는 언급할 필요 없이 한때 서양에서 전성기를 누렸던 기독교 세계가 급속도로 침노를 당하여 약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힘 있는 강자가 하나님 나라를 침노한다는 예수의 말씀의 함축성을 숙고하게 된다.

오늘날 하나님 나라를 침노하는 한 세력은 무슬림 세력일 것이다. 이들은 이슬람교의 이상인 ‘움마’(ummah) 곧 ‘무슬림세계’ 건설을 위한 강력한 포교 전략을 가지고 있다. 이제 유럽이나 미국까지도 기독교 세계로 간주할 수 없게 되었다. 미국의 이슬람 연구 권위자인 윌리엄 와그너(W. Wagner) 박사의 책 「이슬람의 세계 변화 전략」이란 책의 보도에 의하면 1989년에서 1999년의 10년 사이에 서구 여러 나라에서 무슬림 인구가 1,400만 명 증가했는데 그것은 100%의 증가세로서 유럽 전 인구의 2%에 해당되는 증가세라는 것이다. 독일에는 1,500개의 무슬림 사원이 있고 프랑스에는 500만 명의 무슬림 인구가 있고 그 밖의 서구 국가들에 살고 있는 무슬림 인구는 1,200만 명이며, 현재 세계 인구의 5분의 1이 무슬림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슬람교가 세계에서 둘째로 큰 종교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UN의 인구통계 연구에 의하면 2055년 경에는 출생하는 신생아들의 절반이 무슬림이 될 것이라고 한다.

무슬림 인구의 급증은 그 종교의 엄격한 계율과 신앙의 열정, 이슬람 국가 정책들이 이유가 되지만 현대 구미 국가들의 정책과 함께 현대 서양문명과 문화의 세속적 변화도 이유가 된다. 첫째 한동안 서구 국가들이 개방적인 이민 정책으로 아랍과 중동의 많은 무슬림들이 이민해 갔고 또 그들 나라의 난민들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이 무슬림들이 서구나 미국의 문화에 동화되지 않고 자기들의 종교와 전통 문화를 고집하고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유럽이나 미국의 종교와 사상의 자유와 인권 정책이 그 이유가 되는데 무슬림들은 서양의 무신론적이고 세속적인 도덕과 생활습성을 기피하였기 때문이다. 구미 기독교계에서, 특히 프로테스탄트 종교계에서 용인되고 있는 임신 기피, 임신 중절이나 이혼, 동성 연애와 결혼 등등은 이슬람 종교의 계율과 도덕률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프로테스탄트 종교의 기강이나 경건의 해이와 난맥상이 무슬림들의 포교 곧 선교의 효과를 드높이게 한 것이다.

현재 기독교계에서 세계선교는 점차 약세를 보이고 있고 그동안 한국교회가 세계선교의 제 2위에 있다고 자랑했지만 지금은 4위로 떨어졌다. 반면에 무슬림의 선교 ‘다와’(dawah)는 ‘움마’의 세계 변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갖가지 포교 전략과 힘을 가지고 있다. 마호메트가 메카에서 처음 다와를 시작했을 때는 기독교와 유대교를 소위 ‘경전의 백성’(the people of the Book)이라고, 곧 모세 5경이 있는 책을 다같이 믿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박해하거나 침략하지 않으려 했으나 나중에는 태도와 정책을 고쳐 기독교와 유대교도 자기의 다와의 대상으로 삼았다. 예수는 복음을 받지 않는 곳에서는 신발의 먼지까지 털고 미련 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서 전도하라고 가르쳤지만 마호메트와 그의 계승자 칼리프들은 코란을 받고 믿지 않으면 칼로 죽이라고 명했으니 기독교 선교는 무슬림의 다와를 이겨낼 수 없었다. 그리하여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하여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있던 기독교는 이슬람교가 생긴 제 7세기 중엽에서부터 100년이 되기 전에 그 여러 지방에서 사라졌던 것이다.

오늘날 무슬림 선교 정책의 가공할 만한 힘은 첫째 무슬림 국가들은 정교일체의 체제여서 국가들이 그 종교의 선교와 유지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반면에 구미나 기타 나라에서는 정교분리가 되어 기독교가 국가들의 힘을 빌리 수 없게 되어 있다. 소위 종교다원주의 정책으로 무슬림들은 자유롭게 포교하고 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무슬림 국가들은 석유 생산으로 막대한 포교비를 제공하고 있어서 무슬림 포교자들의 힘을 키워주고 있는데 일례로서 교도소나 형무소에서 포교하고 있는 포교자 ‘다이’들은 자기들의 선교를 받은 죄수들의 가족들까지 도와준다고 한다.

오늘날 세계의 기독교계는 특히 18세기 이후로 사분오열되었고 피차 다투고 미워하였다가 19세기 말 경에 선교사업의 협력으로 일치를 모색하고 세계 교회의 연합을 시도해 왔다. 그러나 신학과 교리, 체제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무슬림형제단’이라는 것이 1920년 경에 이집트에서 조직되어 현재 22개 국가에서 조직되어 무슬림 포교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 무슬림 근본주의파가 있지만 그곳도 수니파와 시아파는 신조나 계율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고 다만 전체 무슬림 인구의 10~15%에 지나지 않는 극단주의가 테러행위로써 무슬림 세계의 평화를 해치고 있을 뿐이다.

오늘날 종교다원주의로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평화주의 이상으로 협력하려고 노력하는 움직임이 있다. 사회와 국가들이 평화와 공존을 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타종교인을 개종시키는 노력은 자유로우나 힘이나 술책을 사용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으므로 각 종교가 신앙적 도덕적 감화와 함께 사회 봉사와 참여에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이것이 각 종교의 사회적 영향력과 교세 확장의 척도가 될 것이다. 소위 선의의 경쟁이다. 그리하여 현대인들이 어느 종교에 더 호감을 갖느냐에 따라 교세는 달라질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가 지향하는 자유와 인권사상과 세속적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에 따라 각 종교의 교세 확장이 좌우될 수도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종교다원주의 시대의 종교들 사이에는 선교나 포교의 진짜 경쟁이 조용히, 평화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랍의 무슬림 국가들의 민주화는 요원한 일이라서 타종교의 자국 국민에 대한 선교를 금지하고 있고 또 자국민의 타종교에로의 개종을 국법으로 엄금하고 있는 만큼 무슬림 인구의 증가세를 따라잡을 수 있는 종교가 없을 것이고, 기독교의 영토도 무슬림의 침노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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