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기윤실 심포지엄 ‘교회, 핵에너지를 넘어 대안을 생각하다’에서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명예교수가 기조발제 하고 있다. ⓒ사진=이지수 기자 |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욱 명예교수가 12일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심포지엄 ‘교회, 핵에너지를 넘어 대안을 생각하다’에서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동 중인(일시 중지 포함) 원자력발전소는 23기며, 앞으로 16기 이상이 추가 건설될 예정이다.
김정욱 교수는 “지금까지 스리마일 아일랜드, 체르노빌,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사고를 보면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더 이상 말할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한 번의 대형사고가 한 나라의 운명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소 1기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우라늄235의 양은 약 1톤인데 이는 히로시마 원폭 1,250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또 이 우라늄을 사용해 발전을 하면 우라늄235보다 더 강력한 방사성 물질인 플루토늄239가 다량 생산되는데, 이는 우라늄의 1/3만으로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물질이다”고 말했다.
또 원자력 발전소가 안보에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원자로가 직접 파괴되지 않아도 원자로나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에 냉각수만 공급되지 않아도 멜트다운은 일어난다”며 “그래서 전쟁 시에 폭격을 당하든지 혹은 폭격을 안 당하더라도 테러리스트들에게 점령당하든지 하면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이스라엘이 핵무기는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나 원자력발전소는 가지고 있지 않은데, 그 이유는 원자력발전소가 적국에 핵무기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원자력발전소를 우리나라가 가동할 준비가 안 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원자력발전소 1기 건설 비용은 3조원이고 앞으로(예상되는 규모인) 19기를 추가 건설하는 데는 57조원이 든다. 그러나 “아랍에미리트 연방에 건설할 발전소 4기의 계약 금액이 24조원이었고 이는 1기에 6조원이 든다는 말”이라며 “지금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느라 3백억 달러 이상의 외채를 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고 핵폐기물 처리를 위해 4조원 이상의 사후처리충당금을 모아둔 것도 발전소 짓는 데 다 빌려주어 돈이 한 푼도 안 남아 있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는 핵 발전소를 가동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주민의 희생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는 “원자력발전소는 위험한 시설이어서 인구밀도가 낮은 국토의 가장자리에 지어야 하기 때문에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사용할 수 없다. 이 폐열은 인근 연안 지역의 생태계에 피해를 입히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또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로 전기를 보내기 위해서는 대규모의 송전시설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힘없는 주민들의 희생이 강요된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 발전이 “현 세대에 너무나 큰 위험을 안고 있을 뿐 아니라 후세대에 이르기까지도 인간이 그 뒷감당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환경적으로 건전한 재생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절약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정욱 교수의 기조발제에 이어 사례발표 순서에서는 정진회 목사가 ‘구로동교회의 마을발전소 운동’을, 강철형 목사가 ‘산정현교회의 에너지절약 사례’를, 최영수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에너지정책팀장이 ‘에너지 절약과 생산을 통한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