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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 하나님의 광대들

이장식·한신대 명예교수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본지 회장) ⓒ베리타스 DB
유럽의 중세기를 신앙의 시대라고 말하지만 그 시대는 일반적으로 어둡고 침울한 시대여서 사람들이 현세를 비관시하고 내세를 바라는 마음으로 교회가 제시한 금욕생활에 익숙해졌고, 그리고 범죄자에 대한 교회의 처벌이 엄하여 힘든 고행으로만 감면을 받을 수 있었고 구원은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수도원에 들어가서 엄격한 신앙의 단련을 받아야 보장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인생을 찬양하거나 생을 즐기는 문화 대신 금욕적인 문화만이 허용되었었다. 
 
이러한 시대 성 프란시스코와 그를 따르던 무리들은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솜씨인 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노래하며 또 인간의 형재애를 노래하며 춤추면서 산야의 넓은 세상을 돌면서 이테리의 가난한 농민들의 들일을 도우며 한센병과 같은 무서운 병으로 가족과 동내에서 쫓겨나와 다리 밑에서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을 치료하며 도왔다. 그리하여 이들에게 붙은 별명이 ‘하나님의 광대들’이었다. 옛날 우리나라에서 그저 춤추고 노래하고 풍물치고 다니던 광대와는 다른 하나님과 자연과 인간애를 찬양하고 소외되고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사랑하고 도와주던 하나님의 광대들이었다. 
 
이조말엽부터 시작하여 일본의 침략 세력이 한반도를 비운의 땅으로 만들고 우리 민족의 수난과 고통으로 실망과 탄식으로 침울하게 되었을 때 교회당에 모여든 그리스도인들이 기뻐 큰 소리로 남녀가 동석하여 찬송을 부르고 서로 위하고 사랑하는 친교를 나누기 시작하였다. 불신자들이 보기에는 여태 보지못한 한 색다른 광대와 같았을런지 모른다. 노래와 춤과 장구 소리의 단장은 기생방에서나 극소수의 양반들 아니면 돈 있는 장사치들만이 즐길 수 있었던 때였는데 그리스도인들이 몇 백명 모여서 노래부르고 기뻐뛰는 부흥회나 기타 집회를 보고서는 놀랬을 것이다. 
 
이 때 나타난 조선교회의 이 ‘하나님의 광대들’은 단지 찬송을 부르고 기뻐 뛰며 손뼉만치고 흩어지는 무위의 한량들이 아니고 그들은 병든 자들을 고치는 병원을 짓기 시작했고 일자무식한 백성을 가르치기 위하여 시골 교회들이 야간학교를 세우고 그리고 소학교와 중학교의 현대식 교육을 시작하였고 그리고 가난의 극복을 위하여 산업운동을 전개했고 농촌운동으로 가난하고 무식한 농민들을 계몽하였고 삼천리강산을 하나님이 지어주셨다는 찬송을 부르게 하였고, 그리고 나라를 잃은 가련한 우리 민족의 독립의 회춘의 희망을 고취하는 노래를 지어 부르게 하였고, 옛날 이스라엘 민족을 애굽에서 해방시켜주신 역사를 가르치면서 하나님에게 소망을 두게 하였고 다른 종교에서는 볼 수 없는 애국 애족정신으로 일본의 식민통치와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박해를 많이 받았지만 여전히 교회에서는 기뼈하며 즐거워 하는 찬송을 높이 불렀고 신도들이 사랑으로 친교하고 연합하여 기쁨이 넘치는 교회가 되어 있어서 실로 ‘하나님의 광대들’이라고 부를만 했다. 옛날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인 히브리인들도 나라와 땅도 없이 떠돌이 백성이었으나 하나님을 찬송하면서 춤추며 다니던 광대들이었다.  
 
아프리카는 가뭄이 심한 열대지방이라서 말라리아와 같은 무서운 풍토병과 에이즈와 같은 성병과 가난과 부족싸움으로 서로 죽이고 약탈하는 대륙인데 케냐도 예외가 아닌 나라다. 그러나 케냐의 그리스도인들은 참으로 하나님의 광대이다. 그들은 교회에서나 어디서나 큰 소리와 율동 없이는 찬송을 부르지 않고 기뼈 뛰는 교인들이다. 그들은 시골에서 작은 교회를 짓는 현장에서 여자들은 큰 엉덩이를 흔들며 어깨춤을 추면서 찬송을 부르며 일을 한다. 가뭄이 심하여 빗물도 못받아 먹고 불결한 물을 마신다. 가뭄이 심하면 교회 헌금이 나오지 않아 목사 월급도 못준다. 그러나 그들은 큰 소리와 기쁨이 넘치는 찬송을 그치지 않는 하나님의 광대들이다. 
 
이렇게 가난한 교회이지만 케냐의 동아프리카 장로교회는 신도 수가 200만 정도이지만 모두 가난하 신자들이다. 그러나 이 교회는 국가의 의무 교육제도가 없어서 시골에 초등학교 약 400개를 지었고 흙바닥 교실이 대부분이고 그리고 180여 고등학교와 2년제 사범대학교와 종합병원 3곳과 진료소와 기술학교 15개를 세웠고 그리고 급식소도 많이 운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큰 병원은 선교사들이 세웠지만 이제는 이 교단이 인계해서 운영하고 있고 1970년에 모라토리움(선교비 단절)운동을 이 교회 카토(kato) 총회장이 시작하였다. 실로 이 교회 교인들은 하나님의 광대들이라 부를 수 있다. 
 
한국에서 1970년대 초반부터 일어난 경제부흥운동과 발맞추어 한국교회는 부흥운동을 가열시켜서 교회의 부흥을 일으켰으나 그것은 교인수 증가와 교회 재정 부유와 부흥사들과 목사들의 수입과 봉급을 많게 만들었고 개교회의 비대를 가져왔다. 그러나 교회 밖의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되고 억눌린 사람들을 돌보지 못하였고 교회의 많은 재정은 교회 자체가 써서 탕진하였다. 해방전의 한국교회와는 딴판이 되었고, 분열과 분쟁과 재판 싸움 등등으로 기쁨이 사라진 교회가 되었다. 교회 부흥사들은 교회의 광대 노릇을 했을 뿐 하나님의 광대는 못되었고 그들과 장단을 맞춘 부흥회 신도들도 교회의 광대들이어서 교회 안의 기쁨이 밖으로 퍼져 나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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