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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광섭의 미술산책] 칼뱅의 형상과 화상(畵像)에 대한 입장

심광섭·감신대 교수(조직신학)

▲Frans Hogenberg, 성상을 파괴하는 칼뱅주의자(The Calvinist Iconoclastic Riot of August 20), 1566, 1588
▲Gerrit Dou, Woman reading a Bible, c.1630.

칼뱅의 형상과 화상(畵像)에 대한 입장은 매우 비판적이며 부정적이다. 칼뱅은 형상과 화상은 하나님을 볼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이라 보며 이러한 행위는 불신앙적이고 우상숭배로 이끈다고 판단한다. 조각(彫像)이나 이콘(畵像)은 모두가 하나님의 위엄을 욕되게 하는 것으로 여긴다. 칼뱅은 구름, 연기나 화염 같은 신적인 임재의 직접적인 표징도 형상의 정당성을 뒷받침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돌, 금과 은으로 만든 형상과 화상은 생명이 없는 물질로서 인간이 고안한 수공물에 불과하며 경건을 거의 파멸시킬 정도로 세계를 점령하고 있다고 선전포고할 정도다.[→도판⑴]
 
칼뱅은 형상이 인간의 종교적 욕구가 만들어낸 유형적인 신격이라고 본다. 칼뱅은 인간의 마음이 어리석고 무지하여 마음은 우상을 잉태하고 손은 그 우상을 만들어 낸다고만 본다. 칼뱅은 가톨릭교회를 교황주의자들이라 칭하면서 그들의 형상물에 대한 비판은 매우 신랄하다. 칼뱅에게 형상은 “괴물”일 뿐이다. 성자의 화상 혹은 조각상은 “가장 음란한 실례”이며, “동정 마리아의 조각상보다 오히려 창녀의 복장이 더 정숙하고 순수하게 보인다”라고 독설을 퍼붙는다. 이들은 따르는 자들에게 마땅히 체벌(體罰)이 가해져야 한다고까지 말한다. 
 
가톨릭과 특히 정교회는 종이 주인을 섬기는 행위인 둘리아(dulia, 봉사)와 하나님에게만 드리는 예배행위(latria), 혹은 proskynesis와 latria, veneratio(성인 공경)와 adoratio(하나님 예배) 등으로 구분하지만 칼뱅은 이러한 구분을 어리석은 회피요 결국 우상숭배에 빠질 수밖에 없는 궁여지책이라 평가한다. 
 
칼뱅은 성례전을 인정하지만 성례전의 주요한 부분은 말씀에 있다고 본다. 말씀이 결여된 이미지만은 의미가 없다. 하나님에 대한 지식은 눈보다 귀로 더 잘 인지되기 때문이다. 칼뱅이 인정한 교회의 상징은 말씀으로 살아 있는 세례와 성찬뿐이다. 칼뱅은 교회에 형상물은 교리가 불순해지고 건전하지 못할 때 등장한다고 본다. 칼뱅에게 하나님의 영광에 이르는 길은 오로지 성경을 읽고 말씀을 듣는 행위에만 가능하다.[→도판⑵]
 
칼뱅은 “조각이나 회화를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긍정하고 이 양자를 순수하고 정당하게 사용해야 된다고 기록한다[<강요>, I.11.12], 이 원칙은 후에 세계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을 하나님께서 주시는 탁월한 은사라는 생각에서 확인된다. 칼뱅에게 세계는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무대’이다. 칼뱅주의가 지배한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풍경화가 발달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신학적 근거이다. 칼뱅의 철저한 형상 파괴와 금지는 오직 유일하신 하나님께만 예배하고 영광을 돌려야 한다는 칼뱅주의자들의 주장에서 교리로 발전한다.
 
칼뱅의 형상과 화상에 대한 이러한 강경한 입장은 시대적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1)기독교 미술을 고갈시켰을 뿐 아니라 (2)성례전에 대한 이해와 실천도 매우 빈약한 교회생활을 초래했고 (3) 무엇보다 심미감이 황폐된 교리적이고 윤리적인 신앙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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