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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병욱 목사 면직 청원서 행방 묘연…절차가 중요한가?!

한 영혼의 울부짖음은 들리지 않는가?

▲지난 14일 예장합동 평양노회가 열린 서울 수유역 소재 평강교회 앞에서 '전병욱 목사 성범죄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노회 가입 청원을 한 홍대새교회 전병욱 목사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예장합동 교단 평양노회가 열렸던 14일, 노회장인 평강교회 앞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번 노회에서 전병욱 목사가 개척한 홍대새교회의 노회가입이 다뤄질 것이라는 소식 때문이었다. 노회가 시작되기 앞서 '전병욱 목사 성범죄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 소속 활동가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전병욱 목사의 면직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는 한편 노회장으로 들어가는 목회자들에게 성명서를 나눠주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나 정작 노회는 싱겁게 끝났다. 해당 안건이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의외의 사실 하나가 발견됐다. 전병욱 목사 면직이 아예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음이 드러난 것이다. 
 
전 목사 면직이 쟁점으로 떠오른 시점은 전 목사가 새교회 개척을 본격화한 2012년 6월이었다. 당시 삼일교회 성도들은 평양노회를 찾아 전 목사 면직을 간곡히 청원했다. 삼일교회 당회도 면직안을 제출했다. 이러자 2012년 11월 임시노회에서 이 안건이 다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전 목사 면직은 불발로 그쳤다. 그러다가 해를 넘겨 2013년 4월 다시 한 번 이슈로 떠올랐다. 
 
평양노회는 세 차례 모두 면직안 접수를 거절했다. 성도들이 낸 면직청원은 당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리고 당회가 낸 면직안은 시찰회를 거치지 않았거나, 당회 결의 없이 장로 개인 명의로 제출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올해 평양노회에서 전 목사 면직안이 올라오지 않은 이유도 역시 절차상 하자 때문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평양노회 내부 관계자는 "2012년 당시 시찰장이 면직안을 받았다. 그런데 시찰서기가 노회 임원들에게 보내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다. 부노회장인 강 모 목사도 "노회 안에서 서류가 실종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종합하면 누군가가 면직안이 임원회에 가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상처 입은 영혼보다 더 중요한 건 절차? 
 
삼일교회 성도들이 면직청원을 통해 적시한 전 목사의 성추행 사례는 8건에 이른다. 적시된 사례 외에도 크고 작은 성추행 사례들이 계속해서 드러나는 중이다. 전 목사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여성도들은 그의 교회개척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목회자는 상처 입은 한 영혼을 천하보다도 더 귀하게 여겨야 하는 직분이다. 목회자의 야수적인 욕망으로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수치를 당한 영혼들은 힙겹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평양노회 목회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더욱이, 전 목사의 성추행 사건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목회자들이 상당수다. 심지어 어느 목회자는 노회가 열리는 평강교회 앞에서 성명서를 나눠주는 활동가에게 전 목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되려 묻기까지 했다. 
 
절차는 중요하다. 그러나 절차 보다도 더 중요한 건 상처입은 영혼들의 울부짖음이다. 평양노회 노회장 이하 소속 목회자들의 생각은 각자 다를 것이다. 그러나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삼일교회 성도들과 공대위 활동가들이 줄기차게 제기해온 전 목사 면직청원을 절차상 하자만을 문제삼아 무시했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적어도 목회자들은 한 영혼의 울부짖음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비친 노회는 목사들의 기득권 클럽이다. 전 목사 면직건을 대하는 평양노회의 태도는 세상 사람들의 시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시대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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