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본지 논설주간). ⓒ베리타스 DB |
서 박사는 몸소 박정희 군사독재 정권에 항거하여 민주주의와 천부적인 인권을 위해 투쟁하며 해직 당하기도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몰트만의 신학이 그에게 희망의 신학이 되었고 힘이 되었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아울러 돈과 맘몬을 숭배한 결과로 맞게 된 세월호 참사는 한국인들에게 몰트만의 십자가의 신학을 상기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몰트만 박사는 사실상 “하나님이 어디 계십니까라고 절규하는 우리의 물음에 ‘저 바다 물속에, 진도 앞바다 뱃속에 갇혀서 죽어 가는 아이들과 함께 계신다’는 대답을 들으라고” 말하고 있다. 거기에는 우리가 “눈물을 씻고 다시 일어[나며] ... 부활의 희망을” 갖게 하는 힘이 실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 박사는 몰트만 교수를 “20세기와 21세기 세계를 향하여 선교하고 설교하는 선지자”로 칭했다.
아래는 서 박사의 축사 전문이다. 이날 명예박사학위 수여식에는 이순 목사도 박사학위를 받았기 때문에 축사 속에 이를 언급하고 있다.
오늘 장로교 신학대학 창립 113주년을 기념하는 복된 자리에서 독일이 나은 세계적인 신학자 유겐 몰트만 교수님과 한국의 목회자 이순 목사님 두 분이 명예신학박사학위를 받으시는 것을 축하하는 말씀을 전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몰트만 교수님의 첫 번째 신학 책 『희망의 신학』은 제가 미국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있을 때, 디트리히 본회퍼의 저 유명한 『옥중에서 보낸 편지』와 함께 애독한 신학서적이었습니다. 그리고 1971년 아시아 태국 방콕에서 열린 WCC의 선교대회에서 만나 신학적 친구가 되었고, 1975년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이 박정희 유신 군사독재 정권에 항거하여 민주주의와 하나님이 주신 인간의 기본 권리를 위하여 투쟁하던 그 험난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여, 우리를 위로하고 격려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몰트만 교수님은 한국 신학자들과 한국 교회와 한국의 기독교 지성들과 학생 노동자들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그의 신학은 우리의 희망의 신학이 되었고 힘이 되어왔습니다.
몰트만 교수님의 정치 신학은 오늘의 우상이 절대적이며 독선적인 정치권력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돈과 맘몬이 지배하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체제야 말로 오늘의 세계와 교회의 우상이 되고 말았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의 정치 신학은 맘몬과 절대 권력에 저항하고 타파하는 십자가의 신학이었습니다. 몰트만 교수님은 20세기와 21세기 세계를 향하여 선교하고 설교하는 선지자입니다.
오늘, 대한민국의 온 국민은 우리 서해 진도 앞바다, 춥고 어두운 깊은 바다 한가운데 엄마와 아빠를 목 놓아 부르며 숨져 간 우리 아이들을 건져내지 못한 것 때문에 절규하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슬픔과 분노로 하나님 앞에서 “엘리 엘리 라마사박다니”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왜 우리를 버리시나이까?)를 외치며 십자가 위의 예수님과 함께 소리 지르고 있습니다[『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 신학자 몰트만 교수님은 오늘 다시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우리와 함께 있습니다. 오늘 우리 한국의 어른들이, 한국의 교회가, 돈과 맘몬에 눈이 어두워, 권력이 인간의 생명보다는 권력 그 자체를 위해서 허둥거리고, 무책임과 무능으로 아이들의 귀한 생명을 바다 속에 버렸습니다. 우리의 아들 딸 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이 오늘의 우리 시대의 십자가를 지고 엄마 아빠를 부르며, 하나님 아버지를 찾으며 사라져 갔습니다.
이 비극의 봄, 우리의 4월과 5월은 우리 역사상 가장 잔인한 달로 기억되지만, 2014년의 4월과 5월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잔인한 봄입니다. 하나님이 어디 계십니까? 절규하는 우리 물음에 “저 바다 물속에, 진도 앞바다 뱃속에 갇혀서 죽어 가는 아이들과 함께 계신다”는 대답을 들으라고 몰트만 교수님은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눈물을 씻고 다시 일어납니다. 부활의 희망을 가집니다. 그 희망을 위해서 우리는 힘을 내고 다시 일어납니다.
오늘 몰트만 교수님이 한국에서 두 번째로 받으시는 명예신학박사 학위는 위기와 절망에 빠진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주는 희망의 상징입니다. 몰트만 교수님 개인에게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독일의 신학자에게서 신학을 배우고 실천하는 장신대 총장 김명룡 박사님과 장신대 이사진과 교수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오늘 몰트만 교수님과 함께 나란히 명예박사학위를 받으시는 천안 중앙교회 ‘젊은’ 원로 목사이신 이순 박사님은 오늘 초면이어서 저의 축하의 말씀이 실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1970년대 유신 군사독재 시대에 장신대에서 목회의 뜻을 키우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30여 년 동안 한결 같이 지방 교회를 섬긴 착하고 진실한 주님의 종, 교회 위에 군림하는 우상이 아니라 주님과 주님의 교회를 섬기는, 참으로 보기 드문 목회자로 알고 있습니다. 교회의 3대 사명, 케리그마, 코이노니아, 디아코니아, 즉, 복음 선포와, 친교와 봉사와, 가르침의 목회신학을 말로만, 신학으로만 떠드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신 목사님, 여기에 더하여 예수님처럼 목수가 되어 집 없는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 주는 해비타트 일을 하셨습니다. 나아가서 그의 선교적 열정은 남아메리카 서해안에 위치한 페루라는 나라의 장로회 신학교의 이사장직을 맡아 해외 선교로 뻗어 나갔던 것입니다.
오늘, 모교인 장신대에서 영광스럽게 명예신학박사학위를 받으시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끝으로 제 개인적으로 군사독재 시대 해직교수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추방되었을 때, 625 당시 평양에서 공산군에게 순교 당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예수교 장로회 목사가 되려고 결심하고 장신대에서 1년 동안 공부한 뒤 목사 안수를 받은 장신대 출신 목사로써 이 영광된 자리에 초청받게 된 것을 더 없는 영광으로 생각하고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의 자랑, 장신대에 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5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