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과 지상』 겉 표지. |
오는 8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한다. 프란치스코는 지난해 3월 교황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1282년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 교황이며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출신,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다. 장애인들뿐만 이슬람 신자와 여성에게까지 세족식을 거행하고 평사제 앞에서 무릎 꿇고 고해성사를 하는 등, 그의 지난 임기 1년 동안의 행보는 이전의 교황들과는 다르게 매우 파격적이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는 ‘프란치스코 신드롬’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연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 책 『천국과 지상』(율리시즈, 2013)은 교황 프란치스코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라틴아메리카랍비신학교 학장 아브라함 스코르카 교수의 대담을 엮어냈다. 이들의 대화는 하느님, 종교, 기도, 죄, 죽음 등 원론적인 문제들부터 낙태, 동성 결혼, 빈곤, 홀로코스트, 돈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들까지 광범위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책에서 이들은 서로를 존중하면서도 각자 가톨릭과 유대교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치열하고 솔직하게 대화를 이어간다. 이런 장면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존경도, 애정도, 우정도 시작됨”(서문 中 교황 프란치스코)을 잘 보여주고 있다.
대담에서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인간의 위기”다. 이들은 우리가 늘상 이야기하는 경제의 위기, 문화의 위기 등 모든 사회적 위기들이 인간의 파괴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사람들은 더욱더 거만해지고, 배려를 잊어가고 있다. 돈이나 명예와 같은 외적 가치들에 목숨을 걸며 스스로가 신이 되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위기에 빠진 이 시대에 종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이 책 전반에 걸친 대담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이 바로 이 질문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1962-1965)는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에 대한 인식을 강조함으로써 교회가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가난한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며, 정치적, 사회적인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하는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교회는 고립화와 세속화 속에 갇혀있다. 고위 성직자들은 로마 가톨릭교회를 통해서만 구원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단자 색출에 시간과 정력을 쏟고 있다. 동시에 이들은 성직을 매매하고 중세시대 면죄부와 다름없는, 돈으로 구원을 사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이는 비단 가톨릭교회에만 한정되어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한국 교회 또한 매우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많은 목사들이 그들이 가진 지위를 통해 돈과 권력을 끌어 모아 스스로 신이 되려 하고 있다. 이들이 관심 갖는 것은 그들의 이익이지 기독교 교리의 실천이 아니다. 이러한 잘못된 행태로 인해 한국 기독교의 이미지는 실추되었고, 기독교에 대한 반감까지 일고 있다.
오늘날 종교, 특히 기독교는 인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사명을 지닌다. 도덕과 철학은 더 이상 현실 개선 기제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그 자리를 인간 정신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종교가 맡아야 한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교회가 권위적인 모습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친근한 사제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하나님의 복음으로 안내할 안내자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종교는 더 이상 저 위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과 평신도들을 연결하는 매개로서 실천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아마도 그의 파격적 행보를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글/ 최웅재 객원기자(연세대 신학과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