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주 한인 신학생들, 세월호 참사 시국 성명서 발표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인 신학생들도 6월 3일(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시국성명서를 발표했다. 한인 신학생들은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제하의 웹포럼(http://sewol-theology.blogspot.kr/)을 개설하고 성명서에 대한 신학생들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현재 하바드, 예일 등 35개 신학교에 다니는 한인 학생들중 134명이 서명했고 성명서를 발표한 이후에도 서명자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성명서에서 미주 한인 신학생들은 “비록 슬픔의 현장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멀리서나마 함께 아파하고 있습니다”라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성명서는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 세월호 참사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 협조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부패한 정치권력과 탐욕적인 자본의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고통은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회개와 결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특히 교회지도자들의 경솔한 발언을 거론하면서 “교회의 회개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교회가 억울한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울고, 고통을 나누기보다는 힘을 가진 자들의 편에 서서 불의에 동조해 왔음을 인정하고 회개, 반성과 더불어 행동으로 정의를 실천해야 합니다”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합니다!!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로마서 12장 15절)
 
수백 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국내외 모든 국민들에게 가눌 수 없는 슬픔과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고통스럽지만 외면하지 말아야 할 진실이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정치 권력과 자본 권력이 저질러온 부정과 부패 앞에서 우리는 침묵했으며, 국가 조직의 부조리한 조직 체계를 방관했고, 그들의 무능을 질책하지 못 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대형 참사로 이어진 일차적인 책임은 인명 구조의 임무를 방기한 선장, 일부 선원, 청해진 해운 측과 해경의 무책임한 대응에 있습니다. 또한 이번 참사의 책임은 세월호에 연루된 개인들의 부도덕성과 탈법 행위 뿐 아니라 물질주의의 탐욕이 지배해 온 우리 사회의 불의한 권력 구조와 자본의 힘의 논리에 있었음이 드러났습니다.
 
무고한 희생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진실은 우리 모두의 회개와 사회 전반에 걸친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고의 발생, 구조, 수습 과정에서 벌어진 온갖 거짓과 진실 은폐, 왜곡은 국민들로 하여금 슬픔을 넘어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에 미주의 한인 신학생들은 이 사건의 진실이 낱낱이 밝혀짐으로써 억울한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소외된 자들과 억울한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예수님을 따라 지금 큰 아픔과 슬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여야 합니다. 미주의 한인 신학생들은 비록 슬픔의 현장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과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멀리서나마 함께 아파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이들의 아픔에 함께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무능함과 무책임을 덮으려고 하는 불의한 행위, 권력, 그리고 자본의 탐욕을 규탄합니다. 또한, 우리들 스스로의 모습들을 돌아보는 것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회개와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합니다.
 
첫째, 박근혜 정부는 스스로 세월호 참사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진상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해 협조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일개 선장의 부도덕성 또는 특정 기업의 비리로 몰고 가거나 해경 해체라는 졸속 및 전시 행정을 통해 자신이 떠안아야 할 근본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스스로 재난 컨트롤 타워임을 부정한 채, 구조 과정에서 실종자나 사망자의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늑장 대응으로 사상자 수를 키웠습니다. 지금까지 언론을 통해 밝혀진 사실들만으로도 정부의 무능과 부패가 수백 명의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간 주범임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가 책임을 통감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 진실을 호도하고 권력을 보존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최근 청와대가 KBS 방송국에 대해 세월호와 관련된 언론을 통제해 왔다는 내부자의 고발은 세월호 사건을 대하는 박근혜 정부의 자세가 어떤 것이었는지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피해자 가족에게 위로가 되어줘야 할 경찰이 되려 그들의 뒤를 밟고 감시해온 사실은 정부가 국민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 잡기 위한 국민들의 민주적인 집회와 결사의 자유마저 무차별 연행으로 대응하고 심지어 연행된 여성에 대해 성희롱에 다름없는 만행을 저지름으로써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국민이 쥐어준 권력을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데 사용하려 든다면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온 권력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때늦은 눈물을 통해서 보여주려 했던 진정성을 조금이라도 인정받고 싶다면, 국민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국민들의 질타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하여 사고의 최종 책임자에 걸맞은 낮은 자세로 용서 받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 반이 지난 지금, 아직도 사건의 발생 경위조차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수많은 의혹들도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참사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과 진실 규명의 요구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묵살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는 사건 발생 당시 해경이 사고 현장에 즉각 투입되어 구조를 하지 못한 이유와, 해경의 증거인멸 및 조작 의혹, 상급 정부기관의 직무 유기의 사실관계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에 성실히 응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피해자 가족들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모든 실종자가 찾아질 때까지 수색에 총력을 다해야 합니다.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 사회, 여야의 합의로 특별법을 제정하고 피해 가족 대표가 포함된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모든 진실이 낱낱이 밝혀져야 합니다. 더불어 공정성과 신뢰를 위해 모든 정보가 피해자 가족과 국민 모두에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둘째,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부패한 정치권력과 탐욕적인 자본의 희생양으로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권리를 옹호하기 위함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권리를 지킬 수 없는 국가는 존립의 이유가 없습니다. 국민이 국가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참사는 국민들로 하여금 국가가 존립하는 이유를 근본적으로 되묻게 만들었습니다.
 
사고 발생 즉시 가장 먼저 달려가 구조 임무를 다해야 했던 해경은 배 안에서 죽어가는 국민들을 뻔히 보고도 구조의 책임을 해상구난업체 ‘언딘’에게 떠넘기고 시간을 허비하는 한심한 태도로 일관하였습니다. 사고를 보고 구조하기 위해 달려온 수많은 민간잠수사들을 배제하고 민간업체 ‘언딘’에게 구조 권한을 사실상 이양한 것은 이미 국민의 정부가 아니라, 특혜 받은 일부 기업을 위한 정부임을 자인하는 꼴이었습니다. 민간구난기업이 정부의 구조보다 실력이 월등하다며 자랑스러운 듯 치켜세우는 해경 간부의 발언은 정부의 책임을 포기한 무능한 정권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기준과 규제 장치들을 해제하고 대신 기업의 이윤을 보장해 주는 것을 국민 경제의 활성화라고 호도하고 있습니다. 국가의 책임을 망각한 채 국민의 생명을 자본에 맡긴 박근혜 정부의 정책 아래에서 세월호의 참사는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와 같은 희생이 또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국가철도 민영화, 의료 민영화, 고리원전 사용 연한 연장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은 또 다른 방식으로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정부가 자본가와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첨병 노릇을 하는 한 세월호와 같은 또 다른 참사는 앞으로 반복될 것입니다.
 
사회 전체에 걸쳐 경제 정의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스템은 무너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국민이 자본과 정치권력의 결탁에 의해 희생양이 되지 말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국민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기보다 기업과 자본의 이익의 편에 서왔던 정책의 결과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통령 스스로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권력 구조의 최고 지위에 있는 책임자임을 깨닫고 철저한 반성과 그에 합당한 처신을 해야 합니다.
 
셋째,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고통은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회개와 결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희생자와 유족들을 위한 진심 어린 기도가 필요한 이때에, 희생자들에 대한 일부 교회 목사들의 망언들 앞에서 우리들은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습니다. 희생자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고 유족들에게 위로가 되어주지는 못할망정, 희생자와 유족들을 두고 비아냥거린 목회자들은 유족뿐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들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온 기독교인들이 함께 지탄의 대상이 되었으며, 어느 누구보다 본이 되어야 할 목회자들은 ‘목레기’(목사와 쓰레기의 합성어)로 조롱당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섬기는 교회는 하나님의 정의를 실천하고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는 개인의 구원이나 물질의 축복, 교회의 양적 성장에 더욱 치중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강단의 왜곡된 설교와 신앙은 교회로 하여금 사랑과 섬김의 공동체라는 본연의 모습을 잃게 만들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교회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구조적 악을 외면하고 침묵으로 불의에 동조하게 하였습니다.
 
교회의 회개가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교회가 억울한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 슬퍼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울고, 고통을 나누기보다는 힘을 가진 자들의 편에 서서 불의에 동조해 왔음을 인정하고 회개, 반성과 더불어 행동으로 정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거짓에 맞서 진실을 외치고, 불의한 권력에 하나님의 말씀으로 저항한 정의로운 성경 예언자들의 전통과, 이 땅의 역사에서 4.19 혁명, 5.18 항쟁, 87년 6월 항쟁처럼 정의를 이 땅 위에 실현했던 우리의 역사는 기독교인들이 짊어져야 할 거룩한 신앙의 유산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기독교인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거짓과 불의가 무엇인지 신앙의 눈으로 바라보고 정의와 진실을 담대하게 외칠 때, 이전까지의 그릇된 모습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의 정의와 진리의 복음을 증거하고 실천하는 교회와 기독교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사건의 명백한 진위가 밝혀지고 자본보다 생명이 중시되는 나라가 될 때까지 신학도로서 우리의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너희는 다만 공의가 물처럼 흐르게 하고, 정의가 마르지 않는 강처럼 흐르게 하여라.” (아모스 5장 2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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