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언향 교회 권영진 목사가 한국교회가 회개를 기피하기에 진정한 교회의 모습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리타스 DB |
권영진 목사는 2010년 『진정 회개할 곳은 교회다』를 통해 한국 교회가 진정한 교회의 모습에서 멀어졌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가장 복음이 필요한 곳은 교회라고 꼬집었다. 더 나아가 예수는 누구이고, 기독교 신앙은 무엇인가 하는 본질적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났다. 그가 4년 전 외쳤던 교회 갱신의 목소리가 실제 한국 교회 현장에서 얼마만큼 울림을 가졌을지 물었다.
“지난 번 책은 교회의 회개를 촉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은 비기독교인을 향해 교회가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에서 쓰여 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교회 쪽 분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어요. 여담인데 책 자체가 종교서적이 아니라 인문학 서적으로 분류돼 기독교 서적 시장에서 유통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 책을 읽지 않은 분들이 더 많을 것으로 봅니다.”
독자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 교회의 실상은 지난 4년 전에 비해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퇴보한 느낌마저 든다. 첫 책이 나오던 당시 한국 교회에서는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던 목회자의 성추행이 불거진 한편, 대통령이 장로로 있던 교회의 목회자들이 주먹다짐을 벌이기도 했다. 지금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성추행의 당사자였던 목회자는 자신이 시무하던 교회에서 거액의 전별금을 받아 챙기고 새로이 교회를 개척했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목회자라고 해도 좋을 유명 목회자는 100억대의 배임죄로 세상 법정에 섰다. 또 강남 모 교회의 목회자는 공금횡령 및 논문표절 등 비리의 종합백화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권 목사는 다시 한 번 교회의 갱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특히 교회가 형식 보다는 공동체 의식의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형식, 이를테면 헌금제도를 바꾼다거나 헌금 봉투 양식을 통일한다거나, 예배 시간에 정장을 입지 않는다거나 하는 등의 변화를 주는 것이 개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보면 형식을 개혁하는 일이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저는 무엇보다 공동체 의식의 개혁이 시급하다는 입장입니다. 형식을 바꾸는 건 2차적인 문제이고, 공동체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이 변하면 형식은 자연스럽게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한국 교회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은 참으로 바르고 착한데 그가 섬기는 교회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근본 원인은 교회가 세상과 떨어져 살아온 데 있습니다. 교회 성도라고 세상과 분리돼서 사는 게 아닙니다. 또 아무리 교회 성도라도 그 사회에 대한 어떤 역사의식이나 사회 문제점 등을 함께 공유하고 같이 나눠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 교회는 철저하게 세상과 분리되어 있습니다. 교회 안에서 이상향을 만들어놓고 ‘세상은 더럽고 세속화된 것이니까 신경 쓰지 말고 교회 안에서 우리끼리만 잘 살면 된다, 그리고 거기서 복 받은 거 가지고 불쌍한 사람들이나 구제해주고 살면 그게 상급 받는 거다’는 식의 교의를 설파한 것이죠.
보수화된 교회일수록 성도들의 역사의식은 빈약하기 그지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모습에 대한 의식, 그리고 의식을 통해 배워 얻은 통찰력이 없으면 한국교회는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소망이 없다고 봅니다.
우리 역사는 많이 왜곡돼 있습니다. 일제 식민지하에서 기독교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그런데 기독교 독립 운동가들은 예수 믿고 구원 받으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분들은 ‘한국 민족이여, 깨어나라’고 외쳤습니다. 저는 이런 외침이 우리 민족혼을 되살려 3.1운동, 더 나아가 해방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해방 이후 친일파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기독교가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문을 닫아 버려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났습니다. 이렇게 왜곡된 역사의식을 바로잡고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재고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삶에 대한 문제의식도 새롭게 정립되고 이런 과정에서 교회가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할 것인지 문제의식도 도출될 것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결과물이 나타나리라 생각합니다.”
권 목사가 제시하는 교회 갱신 방안은 공동체 의식 개혁에만 끝나지 않는다. 그는 공동체 의식 개혁에 이어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가 이뤄져야 진정한 개혁이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동안 한국 교회는 성경을 복 받고 천국 가는 방편으로 이용했습니다. 성경 말씀 중에 마음에 들고 괜찮은 구절들 싹둑 잘라내서 이런 식으로 하면 천당 가고 저런 식으로 하면 복 받는다는 식으로 매뉴얼화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성경은 그런 책이 결코 아닙니다.
교회가 2000년 동안 교회다움으로 남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본질 중의 하나는 바로 성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이 잘못 사용됐을 때 교회는 부패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예로 가톨릭의 부패는 사제들이 말씀을 자신들의 뜻대로 주무르면서 비롯됐습니다. 개혁 교회라고해서 이런 일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닙니다. 성직자들이 종교 개혁 이후 소위 말하는 자본주의자들, 상공업주의자들과 손을 잡으면서 교회 안에 자본주의식 논리들이 들어왔습니다. 이런 논리들은 천국복음, 직업 소명론과 맞물리면서 복음을 변질시켰습니다. 즉, 자본주의 논리에 맞춰 성경을 해석한 것이죠.
그래서 저는 교회 개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이자 본질을 앞서 말씀드린 공동체 의식의 회복, 그리고 성경에 대한 바른 이해라고 봅니다. 제가 목회할 때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권 목사는 올해 새로운 책을 하나 냈다. 『성경, 오해에서 이해로』(가제)라는 제목으로 새물결출판사를 통해 8월에 출판할 예정이다. 그 책의 내용에 대해 물었다.
“전작이 교회 전반에 관한 주제들을 다뤘다면 이번 신간에서는 성경과 관련해 굉장히 다양한 주제들을 다뤘습니다. 그리고 성도들을 염두에 두고 썼어요. 그래서 가급적 쉬운 어조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전반적인 내용은 성경 구절이 원래는 이런 의미였는데 잘못 오해됐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내용은 기존 서적이 여러 번 다룬 것이기도 합니다. 제 책이 기존 서적과 다른 지점이 있다면 단순히 성경 말씀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바로 잡아주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왜 이렇게 오해됐을까, 성경에 있지 않은 내용인데 왜 성경적이라고 이야기할까를 설명해 준다는 점입니다.
또 하나, 제 책은 신학서적이 아닙니다. 그보다 일반성도들이 교회 현장, 그리고 자신들의 삶의 현장에서 겪게 되는 실질적인 주제들을 가지고 얘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책상머리가 아닌, 목회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겪은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은 3년여의 시간 동안 설교하고 강의하고 현장에서 성도들이 교회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질문들 가운데 이런 주제는 성도들과 한번 꼭 다 같이 다뤄보면 좋을 이야기라고 하는 것들을 선별하여 고민한 결과입니다.
무엇보다 제 책을 읽게 될 독자들이 우리가 익숙하게 알아왔던 성경의 이야기들, 교회 현장에서 아주 당연하게 생각했던 일들을 한번쯤은 되짚어 보고 이를 통해 진지한 성찰의 질문을 던져보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가 앞서 쉬운 어조로 쓰려고 했다고 했잖아요? 그러나 책 속에 담긴 문제의식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 교회의 전통이 기독교 전통에 합당한 신앙이었는지를 좀 돌이켜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제가 책 쓴 이유는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권 목사는 인터뷰 내내 호의적인 태도로 임했다. 이런 호의는 본지의 보도에 대한 신뢰감에서 비롯됐다. 그는 민감한 교단의 이슈나 신학적 주제에 대해 정면으로 다루는 한편 타매체가 보도하지 않는 내용을 보도하는 점에서 호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본지에 대해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줄 것을 주문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베리타스가 교단이나 대형 기독교 단체의 눈치를 안 보고 소신껏 보도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이런 모습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독교 언론도 언론이잖아요.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언론 본연의 사명, 즉 사실관계에 대한 정확한 보도와 깊이 있는 분석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향후 한국 교회와 성도들에게 좋은 언론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초심 잃지 않고 잘 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