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월리스의 『하나님 편에 서라』 겉표지. |
짐 월리스는 본래 미국 복음주의 진영의 종교인이지만 진보적인 시각에서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지금까지 『하나님의 정치』, 『회심』, 『부러진 십자가』 등 많은 저술을 통해 현실정치와 기독교와의 관계를 고찰해온 그는 최신작 『하나님 편에 서라』에서 ‘공동선’이라는 개념을 활용하여 정치적으로 분열된 사회에서의 교회의 역할과 기독교인으로서의 사명을 이야기한다.
그는 공동체의 삶 속에서 신앙이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보수와 진보의 대립과 분열로 공동선이 실종된 미국 정치판을 비판하며 공동선을 회복함으로써 예수의 사랑을 회복할 것을 요구한다. 그가 말하는 공동선이 회복된 공동체는 사랑의 공동체라 할 수 있다.
그는 “하나님이 우리 편인지 아닌지 나는 관심이 없다. 나의 가장 큰 관심은 내가 하나님 편에 서는 것이다”라는 링컨의 말을 인용하면서 하나님 편에 서는 것을 공동선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서 제안한다. 그에게 하나님 편에 서는 것은 정치적 입장을 초월해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한 힘없는 자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며 이는 곧 하나님의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특히 오래전부터 정치와 종교의 관계를 모색해온 그는 성경에서 발견한 민주주의 신학을 언급하며 ‘가치’와 ‘평등’이라는 두 가지의 본질을 통해 사회를 공동선으로 이끌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는 정교분리의 원칙 아래 하나님 나라의 시민과 세상 나라의 시민으로 단절된 신앙인들에게 민주주의 신학을 통해 도덕적 가치가 상실된 정치를 변화시키고 사랑의 공동체를 실현해나가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이슈가 된 동성애 문제에 관해서도 짐 월리스는 사랑의 공동체를 해법으로 제시한다. 그는 괴롭힘을 당하는 약자가 있다면 이들을 도와주고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이며 반대로 그리스도인들은 약자를 괴롭힐 것이 아니라 이들을 보호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인간의 성 문제는 신학적으로 이견이 존재하지만 그 해답을 찾기 전에 성적 소수자를 무시하거나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대신 이들을 감싸 안아주고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맞서 싸우며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공동선을 위한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짐 월리스는 빈곤, 전쟁, 인신매매, 결혼과 가정이라는 포괄적인 문제부터 911테러, 금융위기, 선거권 제한, 이슬람 사원 확장, 난민 추방 등의 구체적인 문제까지 정치, 사회 분야의 폭 넓은 주제들을 성경적으로 풀어낸다. 모든 정치사회 문제를 풀어내는 데 있어 성경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짐 월리스는 자신을 복음주의자라 자처하지만 그가 말하는 대안은 꽤나 진보적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정교분리의 원칙을 내세우면서 정치와 종교가 상호간에 일절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일부 신앙인들은 정치 영역에서 자신의 신앙만을 외치며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신앙인의 정치참여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면, 짐 월리스가 강조하는 ‘공동선’의 개념은 자신의 정치적, 종교적 신념과 관계없이 한번쯤 참고해볼만하다.
글/ 이가람 객원기자·연세대 신과대학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