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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식의 길위의신학] 하루살이

차정식·한일장신대 교수(신약학)


출처 : 차정식의 신약성서여행 <바로가기 클릭>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정기검진 날이라 병원에 다녀왔다. 세 번째 들르는 이 비뇨기과의 낡은 건물 구석엔 한 평 남짓한 세모꼴 공간의 소변검사실이 자리하고 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여직원이 오늘도 그 비좁은 자리를 지키며 하루살이의 반복을 감내하고 있었다.
그 앞에서 잠시 묵념하며 일상의 노동이 거룩해지기까지 견뎌야 할 운명의 하루치 몫을 감상해 본다.
병실에 누워 TV를 틀었더니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라오스의 소금마을을 보여주었다. 짠물이 나오는 지하수를 퍼내어 가둔 곳에 불을 때며 열대의 일꾼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하루종일 쭈그려앉은 채 일하며 소금을 1000봉지 넘게 포장한다는 한 라오스 아줌마는 일당으로 만 원이 못되는 돈을 받는다고 했다.
이들 모두에게 예외없이 하루살이의 여정은 심히 고단해 보였다.
자전거 타고 돌아오는 황혼녘, 하루는 동행이 물었다. 왜 이 하루살이떼는 온종일 잠잠하다가 저물녘에 거리로 몰려나와 극성을 부리느냐고.
나는 제법 도통한 포즈로 나즈막하게 답했다. 하루살이의 실팍한 순간들을 다 놓치고 막판에 외로운 소멸의 관문을 통과하기 버거워 저렇게 떼를 지어 극렬하게 몸부림치는 것 아니겠냐고.
아무리 오래, 아무리 잘 살아도, 또 아무리 짧게 아무리 못 살아도, 종말론적 감수성을 돋우어보면 결국 하루살이의 생 아니던가.
길고도 짧은 그 하루의 시공간을 견디기 위해 우리에겐 차 한 잔과 노래 부를 기타 하나, 그리고 마주보며 웃어줄 청정한 동무의 눈빛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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