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에세이] SF영화 흥행돌풍 단상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트랜스포머 4> 리뷰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한 장면. ⓒ영화 스틸컷

올 여름 방학 시즌을 맞아 엄청난 물량을 투입한 SF영화들이 속속 개봉하며 흥행몰이에 나섰다. 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지난 6월4일(수) 개봉한 뒤 28일(토) 현재 누적관객수 4,267,547명을 동원하며 흥행 선두를 질주하는 중이다. 또 헐리웃의 흥행 감독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 포머 4 – 사라진 시대>는 지난 25일(수) 개봉 이후 이날까지 1,931,450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실시간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트랜스포머4>는 28일(토) 기준 전일 대비 매출액 증가율이 120%에 달해 향후 더 많은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미남 스타 톰 크루즈를 앞세운 액션이 볼만 하다. <트랜스포머 4>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방대한 스케일이 돋보인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SF영화 특유의 묘미는 느껴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에서 주인공 윌리엄 케이지 소령(톰 크루즈)은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과 맞서면서 ‘타임루프’, 즉 계속 동일한 시간으로 되돌아간다. 케이지 소령은 매번 반복되는 상황과 맞닥뜨릴 때마다 앞서 겪은 일들을 떠올리면서 외계인의 실체에 접근해 나간다. 사실 타임루프는 SF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다. 또 외계인의 지구 침공이란 이야기 구도는 식상할 이 만치 자주 쓰이는 구성요소다. 이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의 유일한 볼거리라면 톰 크루즈의 녹슬지 않은 연기뿐이다. 그는 오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거친 액션연기를 소화해 낸다. 그러나 심오한 메시지도,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할 신개념 테크놀로지도 없다. 
<트랜스포머 4>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기본 얼개는 간단하다. 선한 외계인 로봇(오토봇)이 우주 악당 메가트론의 음모에 맞서 지구를 지켜준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외계인의 존재를 은폐하려는 미국 정보기관의 음모론이 첨가된다. 4편까지 이어온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스토리는 이런 이야기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마이클 베이, 스스로를 폄하? 
▲영화 <트랜스포머 4>의 한 장면. ⓒ영화 스틸컷

연출자인 마이클 베이는 이번 신작에선 마크 왈버그, 니콜라 펠츠 등의 배우를 기용해 전작과의 차별을 시도한다. 발명가 아버지 케이드 예거와 반항기 청소년 딸 테사 역으로 등장하는 두 배우는 로봇 액션이 화면을 뒤덮는 영화에 인간미를 불어 넣고자 고군분투한다. 그러나 이들의 연기와 로봇들의 액션 장면은 좀처럼 융화되지 않는다. 또 선악의 중간지점에 위치한 트랜스포머 ‘락 다운’의 실체는 생뚱맞기 그지없다. 미국과 중국, 홍콩을 오가며 펼쳐지는 액션은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그러나 로봇의 사지를 절단하는 액션은 여전히 불편하다.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은 보는 이들에게 지루함을 느끼게까지 만든다. 
연출자인 마이클 베이 스스로 영화의 약점을 인식했을까? 영화 초반, 쓰레기 더미로 전락한 옛 영화관 소유주는 케이드에게 “요새 영화들은 새로운 건 없고 리메이크나 속편일 뿐이지”라고 내뱉는다. 영화 완성도에 비추어볼 때, 이 대목은 연출자 스스로 자신의 작품을 ‘셀프 디스’하는 대목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F영화의 묘미는 다가올 미래 인간 삶, 혹은 삶을 지배할 신기술에 대한 예언자적 메시지다. 제임스 카메론의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이나 키에누 리브스 주연의 <매트릭스>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한편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선보인 터치 스크린 기술은 이제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로 우리 삶 속에 들어와 있다. 이런 맥락에 비추어 볼 때, <엣지 오브 투모로우>나 <트랜스포머4>는 한 마디로 수준 미달이다. 이런 영화들이 나란히 흥행 1, 2위를 질주하는 광경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다. 관객들의 안목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다만 영화가 상품성만 지나치게 극대화돼 2~3시간 동안 아무런 부담 없이 즐기는 오락으로 전락한 것만 같아 아쉬움이 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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