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강남교회] 벗겨질 수건

2014년 6월 8일 주일예배 설교자 전병금 목사

인류 역사상 가장 폭군 정치인은 로마의 네로 황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네로를 그렇게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어머니 아그리피나였습니다. 아그리피나는 아들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 숙부 클라우디우스 황제와 재혼하고 네로를 황제의 딸과 결혼시킨 다음, 황제를 독살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렇게해서 네로를 황제로 삼은 다음, 마음대로 권력을 휘둘렀습니다. 그러나 네로는 어머니가 권력을 농단하는 것을 차츰 싫어하더니 결국 어머니를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본래 그는 성격이 온유하고 서민 대중을 위해주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은 어머니를 본받아 무자비하고 포악한 성격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훗날 그는 로마 대화재가 발생하여 민심이 혼란스러워지자, 기독교인들에게 책임을 뒤집어 씌워 대학살을 자행하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네로도 반란을 맞이하자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그의 어머니나 그의 권력의 욕구는 결국 살인과 자살로 끝나버렸으니 얼마나 비참한 일입니까? 

오늘날에도 이렇게 권력에 눈이 어두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불법을 저질러서라도 권력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돈과 명예에 눈이 어두워 인간다운 품위를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모두가 그 끝이 비참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저지르는 한심한 소행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실상 이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가운데, 돈과 명예와 권력을 탐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그렇게라도 해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예수님의 제자들이라고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예수께서 갈릴리 사역을 마치고 제자들과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가실 때였습니다. 어느날 요한과 야고보의 모친이 예수께 이렇게 요청했습니다. 
“나의 이 두 아들을 주의 나라에서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주의 좌편에 앉게 명하소서”(마 20:21)
예수를 3년 동안이나 따라다니면서 제자훈련을 받았던 제자들조차도, 권력욕을 버리지 못하고, 세상에서 출세하고 권력을 얻는 것에 온통 마음을 빼앗겨버린 것입니다. 이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고난을 통해 모든 사람들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하나님의 자녀로 삼아주신다는 것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했습니다. 그들은 오직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집권을 하게 될 때, 높은 자리 하나 얻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세속적이었던 제자들이 달라졌습니다. 예수님과 함께 생활하면서도 예수님의 사역을 이해하지 못하던 제자들이, 예수님이 예루살렘에서 붙잡히고 십자가 처형을 당하실 때,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났던 제자들이, 예수께서 부활 승천 하신 후, 성령을 받고 나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더 이상 세상적인 유익을 구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그들은 원하는 것도 달라지고, 삶의 목적과 방향도 달라졌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부활을 증거하는 데 전심전력을 다했습니다. 박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다 바쳤습니다. 
가장 극적으로 변화된 사람은 바울이었습니다. 그의 본래 이름은 ‘사울’이었는데, 예수를 믿는 사람을 핍박하는데 앞장섰던 사람입니다. 그는 유대교인들이 초대교회의 평신도 지도자인 스데반을 즉결 심판한다면서 돌로 쳐 죽일 때에도 앞장섰고, 그리스도인들을 색출하여 감옥에 가두는 일에 자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메섹에 있는 신자들을 체포하러 가는 길에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바울은 눈이 멀어버려서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겨우 다메섹 성에 들어갔으나, 3일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였습니다. 그때 마침 다메섹에는 아나니아라 하는 제자가 있었는데, 환상을 통해 주님의 명령을 받고 바울에게 가서 안수를 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바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벗어져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사도행전 9장 18절에 나오는 이 ‘비늘’은 당시 의학 용어로써 일종의 ‘막’(scales)을 말하는데, 의사이기도 한 누가는 바울의 눈에서 일어난 변화를 의학적인 시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는 또한 영적 각성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표현이기도 합니다.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제거된 바울은 즉시 세례를 받았습니다. 육신적인 시력을 회복했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제대로 보게 되었고, 신앙의 눈이 떠진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주님을 바로 알지 못하고, 예수를 주님으로 알지 못하고, 주님께 헌신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은 그 눈에 아직도 비늘이 끼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왕이요,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하고,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습니까? 만약 그렇지 못한다고 하면 아직도 눈에 비늘 같은 것이 가려져 있는 것입니다. 빨리 이 비늘을 제거해야 합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비슷한 맥락에서 출애굽기 34장을 인용, 해석하면서 ‘수건을 벗으라’고 말합니다. 
출애굽기 34:29-35을 보면, 모세가 시내산에서 율법을 받아가지고 내려올 때 그 얼굴에 너무 광채가 나서 사람들이 바라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모세의 수건’에 대해 바울은 이렇게 해석합니다. 
“우리는 모세가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장차 없어질 것의 결국을 주목하지 못하게 하려고 수건을 그 얼굴에 쓴 것 같이 아니하노라” (고후 3:13)
바울은 모세가 얼굴에 수건을 쓴 이유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곧 사라질 얼굴의 광채에 현혹이 될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기가 모세처럼 할 필요가 없는 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복음의 영광은 사라질 것이 아니라 영원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울은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그 수건이 아직도 벗겨지지 않았다고 비판합니다. 바로 눈 앞에 영원한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건이 눈을 가려서 못보고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수건'은 율법주의적인 편견에 사로잡힌 유대인의 영적 무지와 오해, 그리고 예수그리스도를 거부하는 불신앙을 상징합니다.
바울 자신도 예전에는 이 수건을 둘러쓴 사람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는 정통 유대인인 베냐민지파요, 바리새인이요, 가말리엘 학파 출신의 대학자일 뿐만 아니라 관원이었습니다. 그 누구보다 성경에 능통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수건’ 때문에, ‘비늘’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바울은 자신의 체험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 비늘이, 그 수건이 어떻게 하면 벗겨지게 되는지 말입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주께로 돌아가면 그 수건이 벗겨지리라”(고후 3:16)
그렇습니다. 언제든지 주께로 돌아가면 수건이 벗겨집니다. 비늘이 벗겨집니다.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바울의 눈에서 비늘이 벗겨진 것처럼 말입니다. 
미국 남북전쟁 중에 아틀란타 근처 산악지대에서 치열한 전투가 있었습니다. 그때 연합군 소속의 젊은 장교가 중상을 입은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곳을 지나가던 위생병들은 그가 죽은 줄 알고 그냥 지나쳐 버렸습니다. 젊은 장교는 그렇게 죽어가면서 부모님을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은 날마다 자신을 위해서 기도했지만, 무신론자였던 그는 부모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절망적인 순간에서 그는 마지막으로 하나님을 향하여 기도했습니다. “만일에 나를 살게 해 준다면 남은 인생을 하나님께 봉사하겠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위생병이 다시 그곳을 지나다가 아직 살아있는 그 장교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그곳에서 치료를 받고 회복된 젊은 장교는 자신이 기도한 대로 하나님께 봉사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훗날 그는 고등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 계층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템플 대학을 설립했고, 세 개의 종합병원을 설립했습니다. 또한 필라델피아의 침례교회에서 40여 년 목회를 담당했으며, 20여권의 저서를 내었고, 활발한 강연활동을 펼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그리스도에게 돌아가도록 하였습니다. 그가 미국이 배출한 가장 기적적인 인물 중 한 사람이라는 러셀 콘웰(Conwell, Russell Herman, 1843~1925)입니다. 
주께로 돌아가는 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볼 수 있는 길입니다. 그런데 여전히 주께로 돌아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비늘’이 있습니다. ‘수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이기심’과 ‘탐욕’과 ‘부패한 생각’과 ‘허망한 생각’ 들입니다. 이런 것이 눈앞에 가려져 있으면,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요, 나의 구세주로 고백할 수 없습니다. 예수만이 나의 생명이요, 소망인 것을 알 수가 없습니다. 이미 다른 것이 나의 생명이 되고, 나의 소망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는 수건과 비늘을 벗겨낼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성령께서 함께 하는 방법 밖에는 없습니다.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고 성령으로 세례를 받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기도해야 합니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시 51:10)
사랑하는 강남교회 성도 여러분!
오늘은 ‘성령 강림절’입니다. 성령께서는 핍박자 사울의 눈에서 비늘을 거둬내어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게 하셨고, 이방인의 사도로 삼으셨습니다. 그래서 이방인들로 하여금 ‘비늘’과 ‘수건’을 벗고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게 하는데 쓰임 받도록 하였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 그 성령께서 이 자리에 강림하셔서, 우리의 비늘과 수건도 거둬내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주님께 가까이 갈 수 없게 했던 비늘과 수건, 즉 우리의 편협하고 완고한 생각과 불신앙, 탐욕을 거둬내고 예수만이 나의 생명이라고 고백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주님께 돌아갑시다.
“오라 우리가 여호와께로 돌아가자 여호와께서 우리를 찢으셨으나 도로 낫게 하실 것이요 우리를 치셨으나 싸매어 주실 것임이라” (호 6:1)
우리가 성령의 도우심으로 우리의 비늘과 수건을 벗고 주님께 돌아갈 때, 주님은 우리를 영접하실 것입니다. 우리를 낫게 하실 것이고, 우리를 싸매어 주실 것입니다. 이 놀라운 성령의 역사에 동참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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