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대중문화 리뷰] <월드 워Z>의 달갑지 않은 흥행 돌풍

북한 체제 비하, 시오니즘 코드 불편하게 해

▲영화 <월드워Z>의 한 장면. ⓒ스틸컷

헐리웃 인기스타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 워Z>는 좀비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한 영화다. 지난 해 6월20일 개봉한 이 영화는 개봉 4주 만에 441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 영화를 능가하는 기록을 세운 영화는 2주전 개봉한 우리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680만)가 유일하다. 한국 시장에서 좀비 영화가 좀처럼 흥행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 영화의 관객몰이는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영화의 얼개는 단순하다. 전직 UN 감독관인 제리(브래드 피트)는 현장을 떠나 가족과 함께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제리는 UN의 의뢰로 좀비를 퇴치할 치료제를 발견하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좀비를 주제로 한 다른 영화와는 달리 이 작품은 좀비를 인류의 역병으로 그린다. 어느 날 영문도 없이 전 세계에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다. 이로 인해 미국 등 세계 각국 정부는 궤멸돼고 인류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다. 
사실 이 같은 설정은 헐리웃에서는 흔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더스틴 호프만, 모건 프리맨 주연의 1995년 작 <아웃브레이크>(원제 : Outbreak)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와 <월드 워 Z> 모두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한국이다. <아웃브레이크>는 모타바 바이러스가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급성 유행성 출혈열이 급속도로 퍼진다는 내용의 영화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의 숙주는 한국 선적의 태극호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온다. <월드 워Z>의 경우 좀비 바이러스의 최초 보고지는 한국 평택의 험프리 미군 기지였다.
다른 한편으로 <월드 워 Z>는 북한 체제를 은근히 비꼰다. 주인공 제리는 좀비 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창궐지인 한국을 찾는다. 그는 바이러스의 유발 경로를 찾던 도중 기지 안 감옥에 수감된 CIA요원 버트 레이놀즈와 이야기를 나눈다. 레이놀즈 요원은 북한에 무기를 판매하다 발각돼 수감 중이었는데, 그는 제리에게 좀비 바이러스를 추적할 단서를 제시해 준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딱 두 나라만이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한 곳은 북한이고 다른 한 곳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격리시키기 위해 쌓아 놓은 장벽 덕분에 좀비 바이러스의 창궐을 막을 수 있었다. 얼핏 수긍이 가는 설명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레이놀즈는 제리에게 북한이 좀비 청정지역(?)인 이유에 대해 “북한 정권은 24시간 안에 2,400만 국민들의 이를 다 뽑았어. 북한 정권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지”라고 전한다. 레이놀즈의 대사는 북한 전체주의 체제의 경직성을 드러내 주지만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선 북한을 비하하는 뜻으로 읽히기 쉽다.  
▲영화 <월드워Z>의 한 장면. ⓒ스틸컷

이 영화의 불편한 대목은 또 있다. 예루살렘 장면에서다. 제리는 한국을 거쳐 예루살렘으로 날아간다. 예루살렘은 여러 해에 걸쳐 쌓아 놓은 장벽 덕분에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그러나 좀비들의 기세는 날로 거세져 언제 함락 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외부의 요인은 늘 불안을 키운다 
이스라엘은 오랜 적대관계에 있던 아랍인에게도 장벽을 개방한다. 이들을 방치했다간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돼 거꾸로 예루살렘을 공격해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장벽 안에 진입한 아랍인들은 안도감에 젖어 알라를 찬양하는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르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제리는 화들짝 놀라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노래 소리를 멈추게 하라고 다그친다. 조사과정에서 좀비들이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알아냈기 때문이었다. 
제리의 경고는 맞아들었다. 좀비들은 아랍인들의 찬송가를 듣고 새로운 힘을 얻어 마침내 장벽을 넘어서는데 성공한다. 결국 예루살렘도 좀비들의 수중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이 대목은 은연중에 이질적 요소(아랍 문화)가 좀비 바이러스를 더욱 강력하게 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제리를 돕는 조력자인 이스라엘 군 요원 세겐은 시오니즘 코드로 읽히기도 한다. 
이런 대목들을 제외하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할 요소들이 충분하다. 특히 예루살렘에서 벌어지는 인류와 좀비들 사이의 치열한 전투는 단연 백미다. 미남 스타 브래드 피트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그가 한국을 찾는 장면은 영화의 집중도를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그는 실제 영화 홍보 차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헐리웃은 전통적으로 가족과 미국, 그리고 지구의 안위를 위협하는 불안요소가 외부에서 오는 것으로 묘사해왔다. 이 영화 <월드 워Z>는 이 같은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일 경우가 많았다. 미국은 20년을 주기로 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켜 세계평화를 위태롭게 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이 영화는 초반에 미국이란 나라의 본질을 살짝 드러내준다. 
▲영화 <월드워Z>의 한 장면. ⓒ스틸컷

제리의 가족들은 온 사방에 좀비들이 넘쳐나는 모습을 보고 당황해 한다. 이들은 다행히 트레일러 한 대를 확보해 외곽으로 피신한다. 잠시 휴식하는 동안 제리는 천식을 앓는 딸을 안정시키면서 가족들에게 차 안에 쓸 만한 물건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한다. 이때 둘째 아이가 벽장에서 무언가를 꺼내 아빠에게 건넨다. 다름 아닌 총이었다. 
미국 사회는 잊혀 질 만하면 불거지는 총기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럼에도 총기사고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상황이다. 전미총기협회(NRA)가 로비력을 총 동원해 총기 소지에 제한을 가하는 모든 조치에 제동을 거는데다, 미국인들 사이에 총이야 말로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필수품이라는 사고가 너무 깊이 각인돼 있어서다. 그래서 미국에선 2~3살 아이들이 총기를 갖고 놀다 돌을 갓 지난 어린 동생을 쏴 죽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따라서 어린 딸이 아빠에게 총을 건네는 장면은 소름끼칠 수준의 기만이다. 이런 탓에 <월드 워Z>의 흥행성공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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