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기획] 되돌아보는 2014년- 2부

[편집자주] 2014년이 저물어 간다. 올 한해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 그 자체였다. 연초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를 신호탄으로 세월호 침몰 사고, 판교 공연장 환풍구 붕괴 사고 등 대형사고가 꼬리를 물었다. 기독교계 역시 올 한해는 유쾌한 기억이 별로 없었다. 일부 목회자들의 세월호 참사 관련 망언이 불거지는가 하면, 총리 후보자의 입에서 ‘일본 식민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란 망언이 버젓이 나오는 광경을 목격해야 했다. 다른 한편으로 현행법상 구속까지 가능한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버젓이 목회활동을 하는 전병욱 전 삼일교회 목사의 면직이 공론화돼 일말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전 목사는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했고, 치리권을 가진 평양노회는 재판을 질질 끌고 있다.  
실로 다사다난했던 2014년 세밑, 한국 사회와 교계를 뒤흔들었던 5가지 사건을 되짚어 본다. 내용의 분량 관계로 1,2부로 나눠 게재한다
[되돌아보는 2014년 - ③ 프란치스코 교황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8월 18일(월) 한국 방문 마지막 날 서울 명동 주교좌성당 꼬스트홀 1층에서 이웃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가졌던 모습. 프란치스코 교황(좌)이 대한성공회 의장 김근상 주교(우)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준비위원회

2014년 8월 대한민국은 잠시나마 행복했다. ‘개혁교황’ 프란치스코는 교황으로서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교황은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대립과 갈등으로 혼란스럽기 그지없었던 한국 사회의 아픔을 어루만졌다. 
교황은 종교 지도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줬다. 마침 교황 방한 시점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놓고 사회 갈등이 첨예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교황에게 시기는 중요하지 않았다. 교황은 방한 기간 동안 줄곧 가장 큰 상처를 입고 아파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슬픔을 같이했다. 한국을 떠날 때엔 “인간의 고통에 관한 한 중립은 없다”는 가르침을 남겼다. 올바른 리더십을 갈망하던 한국 사회는 교황의 일거수일투족에서 갈증을 해소했다.  
우리 사회가 교황의 가르침을 잘 이행하고 있을까? 교황이 한국을 떠나기 무섭게 한국 사회는 다시금 갈등의 도가니로 빨려 들어갔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이들에게 ‘종북’ 낙인을 찍는 일이 더욱 횡행했고, 심지어 고교생이 황산 테러를 가하는 일마저 벌어졌다. 교황이 우리 사회에 던져준 메시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빛이 바래는 상황이다.   
[되돌아보는 2014년 - ④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 면직 공론화]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가 지난 11월 19일 비상계단을 통해 면직재판을 다룰 제3차 재판국 모임에 출두하는 과정에서 새교회 측 성도들이 취재진의 카메라 촬영 방해를 위해 힘껏 손을 뻗치고 있는 모습. ⓒ사진=지유석 기자

삼일교회 전병욱 전 담임목사의 성범죄 문제가 마침내 공론의 장으로 나왔다. 그의 범죄 사실이 불거진 지 꼭 4년 만이다. 그동안 치리권을 가진 예장합동 평양노회는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그의 면직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사이 전 목사는 삼일교회에서 불과 5km 거리인 홍대 인근에 홍대새교회를 개척하고 세를 불려 나갔다.   
전 목사의 성범죄가 공론화된 계기는 『숨바꼭질』 출간과 뒤이은 언론보도였다. 『숨바꼭질』은 전 목사가 저지른 성범죄의 실상 및 이에 대한 한국 교회의 미숙했던 대응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특히 이 책이 고발한 전 목사의 성범죄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한국일보>는 『숨바꼭질』 공동 편집위원을 인터뷰하면서 한국 교회의 자정을 촉구했다. 평양노회로서도 더 이상 사태를 방관할 수는 없었다. 결국 지난 10월, 정기노회를 통해 그의 면직을 다룰 재판국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전 목사 면직은 해를 넘기게 됐다. 평양노회 재판국은 당초 시한으로 정했던 한 달을 훌쩍 넘겼음에도, 더구나 피해자를 만나 증언을 청취했음에도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한편 전 목사는 재판국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 전 목사는 이 과정에서 홍대새교회 교인들을 동원해 언론의 취재를 극력 저지했다. 또한 온라인 카페 <전병욱 목사 진실을 공개합니다> 운영자인 이진오 목사 등 그의 범죄를 고발해온 이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전 목사의 비협조와 노회의 미온적인 태도는 그의 면직을 요원하게 만들고 있다.  
* 덧붙이는 글   
전 목사 면직에 대한 최종결론은 1월 중순에 나올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노회 측 소식통은 연초 재판국원만의 모임을 가진 뒤 중순께 판결을 내릴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되돌아보는 2014년 - ⑤ NCCK, 총무 인선 둘러싸고 내홍]
▲지난 11월24일(월) 서울 강서구 화곡동 강남교회에서 열린 NCCK 제63회 총회에서 예장통합 정영택 총회장이 회의장 철수를 선언하고 있는 모습. ⓒ사진=지유석 기자

2014년 에큐메니컬 진영은 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발단은 지난 9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인선위원회에서 김영주 총무의 연임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부터였다. 이후 각 지역 NCC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등 시민단체들이 총무의 후보자격, 이어 총무 인선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총무 후보를 냈다가 탈락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예장통합)의 반발은 거셌다. 예장통합 측 실행위원들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상황도 연출됐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으나 예장통합은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10월 열린 제63회 총회 석상에서 공정표결을 통한 총무 선임을 주장하는가 하면, 표결 절차를 놓고서도 다른 교단과 견해차를 드러냈다. 반면 다른 회원 교단들은 예장통합에 대해 냉담한 입장을 취했다. 결국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았고 예장통합은 총회장 철수라는 강수로 대응했다. 총무 인선을 둘러싼 NCCK의 내홍은 에큐메니칼 진영에 깊은 내상을 남겼다.   
예장통합은 당분간 NCCK와 거리를 둘 방침임을 내비쳤다. 에큐메니칼 진영은 총무 인선에서 일었던 내부갈등을 봉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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