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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식의 길위의신학] 힘든 상태에서 힘 빼기

차정식·한일장신대 교수

▲차정식 한일장신대 교수
주변에 힘든 이들이 많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체감하는 숙주의 배타성으로 인해 모두 자기 자신이 가장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갖가지 번뇌와 질고, 상처와 병통, 이로 인한 삶의 지독한 상실감이 우리의 허전한 내면을 휘몰아칠 때 원망과 분노, 좌절과 냉소가 깊어지고 그 후유증은 우울한 도피적 심리와 단호한 방어기제로 남는다.

그것이 이 세상을 향한 보편적 탄식과 결합될 때 '선지자적 비관주의'의 파토스를 탱탱하게 키우는 것도 흔한 수순이다. 거기에 구조개혁의 바람직한 대안이 제출되고, 그것을 다수의 사람들이 공감하며 공론화하는 것은 나름 선한 결실이다.
물론 그 크고 작은 열매는 대체로 간에 기별도 가지 않는 수준이라 비관과 탄식의 사이클은 간단없이 지속된다. 말꼬리를 물고 시비를 다투는 아우성도 비관주의적 침묵과 함께 나란히 이어져간다.
이렇게 힘든 자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건 그들이 힘들어하는 만큼의 틈새를 제공 또는 묵인하기 위해 자신의 힘을 조금씩 빼면서 이 어수선한 세상을 지탱하는 자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다.
자기까지 힘들어 남의 힘까지 빨아들이면 이 세상이 무너지고 다 죽을 것 같아 조금씩 참고 조정하여 묵묵히 제 힘든 상태를 견디면서 제 가난한 힘의 자투리를 말과 글과 돈과 맘으로 보시하는 착한 생명들... 목청 큰 이들이 대접받는 세태 속에 그들이 공개적으로 인정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빤한 한계와 어색한 삶의 포즈를 무릅쓰고 타자를 초청하고 대화하며 환대하는 이들... 제 서푼어치의 번뇌와 병통도 힘들어 전전긍긍하면서도 없는 힘을 맹꽁이 배에 바람 집어넣듯 부풀려 102%의 삶으로 증폭시키는 작은 시민들...그들은 오늘도 어릿광대처럼 이 세상의 침침한 뒷골목에서 희죽거리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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