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가나안 현상은 교회 중심이 이탈한 현상”

[신년대담]『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저자 양희송 대표 편 [1부]

[편집자주] 2015년 새해가 밝았다. 그러나 다른 때와 달리 기독교계의 분위기는 썩 밝지 않다. 비단 교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이 그렇다. 특히 기독교계는 지난 해 세월호 참사, 교계 인사들의 잇단 망언,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등 초대형 악재에 시달렸다. 이로 인해 기독교계의 위신은 끝 모를 추락을 거듭하는 중이다. 이런 추세는 분명 신도수에도 영향을 주리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실 기독교(개신교)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선지 오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 11월 현재 개신교 인구는 8,616,000명으로 10년 전 대비 1.6% 포인트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마침 올해는 인구센서스가 실시되는 해이다. 구체적인 수치는 실제 조사를 해보아야 파악되겠지만 개신교 인구 감소세가 극적으로 반전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른바 ‘가나안 성도,’ 즉, 기독교 신앙을 가졌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는 성도의 존재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교회로부터의 이탈이 즉각 타종교 인구의 증가로 직결되지 않는데다, 가나안 성도의 존재는 기존에 가졌던 교회에 대한 인식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 무엇보다 가나안 성도는 기독교 신앙에 대한 근원적인 갈망이 있지만 기존 교회들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교회 나가기를 꺼려하는 ‘잠재적’ 기독교인들에게 대안으로 떠오를 잠재성이 풍부하다. 그렇기에 가나안 현상은 여러모로 단순한 증후군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도 중요한 현상이다.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저자 양희송 대표. ⓒ사진=지유석 기자 

이에 본지는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를 만나 신년 첫 대담을 나눴다. 양 대표는 가나안 현상을 본격 해부한 책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의 저자이다. 양 대표는 이 책을 통해 가나안 현상이 단지 교회 공동체 언저리에 있는 부류의 일탈, 혹은 교회 내 엘리트층의 ‘교회 쇼핑’ 행각이 아닌, 교회의 교회됨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던져주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양 대표와의 일문일답이다. 

Q. 책 출판 이후 전국을 돌며 북 토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양희송 대표(이하 양): 북 토크는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사실 횟수는 많지 않았다. 올해부터는 책을 읽은 독자들이 많아졌기에 북 토크 요청이 쇄도하리라고 본다. 
Q. 책에서 가나안 현상을 본격적으로 진단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검색 포털을 통해 블로그 리뷰를 보았는데, 교회론이 아나뱁티스트 전통에만 너무 치우친 것 아니냐는 리뷰가 눈에 띠었다. 또 책에서 <벙커 1>을 대안 모델로 제시했는데, 과연 그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리뷰도 있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양: 언급한 리뷰는 아직 읽지 못한 상태다. 그런데 언급한 주장들은 사실상 책 안에서 소화되고 있는 내용이다. 아직까지 본격적인 비평은 없었다. 곧 반론이 나오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전체적인 논지에 비추어 볼 때 미처 생각 못했거나 잘못된 부분은 없었다.  
무척 의외인 점은 수용층에 따라 온도차가 존재했다는 것이다. 가나안 성도의 경우 자신들의 생각을 잘 표현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목회자나 교회 내부에서는 가나안 현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 여과과정이 있었다고 본다. 질문에서 언급한 반응은 이런 여과과정의 한 맥락이라고 본다. 이 대목에서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저자 양희송 대표. ⓒ사진=지유석 기자
교회 내부에서는 선입견을 갖고 가나안 현상을 바라본다. 그러나 교회를 떠나간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연을 남기지 않는다. 이에 비해 남은 사람들은 공동체 중심적이고 다분히 자기방어적인 논리를 내세우게 된다. 
가나안 되기, 큰 맥락에서 결정 
내가 이 책을 통해 굳이 ‘가나안 성도’와 ‘교회 안 사람들’ 양쪽을 다 언급한 이유는 양쪽이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나안 성도는 자신의 ‘가나안화’를 개인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즉, 교회를 떠나기로 결심하는 감정의 이면에 큰 맥락이 존재한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에 이들은 내 책을 읽고 나면 나 혼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인식한다. 이에 비해 교회 내부에서는 자기방어 논리를 내세워 가나안 현상을 ‘교회 쇼핑족’이나 고학력 엘리트들의 영성상품 소비행위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 마디로 가나안 현상을 잘 모르는 것이다. 이런 인식은 피상적인 이미지일 뿐이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관건은 인식의 괴리를 좁히는 것이다. 
조성돈-정재영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가나안 성도 대부분은 교회 출석연수가 10년을 넘고 교회를 옮긴 적도 거의 없다. 말하자면 교회 중심부가 빠져나가 생긴 현상이 가나안 현상이라는 말이다.  
* 여기서 책 본문을 인용해 보고자 한다. 양 대표는 본문에서 가나안 현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우선 가나안 성도가 ‘신앙의 연륜이나 뿌리가 시원찮아서 교회 내에서 조금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오히려 교회 출석 이력이 10년이 넘고, 교사를 비롯해 각종 봉사 직분을 두루 거친 경우가 많았으며, 교회 경험과 교회에 대한 참여도가 상당히 깊은 경우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다시 말하면, 지금 교회를 빠져 나가는 사람들은 교회에 정착하지 못한 주변인들이 아니라, 한때 교회의 중심부에 깊이 참여하고 있던 핵심층들이다.”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 저자 양희송 대표. ⓒ사진=지유석 기자 

교회 내부에서 가나안 현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기위주의 분석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나는 분명 ‘가나안 성도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심층 취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러나 질문에서 언급한 서평들은 교회 안에 팽배한 선입견, 그리고 가나안 성도를 바라보는 방식에 집착하고, 더욱 강화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아 아쉽다는 느낌이다. 사실 교회 안에 팽배한 선입견을 깨고자 했는데, 책을 읽고도 저런 반응이라면 내가 책을 잘못 썼거나 서평자들이 책의 의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Q. 앞서 답변에서 심층 취재를 했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물 가운데 이런저런 말 못할 고려 때문에 누락한 사례가 있는가? 취재 과정에서 느낀 점이 있다면?
양: 취재 결과 거의 대부분을 반영했다. 취재를 하다 보니 ‘큰 맥락’ 보다 훨씬 소박하고 일상적인 선택으로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취재원이 다양해 전부 망라할 수 없었고, 그렇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라면 가나안 현상이 비단 젊은이들에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장년층에서도 가나안 성도가 꽤 많이 발견됐다. 교회경험과 사회경험이 폭넓기 때문에 존재감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중장년층에서도 문제의식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또 책을 읽은 뒤 목사에게 선물하겠다는 반응이 꽤 많았다. 가족이나 지인 가운데 교회 나오지 않는 이들에게 선물하겠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역설적이게도 이 책은 교회 나가지 않는 그리스도인에 대한 이야기다. 이전엔 ‘교회 가자’고 말하면 오히려 소통이 막혔다. 그런데 가나안 현상을 매개로 ‘신앙은 무엇인가?’, ‘교회란 무엇인가?’ 하는 주제로 소통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됐다.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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