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인터뷰] 이적 목사 “공권력이 국민 괴롭혀선 안 돼”

검경 교회침탈에 항의해 무기한 농성중인 이적 목사- 2부

▲검경 교회침탈에 항의해 무기한 농성중인 이적 목사(우)와 <민주주의 수호와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피해자 농성단> 관계자들. ⓒ사진=지유석 기자

지난 1월30일(금)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일행을 이끌고 한국기독교회관을 찾았다. 구 서울청장 일행은 황용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김영주 총무와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은 검경의 애기봉 민통선평화교회 압수수색에 대한 유감 표시를 위해 이뤄졌다. 마침 NCCK가 실행위를 통해 범기독교 차원에서 대응해 나가기로 방침을 정했기에 공권력도 사태를 방관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황 회장과 김 총무는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에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구 서울경찰청장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적 목사, 그리고 함께 무기한 농성 중인 <민주주의 수호와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피해자 농성단>(이하 농성단)은 구 서울경찰청장 일행의 방문에 강경하게 맞섰다. 이 목사는 “서울지방경찰청의 진정성 없는 사과를 거부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따라서 구 청장 일행은 NCCK 측에만 유감을 전달하는 수준으로 그쳤다. 이 목사와 정부 측 사이에 어떤 입장차가 존재할까? 이 목사의 말이다.  
“검경은 대북 전단살포와 애기봉 등탑 반대 운동을 친북동조행위로 왜곡했다. 또 2013년 11월 독일 포츠담에서 있었던 ‘코리아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국제포럼’에 참석해서 한 발언도 문제 삼았다.   
“이 회의엔 한반도 정세를 연구하는 저명한 석학들이 모여 있었다. 나는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한 학술 세미나였기에 참석했다. 애기봉 등탑과 전단살포를 국제적으로 쟁점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세미나 석상에서 애기봉 등탑이 점등되지 않고, 전단 살포가 멈춰져야 한반도 평화가 온다,’ ‘누가 사주했든 전단살포 행위에 북한은 격한 반응을 보이고, 남한은 침묵한다. 같은 민족끼리 왜 이런 문제가 있어야 하는가?, 소모전 아닌가? 남북이 모두 중단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공권력은 이 같은 주장이 북한의 그것과 동일하다고 한다. 평화운동을 하는 목사의 주제발표가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고, 이적 표현물 제작이라면 어느 학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가? 어린 아이도 웃을 일이다.”  
▲<민주주의 수호와 공안탄압 저지를 위한 피해자 농성단>이 검경에 제시하는 요구 조건들. ⓒ사진=지유석 기자

경찰은 여전히 정당한 법집행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NCCK 지도부와 회동 시, 구 청장 일행은 “압수수색 결과 위법 소지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소환장을 발부하고 농성단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농성단은 체포, 구금을 위한 명분 쌓기라며 경찰의 소환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이 목사는 이 같은 사태 진전에 대해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이 목사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 정권으로부터 많은 탄압을 받았다. 전두환 정권 시절 계엄포고령 위반 혐의로 삼청교육대로 끌려간 것이다. 이 목사는 그곳에서 3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동료가 인권침해를 견디지 못해 죽어나가는 광경도 목격했다. 그렇기에 현 정부의 행태를 안타까운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 1980년 10월 부산의 매일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계엄포고령 위반 혐의로 삼청교육대에 입소 당했다. 사람들은 폭력배들이 그곳에 끌려 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런 부류의 입소자는 열 명 가운데 한 명에 불과했다. 일전에 법무부도 입소자의 49.9%가 전과 없이 입소했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었다. 난 그 시절 시를 썼는데, 담당 검사는 내가 쓴 시가 반국가적 성격을 띤다고 했다. 사실 계엄포고령이란 게 모호했는데 결국 군사정권에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무조건 계엄포고령 위반 혐의를 씌운 것이다.   
▲삼청교육대 최장기수라고 본인을 소개한 이적 목사는 삼청교육대에서 겪은 일들을 소재로 삼청교육대의 실체를 폭로하는 책을 쓰기도 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나는 삼청교육대에서 최장기수였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볼 때 군사정권이 날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던 건 실수였다. 나는 1987년 『삼청교육대 정화작전』이라는 책을 써서 삼청교육대의 실체를 폭로했다. 이 작품은 50만 부 가량 팔려 나갔고, 지금도 꾸준히 나간다. 1988년에 열린 5공 청문회에 나가 증언도 했다. 이런 과거가 있기에 현 정권이 잘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안다. 그러나 현 정권은 예배당까지 짓밟아도 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   
삼청교육대 입소, 하나님의 섭리?   
이 목사는 원래 교회 개척을 위해 애기봉으로 간 것이 아니다. 이 목사의 표현을 빌자면 ‘글쟁이’로 소설을 쓰기 위해 들어갔다가 교회를 세우게 된 것이다. 이 목사는 목회를 하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1998년 민통선에 소설 쓰러 들어갔다가 목회를 결심했다. 그래서 신학교를 다시 가게 됐다. 사실 대단한 전환점이라고 본다. 지난 시절 다시는 교회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말이다. 애기봉 민통선 평화교회는 군인교회로 출발했다. 지금도 주일 예배 때면 군인이 약 30명 정도 앉아 있다. 이따금씩 대위 계급장을 단 장교도 보인다. 삼청교육대 시절 대위 계급에게 가장 많이 맞았는데, 지금은 대위 계급이 내 설교를 듣고 있다. 군화발에 맞았던 내가 군인들 앞에서 설교할지 몰랐다.”   
최근 몇몇 인사들의 발언으로 ‘하나님의 뜻’이 수난을 당했다. 일본의 식민지배가 하나님의 뜻으로 미화되는가 하면, 민족의 비극인 남북분단마저 하나님의 뜻으로 포장됐다. 이 목사 역시 인터뷰 중간 ‘하나님의 뜻’을 언급했다. 그러나 이 목사에게 임한 하나님의 뜻은 물의를 일으킨 몇몇 인사들의 그것과 확연히 구분됐다.    
▲이적 목사는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시련을 겪게 된 것을 "하나님의 뜻"이었다고 설명해 이목을 끌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식인들에게 "국가보안법을 의식해 남북 분단과 미국의 패권주의에 침묵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당부하는 한편, “평화를 저해하는 행위를 막는 일은 목회자의 사명이자 책임”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살아가는 가운데 문득문득 하나님의 섭리를 깨닫는다. 삼청교육대 입소도 하나님의 뜻으로 생각한다. 수많은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애기봉 등탑이 철거되기 전, 등탑에 불이 들어오면 군인들은 한 달 가까이 고생한다. 그러나 우리 교회가 점등을 막은 결과 군인들이 편해졌다. 등탑 점등이 하나님의 뜻일까? 그렇지 않다. 등탑에 불이 들어올 때면 군인들은 물론 김포시 인근 주민들은 대피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을 불안에 빠뜨리는 일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이 목사와 농성단의 요구조건은 분명하다. 먼저 ▲신성한 예배당을 압수수색하라고 지시, 허가한 검사 및 판사에 대한 문책 ▲경찰청과 법무부장관의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 ▲교회침탈에 대한 청와대의 공개사과와 평화통일운동세력에 대한 모든 보복탄압 중단이다. 무엇보다 애기봉 등탑점등과 대북전단 살포를 친북활동으로 보는 공권력의 시각 변화를 촉구했다. 
이 목사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공권력이 대중을 괴롭혀서는 안 된다. 또한 지식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발산해야 한다. 특히 지식인들이 국가보안법을 의식해 남북 분단과 미국의 패권주의에 침묵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 번 “평화를 저해하는 행위를 막는 일은 목회자의 사명이자 책임”이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 농성단은 2월2일(월) 오전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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