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인터뷰] 이적 목사 “목사로서 정의의 편에 설 것”

검경 압수수색에 항의해 무기한 농성 중인 이적 목사 - 1부

▲이적 목사를 본지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에는 이인기 편집국장과 지유석 기자가 참여했다. ⓒ사진=지유석 기자
지난 해 12월 헌법재판소(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이후 공안바람이 거세게 일었다. 헌재 결정은 기독교계에도 후폭풍을 몰고 왔다. 경기도 김포시 월곶면에 자리한 민통선평화교회는 헌재 발 공안바람의 직격탄을 맞았다.   

검찰과 경찰은 민통선평화교회를 압수수색했다. 헌재 결정이 이뤄진지 불과 3일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실 공권력이 종교시설에 들이닥치는 일은 무척 이례적인 사례에 속한다. 과거 국민에 대한 탄압이 횡행했던 군부 독재시절에도 이 같은 일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공권력은 십자가를 내리고 강단을 해체하기까지 했다. 이 교회 담임목사인 이적 목사는 도무지 이 상황을 참고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목사로서, 동시에 평화운동가로서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목사는 공권력과 맞서 일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목사의 말이다. 
“아직 검찰이나 경찰로부터 소환 요구서를 발부받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공권력의 출석 요구를 일체 거부할 방침이다. 성직자 부부가 기거하는 방과 성전을 침범했으니 이에 대해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아무리 공권력이라도 신중하게 행동했어야 했다. 무엇보다 시골의 작은 교회라고 형사들이 마구 들이닥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일은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었다. 작은 교회가 존중 받고 숭상 받는 사회가 돼야하지 않겠는가?”   
이 목사는 곧장 행동에 나섰다. 성탄절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2월26일, 경찰청 앞에서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을 가진 데 이어 지난 1월8일부터는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이 목사는 이 농성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할까?   
“공권력의 교회침탈은 용납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공권력은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나는 이런 일이 이뤄질 때까지 자리를 지키겠다고 마음먹었다. 함께 농성중인 코리아투위도 같은 마음이다. 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순순히 끌려갈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공권력으로부터 부당하게 탄압 받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즉, 현 정권의 본질이 공안몰이를 통해 정윤회 국정개입이나 통진당 해산 등 자신들의 치부를 덮으려는 것임을 만천하에 알리겠다는 말이다.”     
▲본지 이인기 편집국장(좌)과 이적 목사(우). ⓒ사진=지유석 기자

경찰은 민통선평화교회 압수수색의 명분으로 ‘친북투쟁’을 들었다. 이 목사는 그동안 김포시 애기봉 등탑 점등 반대운동을 해왔다. 또한 일부 탈북자 단체들이 북한에 전단을 살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경찰은 이 같은 행적을 친북활동으로 보고 있다. 경찰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엔 이 목사를 “분단과 통일을 주로 집필하는 등 진보문학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진보단체인 평통사(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과 ‘애기봉 등탑 철회하라,’ ‘대북삐라살포 중단하라’ 등의 친북 투쟁활동에 적극 나선 자”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목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다”며 경찰의 주장을 일축했다.   
“나는 정권을 비판하거나 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등탑반대 운동은 진보-보수를 떠나 목사라면 당연히 나서야 할 일이었다. 생각해 보라. 지역 주민들이, 더 나아가 한반도 전체가 성탄트리로 인해 불안감이 높아진다면 나서지 않을 목사가 어디 있는가?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이들을 지켜주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혔다. 따라서 목사라면 사회구조에 잘못이 있거나, 김포 애기봉 성탄트리가 다른 목적(대북 심리전)으로 쓰인다면 당연히 막아야 한다. 정권은 이런 활동에 국가보안법을 들이댔다. 내 생각엔 이 정권이 실수했다고 본다.”   
애기봉 등탑, 대북전단 살포 배후엔 미국 있어 
이 목사는 거침이 없었다. 이 목사는 현 정권의 행태를 비판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가 미국의 동북아 정책마저 질타한다. 
“지난 해 애기봉 성탄트리 점등을 놓고 한 바탕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애기봉 등탑 점등을 누가 사주했는지 짚이는 데가 있다. 바로 미국이다. 나는 한미연합사령부가 애기봉 등탑 재점등을 사주한 것으로 본다. 분단 이후 미국은 한반도 분단체제를 통해 이익을 얻었다. 보수 진영은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미국은 동북아 패권을 위해, 즉 과거엔 구 소련, 현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한반도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무기한 농성 중인 이적 목사. ⓒ사진=지유석 기자
“한반도에 긴장이 유지되면 미국은 많은 이득을 누릴 수 있다. 먼저 손쉽게 무기장사가 가능해진다. 또 주한미군은 그 어떤 사용료도 내지 않고 토지를 이용해왔다. 일본이나 필리핀 등 미군이 주둔한 다른 나라의 경우 사용료를 내고 있음에도 말이다. 더구나 한국은 연간 1조원에 달하는 부대 운영비를 부담한다. 남북 긴장관계가 지속돼야 이득을 누릴 수 있으니 미국은 애기봉 등탑이나 전단 살포 등에 개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목사는 검경의 압수수색 직후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당시 이 목사는 “‘민통선주민 불안에 떤다, 전단 살포 하지마라’와 ‘남북갈등 남남갈등, 전단살포 반대한다,’ 이것이 우리교회가 외친 구호였고 나의 신앙적 양심에 따라 실천한 것이 더도 덜도 아닌 전부였다. ‘애기봉 등탑 철회하라,’ ‘대북 삐라살포 중단하라’가 친북 활동이라서 합법적 종교기관을 짓밟았다고? 교회 수색은 물론 성직자의 안방까지 짓밟힐 만큼 나는 큰 죄를 지은 국사범인가?”라고 적은 바 있었다. 이 목사는 지금도 이런 심경에 아무 변화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잘못을 인정해 줄 것을 촉구했다.   
“다시 한 번 묻는다. 우리가 죄인인가? 전단살포는 명백히 평화를 깨뜨리는 행위다. 이런 행위를 반대하는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인가? 그렇다면 지식인들이 발표한 글들 모두 위반인 셈이다. 이런 정부의 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저항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마디로 정부가 국민을 만만하게 본다.   
“나는 하나님을 모시는 목사로서 정의의 편에 설 것이다. 하나님이 계시기에 겁낼 이유가 없다. 이번 사태의 경우 무엇보다 국가가 잘못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함께 농성하는 활동가들이 기독교에 대해 놀란다. 이 활동가들은 처음엔 기독교에 대해 부정적인 인상이 강했다. 그러다가 압수수색 이후 목사들이 나서고,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독교대책위가 꾸려지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서 범기독교 차원의 공동대응을 약속해주니까 감격해한다. 한 번은 매주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열리는 평화기도회에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난 이 활동가들과 함께 하면서 끝까지 끌어안아 줄 것이다.”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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