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연세신학 100주년 기념 <진리와 자유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지유석 기자 |
2월9일(월) 오전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에서는 “연세신학 100주년 기념 <진리와 자유포럼>”(이하 포럼)이 열렸다. 연세대 신과대학과 연합신학대학원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포럼은 “2015 한국사회와 기독교정신”을 주제로 10일(화)까지 이어진다.
포럼 첫 강연은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맡아 진행했다. 손 교수는 “현대 사회와 기독교 정신의 재발견”이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현대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물질주의’를 들었다. 손 교수는 물질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입장은 아니다. 손 교수는 “사회에 전대미문의 경제적 풍요를 가져왔고, 가난으로 신음하던 많은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안정된 생활을 가능하게” 했고 “특히 극한 빈곤에 시달렸던 한국 같은 사회에서는 지금 정도의 경제적 풍요는 큰 축복”이라고 했다.
그러나 손 교수는 물질주의가 “정상적인 상황을 한 참 지났다”고 지적했다. 즉, “건강한 정신활동을 위해 필수적인 조건을 만족시키는 수준을 넘어 불필요한 욕구의 과잉 충족에 지나친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에 대해서도 “삶의 실제적인 편의보다는 사람들의 사치와 허영을 자극해서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손 교수의 문제의식은 한 걸음 더 나간다. 손 교수는 “가치관으로서의 물질주의는 존재론으로서 유물론과 서로 연결된다”며 유물론이 “물질계에 적용하던 연구방법을 정신계에 적용함으로써 정신계를 물질적인 것으로 환원해 버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물론이 가져오는 가장 심각한 결과는 기본인권이란 이념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물질주의 팽배한 현대사회, 기독교 정신 더 필요로 해
▲연세신학 100주년 기념 <진리와 자유포럼>이 9일 오전 신촌 연세대학교 신학관 내 채플실에서 열렸다. ⓒ사진=지유석 기자 |
유물론이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기독교 신앙은 설 자리가 있을까? 손 교수에 따르면 ‘그렇다.’ 손 교수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기독교 신앙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한다. 기독교 신앙이 “다른 사람의 존엄성과 평등한 인권을 존중하라(아가페)”고, 그리고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것을 요구하지만 특히 약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도우라고 성경은 가르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해를 당하기 쉽다는 점은 손 교수의 주장에 설득력을 실어준다.
그러나 현재 기독교의 사회적 신뢰도는 바닥 수준이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기독교는 인류의 가장 고귀한 유산인 인권, 인간의 존엄성, 평등, 민주주의란 선물을 세상에 제공했다”고 하면서도 “현대 기독교는 이런 보물을 세상에 넘겨주고 주변으로 밀려나와 자신의 축복, 위로, 구원 같이 지극히 사적인 것들로 만족하며 오직 자신들의 세력확장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에 손 교수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선민으로 선택한 것은 자신들만 복 받으라고 한 것이 아니었다. 모든 민족을 대신해 하나님을 섬기는 제사장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함”이었다면서 “이스라엘은 그 임무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특혜를 누리는데 몰두해 결국 용도폐기됐다. 새 이스라엘인 오늘의 기독교도 그런 전철을 밟으면 역시 용도폐기될 것이고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손 교수는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주변에서 사회 한 가운데로 진격해야 한다. 우선 돈이란 우상을 제거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포럼 둘째 날인 10일(화)엔 김회권 숭실대 교수가 “한국 교회와 신학의 현주소”를 주제로, 이어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 한완성 전 대한적십자가 총재가 각각 “남은 자, 그 성찰과 실천,” “통일 시대의 새로운 신앙 패러다임”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